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1. 10;00
참 시끄러워도 엄청나게 시끄러운 세상이다.
추접하고 찌질한 사람 하나 때문에 한달 넘게 인간세상은 아우성치고,
17호 태풍 타파는 자연세상을 강타를 하려고 북상중이다.
오늘만은 세상의 잡소리에서 벗어나 천상의 소리를 듣고 싶어 발왕산 정상에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기다린다.
현재고도 751m,
남한에서 12번째로 높은 발왕산(1458m)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초당 5m정도 속도가
난다니 불과 15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겠다.
케이블카에 오르며 문득 무주 덕유산과 설악산 권금성의 케이블카가 생각난다.
영남 알프스의 천황산에 케이블카 설치 공사를 한창 할 때인 2011년 9월 21일
천황산에 올라 공사현장을 보았는데 지금은 영업을 한다고 한다.
최근 설악산 오색~끝청까지 연결되는 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의 부동의(不動議)로
무산되었다.
설악산 대청봉까지 수차례 올랐건만 산양 서식지의 파괴 등 환경파괴의 사유로
동 사업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에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연간 몇 명이나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답압(踏壓)으로
훼손된 산길을 보며 많이 아쉬웠는데 조금이라도 답압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사라진 거다.
그동안 스위스 알프스의 케이블카 등 유럽 여러나라의 케이블카를 타며 매우 부러웠고,
우리나라 대표산인 설악산에 권금성을 빼고 케이블카가 없어 매우 아쉬웠는데 이제는
포기를 해야 될 모양이다.
전 세계의 케이블카로는
오스트리아 2900개 노선, 일본은 27개, 스위스는 2480개 노선을 운영하여 시장규모가
연간 1조6000억 원 효과가 있으며, 독일도 160개 노선을 운영 중인 반면
우리나라는 환경단체의 극심한 반대와 환경부의 규제가 심해 정권이 바뀌어도
매번 설치가 무산(霧散)되는 실정이다.
설악산을 여러 번 등반할 때마다 오색~끝청으로 설치되는 케이블카는 의미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끝청의 조망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
겨우 점봉산이나 보일 정도로 조망은 열악하고 주변은 너덜지대이다.
따라서 나중에라도 설치할 거라면 중청이나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케이블카가 더
좋겠다는 개인의견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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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의 용평 스키장 케이블카에 오르며 가까이 앉은 친구의 얼굴을 바라본다.
누구든지 친구들의 구성은 다양하다.
소굽장난을 하던 고향 동네친구,
학교를 같이 다니던 학교 친구,
직장생활을 하며 가깝게 된 직장 친구,
군대에서 전우로 함께 지내던 군대 친구,
사회생활을 하며 사귀게 된 사회 친구 등 일일이 열거하기엔 너무나 많다.
수많은 친구들 중에 어느 친구가 가장 편할까.
언제나 내편을 들어줄 절친은 몇 명이나 될까.
어느 친구는 말한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는 언제든지 이별을 할 수 있지만 고향친구만은 서운한 일이
생겨도 죽을 때까지 오래 볼 수 있다고 말이다.
나라도 국가적 생존을 위해선 친구나라가 필요하다.
국가 관계에서 흔히 동맹국, 형제의 나라, 우방국, 전략적 동반자라는 말을 잘 쓴다.
그러나 요즘같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우리나라에겐 절친도 형제나라도
영원한 우방이라는 단어도 무의미하다
또한 국가 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원수관계도 없는데 우리 대한민국의 친구
나라는 몇 개국이나 될까.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금 일본과는 원수가 되어 싸움 중이고,
중국은 우리를 중화 패권에 속한 속국(屬國)으로 여기고,
북한은 핵무기로 무장하여 우리를 우습게 알고,
미국이 우리를 글로벌 세계에서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는 졸(卒)로 취급하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말할 수 있는 답은 각자 위치에서 능력과 지식을 키우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하여 많은 전략적 동반 친구 국가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잠깐 상념에 빠진 사이 내 몸은 하공으로 붕떴다.
흰 눈이 수북이 쌓여 스키어들이 질주를 했던 스키장에 노란 금계국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보낸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무더위가 태풍이 몇 번 지나가고 또 17호 태풍 '타파'가 올라
오는 중 슬그머니 사라졌다.
더운 공기와 시원한 공기가 엇갈린 오늘,
나는 복잡하고 골치 아픈 세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려 허공에 내 몸을
맡긴다.
태풍이 몰려오기 직전이라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몰려와 다소 음울(陰鬱)하지만
케이블카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나무들과 폐부(肺腑)에 들어오는 맑은 공기는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3710m 길이의 케이블카는 하늘을 나르고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린다.
며칠 전부터 태풍이 신경 쓰여 시시각각 체크를 했는데 밤 늦게부터 내린다는 비가
벌써 내리기 시작하니 난감하다.
우산을 챙기지 말라고 공지를 하였으니 자칫 폭우라도 쏟아지면 낭패를 보겠다.
내가 탄 케이블카는 천상을 향해 치닫지만
스키어를 나를 곤돌라(gondola)는 정지 상태로 조용히 침묵을 지킨다.
고도가 해발 1400m를 넘자 인간세상이 성냥곽보다 작게 보이고 간간이 보이는 산릉은
비구름이 감싸 지워지기 시작한다.
1996년 동계아시안게임, 1998, 2000, 2003, 2005년 월드컵 스키대회, 2007년 세계
인터스키대회를 치룬 케이블카의 종점이 구름 속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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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천상의 세계에 올랐다.
거칠게 불던 바람이 잠시 순해지고, 죽어 천년세월을 더 버텨야할 주목(朱木)이 하늘을
향해 무언가 염원(念願)을 보내고 있다.
귓가로 윙하는 바람소리가 밀려온다.
바람소리에 구름소리도 묻어온다.
여기서 들리는 소리는 때 묻지 않은 천상의 소리구나.
저쪽은 어디일까,
활엽수 사이에 혼자 선 '분비나무'가 외롭다.
해발 1458m에서 친구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꽤 높이 올라와 발왕산 정상이 지척인 곳에서 함께 마음과 시선을 나눈다.
문득 사백년 전 '판토하 신부'가 쓴 칠극(七克)이란 책에서 마음의 병이 일곱 가지인데,
묵은 것을 없애고 새 것을 쌓는다는 소구적신(消舊積新)이 생각난다.
교만함을 겸손으로 이기고,
질투는 어짊과 사랑으로 극복하며,
탐욕은 베풂으로 풀고,
분노는 인내로 가라앉힌다.
욕심은 절제로 막으며,
음란함은 정결로 차단하고,
게으름은 부지런함으로 넘어서라고 하는 거다.
색욕은 늙으면 식는 것이요, 분노는 참으면 없어지고 고요하면 물러난다.
그러나 교만은 한번 마음에 들어오면 항상 붙어 다니며 몸이 늙어도 교만은 시들지
않는다는 철학적인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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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친구에게 '따거'라고 불렀더니 욕을 하는 거로 오해를 한다.
중국에선 형장(兄長)이라는 말을 잘 쓰고 부형(父兄)이라는 말도 잘 쓴다.
대형(大兄) 또는 다거(大歌)란 우리식으로 '큰형님'이란 표현이고,
노형(老兄)은 더 높인 호칭이며, 인형(仁兄)은 동년배 친구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같은 연배 또는 나이가 다소 낮아도 세형(世兄)이라며 높여 부르기도 하는데
오래전 금강산에서 '자네'라는 말을 썼다가 친구에게 한참동안 오해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발왕산 정상을 향해 오른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에서 자라는 '사스레나무'를 보면서 나무를 통해 내 삶을
통찰해본다.
나무는 정해진 목표가 없으니 서두르는 법이 없다.
산을 오른 40여년 세월, 앞서지 않고 뒤처지지도 않으며 자연의 속도에 순응하는 나무를
보며 늘 나무를 닮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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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판에 땀도 나지 않았는데 발왕산 정상(1458m)에 올랐다.
정상은 지상에서 몰려온 박무(薄霧)로 덮이기 시작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정상에
섰다는 환희를 나눈다.
옛날 도승이 이 산에 팔왕(八王)의 묘자리가 있다 하여 팔왕산으로 불리다가 발왕산
(發王山)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인근에 있는 태기산(1259m, 2015. 8. 26일 등반)에도 신라에 망한 진한의 태기왕
(泰岐王)이 성벽을 쌓고 항전하였다는 전설이 있어 발왕산과 연관시키려 해도 자료가
없어 확인을 할 수가 없다.
구상나무는 수목한계선이 덕유산이라 했다.
여기 발왕산 정상에는 구상나무와 비슷한 분비나무가 여기저기에 보이고,
전나무도 많이 보이는데 특히 분비나무 고사목(古死木)이 즐비하다.
누운 '주목'을 본다.
전국의 이름 있는 높은 산을 다 올랐어도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있는 주목만 보았고,
죽어서도 꼿꼿이 서서 당당하게 품위를 지키며 흙으로 돌아가려 하는 주목을 봐왔는데
뜻밖에도 누운 주목을 만난 거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기적이요, 신비 아닌 것이 하나도 없으며, 영원 속에서 완성될
모습을 떠올리면 황홀해진다"라고 '마음의 눈을 뜨니'에서 구상 시인이 쓴 시를 생각하며
누워서라도 천년세월을 살 주목을 바라본다.
이런 대자연에선 소박한 진실이 그 어떠한 화려한 수사보다도 마음에 와 닿는다.
비록 하늘을 향해 벌떡 일어서지는 못하지만 기어서라도 천년주목의 존엄성을
잃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응원을 한다.
빗방울은 간간히 떨어지고 박무가 사위(四圍)를 감추더니 다시 거센 바람이 분다.
바람의 속도가 초속 18m가 넘으면 케이블카의 운행을 중단하기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풀숲에 보라빛꽃이 보여 접근을 하니 '투구꽃'이 피었다.
태기산과 두타산에 오르며 많이 만났던 투구꽃을 발왕산에서도 만난다.
개화기가 7~8월로 아는데 여기는 1400m가 넘는 고지대라 늦게 핀 모양이다.
며칠 전 두 노인이 이 꽃을 매운탕에 넣어 끓여먹고 죽었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나왔다.
이 꽃은 통증과 마비 등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부자, 비상 등과 함께 사약(死藥)으로
쓸 정도로 맹독성을 가진 꽃으로 순식간에 신경을 마비시키고 사지를 오그라붙게 하는
독품(毒品)이다.
또한 초오(草烏)라고도 불리는데 비슷한 '가는돌쩌귀'도 있다.
맹독성을 가진 투구꽃 옆에 '흰송이풀'도 피었다.
외연도의 봉화산을 오르며 만났던 송이풀을 여기서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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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 고시된 발왕산의 주목군락지에 선다.
고령주목이 260본이라는데 관리는 엉성하다.
소백산 산정에서 자라는 주목군락은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하여 관리를 하고,
태백산의 주목엔 나무마다 일련번호를 매겨 철저히 관리를 하는데 여기 발왕산 주목엔
관리를 한 흔적이 별로 없고, 나무의 구멍 난 부분을 시멘트로 메워 관리를 한 나무를
겨우 발견한다.
주목 아래에서 흰병아리를 닮은 '흰진범'도 만난다.
진범은 꽃이 아름답지만 투구꽃과 마찬가지로 백부자로 불릴 정도로 맹독이 있어
옛날 동물을 사냥할 때 이 식물의 독을 썼다고 전해진다.
2009년 9월 15일 영동 민주지산(1241m)에서 만났던 흰진범을 여기서도 만나니 반갑다.
보랏빛을 띠면 '진범' 상아빛의 흰색이면 흰진범'으로 구분한다.
지질학적인 용어로 발왕산 일대의 기반암은 고생대말에서 중생대초에 걸쳐 퇴적된
'평안누충군'이라 무연탄이 많이 매장되었다는데,
돌탑에 돌멩이 하나를 올려놓으며 시끄러운 우리나라의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빈다.
11;15
안개가 살짝 걷힌다.
황병산(1407m), 박지산(1391m 2012.9.19일 등반), 두루봉(1226m), 옥녀봉(1146m)의
방향을 갸늠할 수가 없어 하산을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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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창건한 천년고찰 월정사는 방문객으로 소란스럽다.
국보 제48호인 8각9층 석탑을 뒤로 하고 시끄러운 경내를 신속하게 벗어난다.
광릉수목원, 변산 내소사 전나무 숲길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숲으로 불리는
월정사 전나무숲길에 선다.
평균 수령이 100년에 가깝고 300년 이상 된 아름드리 전나무 1700그루가 도열한
전나무숲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세속의 번뇌를 씻고 해탈의 문에 드는 묘한 기분이 든다.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진 다람쥐가 빤히 쳐다본다.
아기들과 먹이로 밀당을 하는 다람쥐 모습을 보며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다.
시인묵객은 내소사 전나무숲길에 아지랑이 피고 안개가 들면 월명무애(月明霧靄)라 했고,
저녁노을이 질 무렵 종소리가 들리면 소사모종(蘇寺暮鐘)을 노래했다.
나는 이 숲길을 걸을 때,
스님이 땅바닥에 비질을 하여 일정한 빗살무늬가 남은 이 숲길을 걸을 때,
나 비록 도반(道伴)의 길을 걷지 않아도 저녁노을이 질 때 월정사의 종소리가 듣고 싶으니
월정모종(月精暮鐘)을 마음속에 항상 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 걷기가 끝날 무렵,
조용히 닫힌 물에 빗방울이 떨어지며 작은 무늬가 생긴다.
적막이 쌓인 산속에서 물을 보면 마음이 더 차분해진다.
어디선가 가냘픈 물소리가 들린다.
내가 이근원통(耳根圓通)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는데 물소리가 들리니 어느새 잡념(雜念)도
사라지고, 여념(餘念)도 가시고 가슴속에 일념(一念)만 남은 모양이다.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떠올리며 청태산으로 향한다.
15;00
1997년과 2012년 5월 18일 올랐던 청태산(1200m)에 도착한다.
무려 22년과 7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금년은 태풍이 참 많이 찾아온다.
며칠 전엔 쌍무지개를 만났고, 오늘은 태풍의 영향으로 비를 맞는다.
천문(天文)을 보는 옛사람들은
흰 기운이 하늘로 뻗치고 무지개가 하늘을 꿰뚫으면 나라에 병란이 일어나고
간신이 임금을 덮어 가리는 불길한 조짐이라고 했다.
최고 권력자는 말만 하는 구언(求言)이나 고집불통을 지나 먹통의 정치를 하지 말고,
하늘의 경고에 답해야 하는데 국민의 바람을 위로해주기는커녕 점점 더 먹통과 단절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하늘은 고식적인 어짐(姑息之仁)과 구차한 정치(苟且之治)를 무지개를 통해 경고를
하기에 이젠 무지개도 반갑지 않다.
조선의 시조인 태조 이성계가 강릉을 가다가 청태산의 아름다운 산세에 반하고
큰바위에 놀라 청태산(靑太山)이라는 휘호를 직접 하사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청태산 자락에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고 방수재킷을 입었어도 금세 옷이 젖어든다.
이성계가 놀랐다는 큰바위는 두 번의 산행에도 불구하고 어디 있는지 모른다.
다만 비를 흠뻑 맞은 '강활(羌活)'을 보며 해발 1000m에서 만났던 '큰앵초'가 생각난다.
15;30
고등학교 2학년 당시 한일회담 반대데모가 대단했지.
학교가 마침 청와대 근처에 있어 상급생들과 학교 정문을 나서자마자 최루탄 가스를
얻어맞고 눈과 코가 매워 운동장을 팔팔 뛰어다녔다.
그 후로 유신철폐, 직선제 넥타이부대, 촛불시위 등 많은 데모가 있었지만
나는 시위라곤 근처에도 간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의 조국 법무장관 임명엔 도저히 못 참겠다.
앞에선 정의를 외치며 뒤로는 온갖 특권과 반칙을 일삼고,
남의 잘못을 비판할 때와 자신을 방어할 때는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위선으로
가득차고도 남은 사람,
조국 덕분에 블라인드 펀드, 장학금, 의학 논문, 상장 위조 등 참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들이 다한증(多汗症)으로 군대를 못 갈까봐 수술을 받아서 병역의무를 마치게
한 부모라, 스펙을 만들어주지 못한 부모지만 그래도 부끄럽지는 않았다.
성인군자는 아닐지언정 '나쁜 놈'소리는 듣지 않으려 평생 범법행위를 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요즘은 부정직하고 몰염치한 장관과 대통령에게 나쁜 놈이라고
대놓고 욕을 한다.
심지어는 당구장에서 1적구를 대통령 머리로, 2적구를 조국의 머리통이라 생각하고
큐대를 샷 할 때가 많다.
자기네들이 저지르는 불공정을 공정이라 우기고 불평등을 평등이라 하는 사람,
남의 잘못은 신랄하게 비판하고 똑같은 유형의 자기 잘못은 인정하려 들지 않고,
불의를 정의라 우기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에서 국민들은 울분을 터뜨린다.
'조로남불'이라는 말이 보통명사가 되자 청년들의 분노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어느 교수는 청춘이라 아프다고 했지만 우리 신중년 세대도 이렇게 썩은 세상에선
아프다.
그래도 우리 젊은이들은 조국이 같이 무임승차하지 않으려하고,
아버지가 누구인지 묻지 않으려하고, 희생을 당연시 하지 않고, 공적인 것도 올바름을
물으려하고, 자신도 지키지 못하면 남에게 강요하지마라고 외치는 청춘들이 많이 있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2019. 9. 21.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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