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459 아! 붉은 북한 땅이여<수풍댐과 공안 출동>

김흥만 2019. 6. 10. 08:23

2019.  5.  28. 06;40 백두산 여행 2일차

날씨는 쌀쌀하고 하늘은 시퍼렇게 멍들었다.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가에 흰 구름 한 점 흘러간다.


여행일정이 변경되었다.

2일차는 집안(集安)으로 약 5시간 이동하여 환도산성을 거쳐 광개토대왕비를 만나고

광개토대왕릉과 장수왕릉을 돌아보는 코스인데,


압록강에서 요트를 타고 북한접경지대를 보며 수풍댐으로 이동하는 옵션행사로 바뀐다.

패키지여행을 하다보면 불필요한 옵션행사가 생긴다.


50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라 혼선을 우려해 서울에서 옵션을 세개만 하기로 계약을 하고 

왔지만 막상 현지에 와서보니 추가로 할 수밖에 없는 행사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일 올라야할 천지가 강풍과 폭설로 무산되었으니,

오늘 수풍댐 코스마저 없었다면 이번 여행은 맥 빠진 여행이 될 수도 있었겠다.


09;00

국경선을 코앞에 두고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압록강 철교 아래는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6·25 전쟁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끊어진 철교(斷橋)에 오른다.







일본이 대륙 침략을 목적으로 압록강 하류에 건설한 철교는 끊어져 단교(斷橋)가 되었다.

6·25전쟁 때 중국의 전쟁개입을 막기 위해 미국이 폭격으로 절반을 파괴하여 중국쪽은

다리가 남아있고 북한쪽은 교각만 덩그러니 서있다.


우리가 전세 낸 배가 한가롭고 압록강 건너 북한땅은 침묵을 지킨다.

단교를 걸으며 전쟁의 상흔(傷痕)을 느껴본다.


모택동사진 옆에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 保家爲國)이라,

'미국에 대항하여 조선을 돕고 나라를 지켰다'는 글귀가 가슴을 섬뜩하게 만든다.


6·25전쟁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중국인들의 의식은 전혀 다르고,

중국은 지금도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단교에서 약 80m 정도 상류쪽으로 1943년에 세워진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가 보인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오는 차량은 줄을 이었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차량은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


944m에 달하는 1차선 철길과 1차선 다리는 북한과 중국의 최대 교역로이자 통행로라고

한다.















09;35

6·25전쟁 당시 중공군 사령관 팽덕회의 동상 앞에 선다.

공산혁명 당시 군사적으로 임표는 지장(智將)이요, 팽덕회는 용장(勇將)이라 했다.


공산당 군 서열 2인자였던 팽덕회는 중공군을 지휘했고 판문점에서 휴전협정에 조인한

사람이다.

1959년 모택동에게 숙청되었다가 사후(死後) 1979년에 복권이 되었다는데,

우리에게 통일을 이루지 못하게 한 불구대천의 원수를 보며 묘한 상념에 빠져든다.



11;07

수풍댐을 향해 배가 출항을 한다.

왕복 2시간이 걸리는 일정으로 사고에 대비해 구명조끼를 입는다.


건너편 북한 땅의 헐벗고 초라한 모습이 활기를 띤 중국 땅과 대비가 된다.




최근 강원도가 화천군에 있는 파로호(破盧湖)의 이름을 바꿀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다.


도지사가 종북성향의 민주당 소속 최문순이니 능히 그럴만하겠다.

1944년 만들어진 인공호수 화천저수지는 1951년 5월 국군 6사단이 이 일대에서

중공군을 격파하였는데, 이때 중공군 사상자가 2만5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보고를 받은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격파한 호수'란 뜻으로 '파로호란 이름을

지어줬는데 요즘 와서 중국 눈치를 보느라 이름까지 바꾸려하니 저 북한 땅같이 될까봐

소름이 끼친다.


허긴 국립묘지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묘를 파내자고 주장하는 김용옥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았으니 조만간에 일을 낼지도 모르겠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의 제재로 궁지에 몰린 화웨이 회장은"상감령(上甘嶺) 전투처럼 미국에 맞서겠다"고

하는데,

상감령이란 이름은 강원도 철원 김화읍 오성산 남쪽인 저격능선과 삼각고지 사이의

고개를 말한다.


현역시절엔 올라가지 못했으나 1978년 동원훈련 때 대성산 정상(1175m)에서 건너다 본

기억이 난다.


중국에선 1952년 10월 14일부터 11월 25일까지 42일동안 이어진 저격능선 전투와

10.14부터 11.5일 사이에 벌어진 삼각고지 전투를 상감령전투라 한다.


팽덕회는 휴전회담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4,000km의 대규모 땅굴로 방어진지를 구축했다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유엔군은 쇼다운(Operation show down) 작전을 펼쳐,

국군 2사단(사단장 정일권)이 중공군 15군의 저격능선을, 미군 7사단이 삼각고지를

공격했는데 이 전투로 아군전사자는 4830명, 중공군은 1만4867명이나 된다.

이 글을 정리하며 예전에 읽었던 전사(戰史)를 꺼내 재확인을 한다.




북한의 헐벗은 땅을 보며,

단교에서 본 항미원조 보가위국이라는 글자와 '상감령 전투'라는 말이

생각나니 참 묘한 일이다.



빨간흙 사이로 초소가 보이고 앳띤 인상의 북한 군인이 보초를 서고 있는데

손을 흔들어도 무심한 표정이다

어쩌다 자전거를 탄 여인이 지나가고, RV차량 한 대가 비탈길을 지나간다.


비탈에 겨우 서서 풀을 뜯어먹는 소는 비루먹은 듯 비쩍 말라 갈비뼈가 보일 정도이다.

드문드문 지나는 사람은 남녀가 다 비쩍 말랐고 남루한 옷차림은 고달픈 삶을 대변한다.




북한군 병사로 보이는데 물고기를 잡아 노를 저으며 간다.


11;16

다 낡은 버스가 느리게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저곳 사람들은 남한사람보다 더 일을 많이 한다는데 왜 못살까.


북한이 1970년대만 해도 남한보다 잘살았고 중국보다 훨씬 더 잘살았기에 한때는

동북아의 롤 모델이었다는 가이드의 멘트가 기억 난다.


문제는 3대 세습을 한 김씨 왕조가 아닌가.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해주는 나라로 변했고

민주주의의 발전은 대통령을 욕해도 잡혀가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주주의 대척점이 공산주의라 하는데 이는 틀린 대답이다.

민주주의의 대척점은 공산주의가 아니고 독재주의이며 공산주의의 대척점은 자본주의다.

많은 사람들은 이 기본사실을 호도(糊塗)하려 우긴다. 


대한민국 언론은 장자연의 사건을 빌미로 특정인을 죽이려고 '윤지오'라는 여인의 먹잇감이

되었다.

윤지오는 KBS 5회, JTBC 3회, TBS에 2회를 출연하며 각 언론 매체로부터 섭외 요청이

쏟아지고 책까지 출간 하였으며,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사건 조사를 2개월 연장을 해

경쟁언론끼리 서로 물어뜯었다고 한다.

 

왕복 비행기 티켓과 숙박비를 지급하고 경호원을 5명이나 붙였는데 어느 날 훌쩍

캐나다로 떠나자 이제 와서 근거 없는 의혹을 쏟아냈다고 난리치더니 사기 혐의, 모욕

혐의로 고발했고, 후원자들은 속았다고 후원금 반환소송을 낸다고 연합뉴스에 떴다.


대한민국 역사 발물관엔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 관련 전시물은 대폭 줄이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 비판과 민주화 투쟁사는 대폭 늘린다고 하며,


남북관련 전시에는 문재인과 김정은이 판문점 도보 다리에서 만나 대화를 하는 사진을

내건다고 한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이 취소되었고,

임시 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독립운동가 10명의 대형초상화에서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을 빼고 민주화 운동 자료와 6·15공동선언문 등으로 채웠다는데,

산업화는 대폭 축소되고 촛불집회와 미투까지 포함한 역사박물관이라,

대한민국엔 운동권의 역사만 있는 건가.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경제권 10위가 된 나라,

원조를 받던 나라가 세계 7번째로 인구 5000만, 소득 3만 달러 국가가 된 자랑스러운

나라에서 역사박물관이 역사는커녕 정권박물관이 되었다고 하니

한강의 기적은 사라지고 조만간 저 북한 꼴이 될까 무섭다.


진보운동권의 대부인 장기표는 말했다.

대한민국에 "자기와 같은 데모꾼만 있었다면 나라가 진작에 망했을 거"라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이글을 정리하는 중,

6.6일 현충일 문대통령이 추념사에서 김원봉의 공적을 다시 거론한다.


독립운동은 했지만 북한정권 수립의 공훈자이며 6·25 전쟁의 원흉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아간 사람인데도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또다시 갈등을 야기 시키니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전쟁과 공산화로 수많은 사람을 살상한 전범을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한다면,

북한정권 수립을 한 김일성 등 모든 인물을 포상할 수 있다는 논리이기에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모르겠다.


요즘 그의 눈엔 한(恨)과 독기가 서렸다.

앞으로 얼마나 국민을 더 고생시킬지 아무도 모른다.







11;55

달린지 50여분만에 수풍댐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도착한다.

발전용량 80만kw로 한때는 남한의 전지역까지 전기를 공급하던 댐의 모습이 초라하다.


수풍댐은 길이 900m, 낙차 106.4m, 용적 330만㎥, 면적 345㎢, 유효 저수량 76억㎥이다.


길이 530m, 저수량 29억톤, 높이 123m, 발전용량 20만kw의 소양호 사력댐과 비교를

해보는데 수풍댐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소양댐은 생활용수, 농업, 공업과 홍수조절을 하는

다목적댐으로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


12;33

예비 배터리를 찾다가 주머니에서 이번 여행과 아무 관계가 없는 카드명세표가 나온다.

카드 명세표에 병원과 약국에 지출한 비용이 얼마나 되었는지 잠시 드려다 본다.


나이가 들면 고칠 수 있는 병과 고치지 못하고 그냥 안은 채 살아가는 병이 확연히 구분된다.

병원에 들리면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병이니 그냥 안고 사세요"라고 하는 의사가 의외로 

많다. 


우리는 전쟁세대라 나이 편차가 크다.

많게는 5살까지도 차이가 나는데 식사를 하고 나면 다들 복용하는 약봉지를 꺼낸다.


나이가 들어 노쇠(老衰)가 생기면 바로 사망하지는 않지만 아픈 상태로 긴 여명을

살 수도 있다.

노쇠가 생기고 치매가 오면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짐이 되고 불행해진다.


기력이 없어져 보행속도가 느려지고 악력(握力)이 떨어지면 전(前) 노쇠단계다.

나이가 들면 다 그렇다고 생각을 하면 회복 기회를 놓친다고 한다.


근육부족이 원인이고, 허벅지나 종아리 근력이 줄면 보행이 어렵고 넘어져 다치기도 하며,

몸에 이상이 생기면 숟가락 드는 힘부터 약해지고 음식을 잘못 삼키며, 하루 이틀만

못 먹어도 기력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 근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데 걷거나 근력운동 또는 발가락 체조도 좋다며,

식사는 채식 위주보다는 담백질 음식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육식 위주의 식사는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백경화의 원인이 된다는데 동맥경화가

생기려면 약 20~30년이 걸린다며 근육감소가 되지 않으려면 고기를 자주 먹어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 이번 여행 일정 중 식사엔 삼겹살 무한리필도 있고 고기가 많다.


특히 편안한 삶을 버리고 에스컬레이터 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은 33시간 버스를 타고, 내리면 걸어야하는 일정이니 운동이 제대로 되겠다.


노쇠예방엔 영양, 운동과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등 환경개선이

특히 필요하며 불필요한 약물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낙천적이고 적극적인 사고가 중요하다고 하니 눈여겨볼 대목이라,

우리 친구들만이라도 노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서로의 관심이 필요할 때이니

함께 힘을 합쳐 예방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12;36

통화로 가는 길가의 산은 원시림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조금 전 본 북한의 헐벗은 산이

원시림 위로 오버랩(overlap) 된다.


북한은 산꼭대기까지 밭을 일궜는데 중국 길림성의 평원에서는 충분한 농사를 지을 수

있어 굳이 산을 개간하지 않아도 되는가 보다.


농가에선 하얀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통화를 향해 평원을 가로지른다.

오녀산성도 지나고 파란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린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변화하는 날씨는 대륙의 변덕이라, 내일 백두산 천지에 올라야

하는데 날씨가 걱정이 된다.


14;28

차량에서 전총장이 일본에 대해 극일(克日)을 하자고 하며 유학생활과 세미나 등

경험담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요즘 우리나라의 외교·국방이 엉망이라 한 마디 한 마디 다옳은 말이다.

맞다 극일은 문대통령이 친일잔재 청산하자고 해도 되는 게 아니다.

우수한 자질로 실력을 길러야 진정한 극일이 될 수가 있다.


가끔 매스컴에 흥분한 기사가 나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잊혀진다.

나는 주장한다, 말로 하는 친일청산은 말로 그칠 뿐이요,

폴란드는 가해자 독일에 대하여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게 바로 독일 대통령이나 총리가 방문하면 희생자 묘역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는 원동력이 되는 거다.


일본에게 그 정도까지 바랄 수는 없지만, 강제징용 등 추상적인 재판결과로만

압박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실제로 실력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극일방법이리라.



16;20

세상이 어두워진다.

거센 바람이 55인승의 거대한 차량을 흔들어 대고,

우당탕 폭우가 쏟아질 거만 같은 음산한 분위기로 세상을 바꾼다.


산골짜기에도 어김없이 사람이 산다.

낮고 빨간 지붕으로 된 전통적인 중국양식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유동인구는 보이지 않는다.


21;00

통화의 숙소인 호텔 비상벨이 요란스럽게 울리고 각 방에 머무르던 투숙객들이

복도로 쏟아져 나온다.

호텔 복도엔 쑥 연기와 냄새가 자욱하고 공안과 소방대원이 출동하였다.

우리 팀에 응급환자가 발생하여 처지(處置)를 하였다고 둘러대는 해프닝이 발생한다.


사고의 연속인가.

머피의 법칙과 아홉수의 저주를 생각하는 밤이 된다.


                                              2019.  5.  28.  수풍댐과 통화에서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