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느림의 미학 44 소<牛>란?

김흥만 2017. 3. 21. 21:04

난 촌놈이다.

촌놈도 완전한 촌놈이 아니고 얼치기 촌놈이다.

차라리 농사도 짓고 소도 길러본 촌놈이라면 의문점이 없을텐데~워낙에 뻰질거려 

아버지나 형제들한테도 뻰질이로 낙인 찍힌 나는 비교적 힘든 일을 하지 않고 자랐다.

 

워낭소리?

워낭소리란 무엇일까?

소를 움직이게 할 땐 "이랴!"

소를 멈추게 할 땐 "워!워!" 하는데~워낭이란 소의 목이나 머리부분에 다는 방울이다.

 

딸랑! 딸랑!

요즘 <워낭소리>란 독립영화가 꽤나 인기다.

평생 땅을 지키는 최노인이 30년을 넘게 부려온 소의 나이가 무려 40살이 넘었다 한다.

소의 수명은 평균 15년인데~

귀가 잘 안들리는 최노인과 이 소는 최고의 친구요, 농기구요, 자가용이다.

무뚝뚝한 노인과 이 소의 환상적인 우정에 이어 죽음을 지켜보는 쓸쓸함을 보며

진한 감정을 느낀다.

 

소는 포유동물로서 높이 1.2~1.5m 정도 자라며,

검은소, 흰소, 누렁이, 얼룩소 등이 있으며 짧은 털이 나 있다.

뿔은 없거나 한 쌍이 있고, 발굽은 둘로 갈라져 있으며, 꼬리는 가늘고 술 모양의 털이 있다.

풀을 주로 먹고 되새김을 하며, 옛날부터 우리에게 아주 유용한 가축으로 운반, 경작따위에

쓰며 고기나 젓은 식용으로 가죽, 뿔 등도 여러가지로 이용되며 버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내가 다니던 진천중학교 옆 서울로 가는 17번 국도변에 도축장이 있다/

비가 오는 날~소들은 좁은 트럭의 짐칸 위에서 서로의 몸을 부대끼면서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서 있다.

소들은 자신이 가는 곳을 안다.

 

자신이 가는 곳을 아는 듯 장엄하게 서 있다가 큰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거리다

결국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도살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몸부림 치다가

막상 도살장 안으로 들어서서는 체념한 듯 무거운 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큰 해머를 써서 도축을 하는데 좀 더 고통을 줄여주는 방법이 없을까?

 

지난 번 예봉산 등산 후

등산로 입구 싸리나무집에서 닭볶음탕을 주문한다.

주변에 있던 닭들은 일제히 찢어지는 목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하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처절한지~잠시 후 토종닭 한 마리가 주인의 손아귀에 잡혀

바로 탈수기 안으로 들어가고, 10여 분 후에 털까지 뽑힌채 음식재료가 되어 나온다.

 

조금 전 까지 돌아다니며 모이를 쪼아먹던 토종닭에 대한 미안한 생각으로

난 거의 먹지 못했다.

물론 그 이후엔 생닭은 주문을 못하고 항상 냉동닭으로 먹는 버릇이 생겼다.

 

그 닭들은 자신들의 죽음이 임박한 것을 온몸으로 느꼈던 거다.

다른 걸 주문했으면 그 닭이 단 며칠이라도 더 살았을텐데 하며친구들에게 이야기 하니

내가 많이 소심해졌다 한다.

 

사실이다.

17년이나 살다 간 밍키(요크셔 테리어) 생각에 개고기도 못 먹는다.

 

은퇴 후 산과 대자연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려 노력하다 보니

세밀한 부분까지 관찰이 되고, 사소한 부분도 마음의 짐이 되니~

왜? 

훌훌 털지 못하는 걸까? 

잠시 상념에 젖는다.

 

                                       2009.  3.   27.  석천  흥만  졸필

 

 

출처 : kimhm4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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