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509 재미로 하는 청소

김흥만 2020. 1. 11. 21:27


2020.  1.  10.  03;30

초저녁잠이 많은 거도 아닌데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새벽 4시 전후 기상하는 게 평생 습관인데도 오늘따라 세시 반에 깼으니

점점 노인의 반열(班列)에 가까워지는가 보다.


영하의 날씨라도 초미세먼지 지수가 보통의 기준을 넘어 나쁨으로 나온다.

새벽산행을 하기도 영 마뜩잖아 다시 잠을 청하고 모처럼 꿈을 꾸며 늦잠을

즐긴다.


07;40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한다.

현역시절엔 집안 청소에 무관심했기에 눈 뜨면 새벽조깅을 나갔고,

늘 고객과 만나는 영업으로 매일 음주는 물론이고 퇴근하면 씻고 자느라

바빴기에 집안일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은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척추분리증으로 척추뼈 사이에 특수금속을

박는 수술을 받고 힘든 일이나 쓰레기 분리배출 등은 자연스럽게 내몫이

되었다.


몇 년 후 아들내외가 분가하자,

스마트 워치를 차고 혼자서 밀레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까지 하면

소요시간 약 두 시간에 3천보가 나오며 몸이 녹초가 되어 한참을 앉아쉬어야

회복이 된다.


틈틈이 로보킹이라는 LG전자 로봇청소기를 돌려도 마음에 들지 않고,

청소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던 중 TV 홈쇼핑 방송에서 나오는

코드 제로9  LG청소기가 딱 내가 원하는 제품이다.


코드 제로 물걸레 겸용 청소기 가격이 120만 원이나 하는 고가(高價)라

대체상품으로 고객만족 1위를 했다는 휴스톰청소기를 사서 돌리니 회전속도가

빨라 청소기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고,

돌린 지 15분 만에 과부하(過負荷)로 모터가 중지되는 바람에 청소를 할 수

없어 반송을 한다.


거금 117만원을 지불한 코드제로 청소기를 돌려보니 너무 쉽다.

물걸레 겸용으로 한번만 하면 되고 먼저 3천보나 나오던 활동량이 불과

1천보 이내로 떨어지며 청소시간도 두 시간에서 40여분으로 단축이 된다.


영국제품 다이슨보다 비싼 LG청소기를 돌리며 재미를 느끼니 이제부터는

청소가 노동이 아니고 즐거움이라 LG홍보실에 '재미로 하는 청소'로 홍보와

광고를 권하고 싶다.


예전에 마지못해 억지로 하던 청소에 재미를 느껴 요즘엔 3일 간격(term)으로

청소기를 돌리고 나머지 시간엔 군대 내무반에서 관물정돈을 하듯 옷가지와

속옷 등을 각을 세워 오와 열을 맞춰 정리정돈을 한다.


쓰레기 분리 배출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처음엔 쑥스러웠으나 지금은

익숙하다.

모름지기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을 할 때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건 남자의

몫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부엌근처에서 얼씬거리면 사내놈이 불알 떨어진다고 빗자루로 내쫓던 어머니가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청소기를 물티슈로 정성껏 딖아낸 후 백팔배를 시작한다.


                                                         2020.  1.  10.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