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45 낙엽길 부용산<365.9m>

김흥만 2017. 3. 21. 21:07


2009.  3.  29.

동창인 '순구'가 갑자기 별세를 했다.

따져보니 작년만 해도 시골친구 2명, 고등학교 친구 5명을 일 년 사이에 떠나보냈다.

금년만은 이별하는 친구가 없을 거라고 너무 성급히 입방정을 떨었나 보다.

 

팔당역에서 7시38분 전철을 타니 10여 분 후에 양수리역이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합수를 이루는 곳이다.

전철 역사를 나와 600m를 걸으니 부용산 등산로가 나온다.

 

들머리 개천의 깨끗한 물에 물고기가 있을까 내려다본다.

 

리기다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햇빛을 가리니 등산로가 어둡다.

소나무 조림지를 벗어나니 떡갈나무, 굴참나무가 이 산을 장악했다.

낙엽 길을 걸어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1.3km를 왔으니 아직도 3.3km 남았다.

 

쉼터가 나와 바나나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한다.

전날 과음을 했으면 산행 중 과일이나 초콜릿이 도움이 된다.

 

이정표를 보니 앞으로 2.7km 남았다.

이정도 경사라면 한 시간 후면 정상에 오르겠지.

 

삼거리에서 전망대까지 150m는 급경사이다.

 

드디어 첫 번째 전망대이다.

망원경도 공짜이고, 양평군청에서 관광객이나 등산객을 유치하려 공을 많이 들였다.

 

서쪽으로 검단산 북사면에 엊그제 온 눈이 하얗게 쌓여있고, 예봉산, 양수대교가 조망된다.

조망대에서 벗어나니 시멘트 바닥에 '1947. 2. 15 발견'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이곳이 60여 년 전엔 기도처였던 모양이다.

 

올라갔던 길을 우회하여 급경사로 내려서 7부 능선 길을 호젓하게 걸어간다.

일요일인데도 이 부용산엔 우리 네 명뿐이다.

수다 떠는 아줌마들도 없고 너무 조용한 산행이다.

 

살랑대는 봄바람이 얼굴을 부드럽게 만지고, 파란하늘에 떠있는 몇 조각의 흰 구름을 보며,

산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니 살아있음이 행복이다.

 

양수리에 있는 부용산은 365.9m로 그리 높지 않은 야산이고

근처에 청계산(658m)과 형제봉이 있어 연계산행 시 약 6시간 정도 걸린다.

'산이 푸르고 강물이 맑아 마치 연당에서 얼굴을 마주 쳐다보는 것 같다고' 부용산이라 하는데,

같은 이름으로 춘천(882m), 전남 장흥(609m), 충북 음성(644m)에도 있다.

 

정상이 850m 남았다 .

나뭇가지 사이로 정상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돌 하나 없이 편안한 길이다.

이 삼거리에서 '한음 이덕형 대감'의 묘소가 1.3km인데, 청계산 방향이라 다음에 들리기로 한다.

 

급경사 계단이 나오고 로프가 없어 힘들다.

역시 "산의 정상과 숫처녀는 쉽게 내주지 않는다."라는 화류계 농담이 생각난다.

 

드디어 정상 바로 밑 전망대이다.

두물머리, 검단산, 예봉산이 조망되며 이곳 역시 망원경이 공짜이다.

 

정상에 '부인당'이라는 묘가 있다. 


이곳 산 정상에 묘를 쓸 정도면 힘깨나 있는 집안일 텐데,

주산(主山)은 없고, 안산(案山)을 예봉산으로, 객산(客山)을 북한산으로 정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햇볕이 잘 든다고 이곳에 썼다면 모를까.

 

정상에 잠시 선다.

 

신원리로 급경사 길을 지나 편안한 길로 접어드니 노간주나무 사이로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다. 

 

노간주나무란?

몹시 더디게 자라는 나무이다.

척박한 바위틈에 자란 것은 굵기가 10cm 아래에도 나이는 300~400여 년이나 된 것도 있다.

메마른 바위틈에서 줄기가 비틀린 채 자라고 있는 노간주나무는 어혈이나, 근육이 뭉치고

늘어진 것을 푸는데 좋다.

 

이나무는 측백나무 과로 '두송목' 또는 '노송나무'라고도 한다.

잎은 가시처럼 날카로워 살에 찔리면 아프고, 5월에 꽃이 피고 10월에 지름  7~8mm쯤 열매가

검붉게 익는데 이 열매를 '두송실'이라고 하며, 

우리가  20여 년 전에 맛있게 마셨던 '해태 드라이진' 양주의 원료로 쓰이기도 했다.

 

나무줄기가 몹시 질기고 탄력이 있어 소의 코뚜레 재료로 쓰이기도 하며,

열매는 약으로 쓰고, 또 달여 먹기도 하며, 기름을 짜서 쓰기도 한다.

노간주 열매 기름인 '두송유'는 통풍, 류머티즘, 관절염, 근육통, 견비통, 신경통에 특효약이다.

또한 술을 담가 마시면 신경통, 관절염, 중풍 등에 좋다고 한다.

 

하산로를 벗어나니,

금으로 잔득 치장을 한 기도처가 나온다.

종교엔 별로 관심이 없어 그냥 지나치는데 금으로 치장 한 것이 눈에 영 거슬린다.

부처님이 저렇게 금을 좋아 했을까? 

에구 불쌍한 중생들이여!

종교는 좀 더 가난해져야 하는데 구복종교, 기복종교가 되다보니 어디든 호화롭게 금칠이다.

 

자작나무 숲속에 새집이 있다.

요즘 새들은 영악해 바닥뿐만 아니라, 비와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지붕도 만든다.

 

누렁이 한 마리가 경계를 한다.

 

 

공무원한테 걸리면 벌금이 100만 원인데 농부 한 사람이 불을 피운 채 농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복선전철이 다른 쪽으로 개통되어 쓸모없어진 철도 중단점을 걷는다.

이 중앙선 역사가 근 100여 년인데 이 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구나.

철근 값이 톤당 100만 원이 넘은 적도 있는데 그냥 방치하지는 않겠지. 

 

팔당역 촌두부 집에서 참이슬로 하산주로 산행을 마무리 한다.                 

 

                                                           2009.  3.  29.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