2009. 3. 24.
산은 높지 않아도 신선이 있어야 명산이요<山不在高 有仙卽名>,
물은 깊지 않아도 용이 살아야 신령한 물이라<水不在深 有龍卽靈> 하였다.
지금 기온 영하 3도,
가는 겨울이 아쉬워 끝내 꽃샘추위를 하는 모양이다.
애니메이션 고교에서 출발~검단산을 거쳐 용마산으로 검단지맥을 종주하는 날이다.
인원 4명에 막걸리 3통과 떡이 있으니 먹을 건 충분하다.
금북정맥상 칠장산(492m)에서 북서쪽으로 가치를 친 한남정맥이 용인 석성산(471m)을
지나 한남정맥을 이탈시키는 검단지맥을 분가 시킨다.
검단지맥은 검단산(534m)~남한산성 서문~벌봉(535m)~은고개~용마산(595.7m)을 빚어
놓은 다음 검단산(650m)을 들어 올리고, 여맥들을 한강에 모두 가라앉힌다.
들머리로 접어드니 '생강나무'가 여기저기 노랗게 피었다.
산에서 노랗게 핀 나무를 보면 다들 '산수유'라 한다.
허지만 산에서 피는 건 산수유가 아니고 거의 다 생강나무이다.
생강나무는 녹나무과로써 2~3월에 노란색 꽃을 피우는데, 꽃자루가 짧아 가지에 촘촘히 피며,
잎이나 가지를 꺾어 냄새를 맡으면 생강냄새가 나고, 꽃을 따 비비면 오렌지 냄새가 난다.
콩알만한 둥근열매가 9월에 열렸다가 검은 색으로 익는데, 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쓰기도 하며 강원도에선 동박나무 또는 동백나무라고도 한다.
생강나무는 이른 봄철에 샛노랗게 피는 꽃도 좋지만, 잎이나 잔가지를 달여서 차로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뼈와 근육이 튼튼해진다.
특히 여성의 산후풍에 좋다고 하며 식은 땀, 두통, 복통에 한 달 정도면 효과가 있고
온몸의 관절이 아프고 갈증이 심해 찬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한테 효과가 좋다.
구분하기 쉽게 산수유도 마침 피어 한 장 찍는다.
이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다.
따라서 산수유는 가지 끝에서 피며, 생강나무는 줄기에 붙어 피니 구분하기 쉽다.
산수유는 층층나무 과로서 키는 5m~10m정도 크며, 잎이 나기 전 향기로운 꽃이 피며,
가을에 빨간 열매를 말려 약재로 쓰거나 차재료로 쓰는데, 간과 신장에 좋으며 조루, 고혈압에
약효가 있다.
계류와 너덜지대를 지나니 '라일락나무'에 잎이 돋기 시작한다.
연두색 연한 잎이 너무 아름답다.
이 나무는 개회나무로 4~5월 피는데 향기가 너무나 좋아 이곳을 지날 때마다 감탄을 한다.
곱돌약수터 앞 화살나무에 사위질빵 넝쿨이 걸터앉았다.
현재 기온 영하 4도지만, 정상 밑 헬기장에서 보니 봄기운이 완연하다.
검단산 정상에서 무릎보호대를 하며 장거리 종주 준비를 한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줄기와
멀리 삼각산과 도봉산이 보이며, 예봉산과 운길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서쪽으로는 힘차게
뻗은 중부고속도로가 보인다.
정암산과 해협산 아래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면서 만들어 낸 팔당호가 시원스럽다.
두물머리를 가로 지른 양수대교와 강변도로로 자동차들이 빠르게 달린다.
이곳 정상은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 해돋이나 해넘이를 구경하기에 아주 좋은 곳 이다.
서울 근교에 이렇게 빼어난 산이 있다는 건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축복이다.
용마산까지 4km가 넘으니, 오늘도 10km이상 산행을 해야겠지.
주능선으로 내려서니 너무나 아름다운 적송이 있다.
산에 와 있어도 오늘 야구 세계선수권 결승전이 신경 쓰여 문성이 라디오를 켠다.
에이!
1:0으로 지고 있네.
낙엽 길과 녹아서 약간 질척이는 능선을 따라 봉우리를 오르니 '고추봉 (555m)'이다.
전엔 '현사봉'으로 불리었는데 언제 고추봉으로 바뀌었을까?
오르락내리락 봉우리 3개를 오르내리니 갈림 길이다.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이 굴곡진 인생이건만, 난 큰 어려움 없이 평탄한 삶을 살았다.
온 길을 뒤돌아보듯이 지나간 내 삶도 뒤돌아 봐야겠지.
수자원공사로 내려가면 원태가 근무하던 팔당댐인데, 그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큰 고개로 내려서는데 급경사에 산을 거의 다 내려온 거 같다.
에고!
큰일이다 다시 올려 채려니 발길이 무겁다.
군데군데 미끄러운 곳도 많고, 524봉을 지나 봉우리 3개를 넘으니
드디어 용마산 정상(595m)이다.
태극기를 보며 정상에 올라서니 우리 팀이 1점을 내 동점이 되었다.
용마산 태극기의 기가 LA하늘까지 뻗은 걸까?
이 산은 도마산(刀馬山), 또는 광악산(廣岳山)이라고도 하며 광주 목읍지에는 자봉(紫峰)으로
기록 되어 있는데 오늘 다시 보니, 칼로 말을 벤 산도 그렇고,
광악산이라!
넓고 큰 산을 말하는데 그것도 별로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자줏빛 비단같이 곱다는 자봉(紫峰)이
더 잘 어울린다.
잠시 쉬며 오늘의 주 메뉴인 장수막걸리와 김치로 요기를 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각화사~도마리로 내려가는 길은 4.1km이다.
물박달나무, 신갈나무 등이 울울창창하고 이어지는 등산로가 너무나 편안하다.
이상하게 '각화사'가 안 나온다.
도마리로 내려서야 되는데 급경사를 피했더니 예정된 길이 아니다.
뱃속에 막걸리를 넣고 봉우리를 두개 올라서려니 힘이 많이 든다.
무덤 터가 나오는데, 양지바르고, 안산, 객산, 주산이 다 갖춰져 있으니 음택으로선
명당자리이다.
430봉을 지나 내리막길로 내려서니 진달래가 피었다.
진달래는 2~3m 자라는 낙엽관목이다.
개나리와 함께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서 사랑을 받아왔다.
꽃은 꽃대 하나에 한 개씩 피며, 철쭉은 3~5개가 핀다.
충청도에선 '참꽃'이라 하여 먹기도 하는데 참고로 '참'자가 붙은 것은 다 먹을 수 있다.
참나물, 참깨, 참두릅, 참마자, 참치, 참새 등인데 참이슬은 식물이 아니고 소주겠지?
계속 내려가니 양어장이 나오고, 중부 고속도로 밑을 지나 내가 자주 단골로 다니는
고추장구이집이 나온다.
나도 이쪽이 초행이라 이 집이 나올줄 몰랐다.
버스를 타니 10회 초 '이찌로'에게 임창용이 2점 적시타를 맞고 게임이 끝난다.
오늘 약간 춥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꽃과 야구와 함께 하는 즐거운 산행이 되었다.
약 6시간에 걸쳐 12km를 종주하였더니 다리가 묵직하다.
2009. 3. 24. 검단지맥을 종주하고
석천 흥만 졸필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림의 미학 48 땅끝의 산 달마산<489m> (0) | 2017.03.21 |
---|---|
느림의 미학 45 낙엽길 부용산<365.9m> (0) | 2017.03.21 |
느림의 미학 41 호랑이 울음산 가평 호명산<632.4m> (0) | 2017.03.21 |
느림의 미학 40 사랑이 이루어지는 가평 연인산<1,068m> (0) | 2017.03.21 |
느림의 미학 38 괴산 칠보산<778m>의 7개 보물 (0) | 2017.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