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2.
여느 사람들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인생을 살면서 어쩌다 여행을 떠나면
일상에서 탈출한다고 한다.
평범했던 일상을 뺏긴지 여러 날,
코로나 19로 3개월을 중지했던 일박산행을 떠난다.
오늘의 이 여행은 일상으로 부터 탈출인가?
아님 늘 해왔던 대로 일상의 복귀인지 판단하기 아리송하다.
작년에 비해 1개월이나 일찍 핀 '수레국화'에게 물으면 답이 나올까.
10;22 속초 장사항
몸이 흔들릴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고 날아온 모래가 사정없이 빰을 때린다.
3일 연속 강풍주의보가 내렸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구나.
산을 오르지 않고 바닷길을 걷는 해파랑길 46번 코스,
이곳에 '소소리바람'이 부니 양간지풍(襄杆之風)인 모양이다.
봄철 양양과 간성 사이에 발생하는 남서풍을 양간지풍이라고 한다.
태백산맥 서쪽의 영서지역에서 발생한 상층의 따뜻한 공기와 하층의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어 동쪽 급사면을 타고 양양~고성~속초~강릉지역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말하는데, 국지적인 강한 돌풍으로 대형 산불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양간지풍을 몸에 맞으니 실감이 난다.
이런 현상을 학교에서 푄 현상(Foehn wind)이라 배웠다.
습기가 많은 동해안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수증기의 응결에 의해 영동지방에
비가 내린 후 영서지방에 고온 건조한 바람을 일으키는 '높새바람'과는 방향이
다르며 그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도 약간 다르다는데, 지금 내몸이 받아내는 바람의
순간 최대풍속은 얼마나 될지 유추(類推)하기가 쉽지 않다.
참 신기한 현상이다.
이렇게 바람이 세면 거센 파도가 방파제를 때릴 텐데 의외로 바닷물은 얌전하다.
파도가 바위와 방파제를 때릴 때 생기는 포말(泡沫)도 보이지 않고 바다는 평화로우니
말이다.
바람소리에 묻혀 파도소리 들리지 않는 바닷가를 걸으며,
나는 모처럼 만난 바다에서 강한 바람과 함께 산산히 부서지는 거친 파도를 기대했다.
잔잔한 바다를 보는 것보다 세상을 덮치는 파도를 보면 마음이 후련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집 담벼락아래 '매발톱'이 곱게 피었다.
매발톱에 포커스를 맞추는데 최근 활동량이 적어진 탓으로 체중이 불었기에
숨이 가빠 앵글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10;37
금강산이 소재한 고성군에 들어선다.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는 스님들을 따라잡는다.
이들도 순례의 길을 나섰는가 보다.
도반(道伴)의 길을 걷는 스님들의 발걸음이 어지럽지 않다.
도(道)란 무엇일까,
궁극적(窮極的)인 답은 해탈과 열반이 아니겠는가.
해탈(解脫)이란 굴레의 얽매임에서 벗어남을 말하며,
속박이나 번뇌 따위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편안한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열반(涅槃)이란 타오르는 번뇌의 불꽃을 지혜로 꺼서 일체의 번뇌나 고뇌가
소멸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인간으로 살며 속박이라는굴레, 즉 번뇌와 고뇌에서 어떻게 살면 벗어날 수가
있을지 늘 궁금했던 화두(話頭)였는데,
스님들의 절제된 자세와 허허(虛虛)로운 모습에서 비움과 채움을 생각하게 된다.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양간지풍은 영동지방의 산불이나 대형화재의 원인으로 주목받아 왔는데,
이곳 송림도 화마(火魔)의 불길을 피하지 못해 처참한 모습을 남겼다.
작년 2019년 4월 4일 고성군 토성면 도로변의 전기개폐기 불꽃으로 발생한
속초·고성 산불은 최대풍속 35.6m/s의 바람을 타고 확산되었다는데
그 피해지역의 한복판을 내가 걷고 있는 거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도 등장하는 대화재, 낙산사를 몽땅 태운 대형 화재 등
유독 이 지역에서 대형화재가 자주 발생하였기에,
기록 중에 산화폭발(山火爆發), 산화치열(山火熾烈), 대풍졸기(大風猝氣), 화괴비무
(火塊飛舞)같은 표현은 주목할 만하다.
기록을 찾아보니,
1996. 4. 23.~4. 25일 발생한 고성산불은 최대풍속 27m/s,
2000. 4. 7.~4. 15일 고성 등 5개 지역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최대풍속 23.7m/s,
2005. 4. 4.~4. 6일 발생한 양양 산불은 최대풍속 32m/s로 낙산사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었다.
불에 약하고 뿌리가 얕고 넓게 퍼지는 소나무의 특성상 많은 해송들은 다시 살아나기가
힘들겠다.
맞은편에서 중령 계급장을 단 군인이 당번병을 대동하고 나타난다.
청간정 가는 길을 물으니 미남 대대장이 자세하고 친절하게 답을 해준다.
아마도 이쪽 구간의 철책 철거 진행사항을 점검하러 나온 모양이다.
정부에서는 2021년까지 전국 해안에 설치된 군 철책과 초소 등을 없앤다고 했다.
전국의 해·강안 철책 길이는 284km라는데 다 없애면 경계에 차질이 없을까.
급변하는 남북관계 진전과 군의 첨단화로 해안경계 방식이 바뀜에 따라 해안
경계철책을 철거한다는 건데,
요즘 툭하면 벌어지는 군기문란사건 등이 머릿속에 겹치며 밀리터리 마니아
(military mania) 겸 나이 먹은 사람 특유의 노파심이 발동이 되어 그동안 안보와
국방에 대해 기록했던 메모장을 펼친다.
2018. 10. 7. 해병대 울릉부대 창설계획; 대대급 상주 부대 계획 좌절(SBS)
2019. 9. 6. 고고도 무인정찰기 전력화, 국산 전투기 개발 지속
2019. 9. 7. 북미협상 실패 시 한일(韓日)내 핵무장론
2019. 9. 7. GPS·INS결합 '벙커버스터' 60m 두께 콘크리트도 관통
2019. 9. 7. 일본과 공군력 격차 한국 '게임 체인저 필요'
2019. 9. 11. 美해군 신형 대함사일 첫 탑재한 연안전투함 태평양 배치
2019. 9. 14. 3만톤급 한국형 경항공모함 성능 어느 정도일까.
2019. 9. 17. 軍, 레이저 대공무기로 '소형 드론' 잡는다.
2019. 9. 17. 한국군 레이저 대공 무기개발 착수
2019. 10. 17. 공군 'F-35A 내년까지 총 26대 도착' 연말에 전력화 행사.
2019. 10. 10. 현대重, 차세대 이지스함 수주
2019. 10. 10. 해군 6천톤급 미니 이지스함 기본설계 착수
2019. 10. 10. 국산헬기 '수리온' 해외시장 공략 나선다.
2019. 10. 13. 동해에 태극마크 항공모함 띄울 수 있을까.
2019. 10. 13. 400m밖 적군 명중했다 누구나 명사수 '워리어 플랫폼'
2019. 10. 14. '베일'벗은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F35보다 기동력 우수
2019. 10. 19 표류하는 KF-X 스텔스 무장 탑재
2019. 10. 19. K2전차에서 천궁 미사일까지
2019. 10. 19. 명중률 93% 최대 사거리 27km 매버릭 미사일
2019. 10. 20. 해병대 기관포 단 공격헬기 도입
2019. 10. 26. 아파치헬기 18대가 동시 출격하면 어떤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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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18. 군,사거리 500km에 탄두중량 4톤 미사일 확보
2020. 3. 11. 북한 초대형 방사포 막을 방법은?
2020. 3. 13. 패트리엇 사드 SM3 미사일 잡는 미사일
2020. 3. 15. 왜항공모함 도입 결정까지 '23'년이 흘렀나.
2020. 3. 16. 350톤급 신형 호위함 개발 계약 체결
2020. 4. 4. K-9 자주포 한 번 더 성능 개량한다.
2020. 4. 7. 한국산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미국서 인정받았다.
2020. 4. 9. 북한이 두려워하는 글로벌 호크 2·3호기 속속 한국 도착
최근 국산 무기 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 퇴직 연구원 20여명이
지난 수년간 1인 당 수만~수십만 건의 기밀 자료를 유출해 수사를 착수했다는
기사가 떴다.
요즘 벌어진 상관폭행, 상급자 성추행 등 국방 관련사건·사고는 황당 수준을 넘었다.
무기야 잘 만들면 되지만 내부자 손에 기밀이 유출되는 등 앞으로 안보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이번 선거로 586NL(민족 해방) 운동권이 입법·사법·행정 3권을 틀어진 나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로 곳간 털어 먹는 나라가 되었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하자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확실하게 알도록 갚아
주겠다."며 당선자가 공공연하게 검찰총장을 겁박하는 나라에 내가 산다.
이들의 뒤끝과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아르헨티나, 그리스, 베네수엘라처럼 완전 파산이 될까.
말없이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며 머릿속에선 온갖 잡념이 떠오른다.
12;00
바닷길을 걷다 만난 바위 위에 선다.
삶이라는 인생길을 걸어야만 하는 사람들,
삶이란 길을 걷다보면 무수히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무심코 지나쳐버리기도 하는 인연도 많지만 필연(必緣)이 되어 놓치지 않는
인연도 있다.
수십억의 사람 중 만난 친구들과 바닷가에 서서 마주보는 인연은 흔치않다.
반세기 이상 영국의 수도 런던을 누비다가 2005년 12월 마지막 운행을 하고
우리나라에 온 런던의 명물 2층 버스 '더블 데커'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12;56
바람의 신(神)이 바닷가에 사구(砂丘)를 그렸다.
나는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전문가는 그림을 그리는 법에 신(神), 청(淸),
경(勁), 노(老), 활(活)과 윤(潤) 등 6가지 요점을 말한다.
또 네 가지 병통이 있는데, 강필(鋼筆), 고필(枯筆), 탁필(濁筆), 약필(弱筆)로
육요사병(六要四病)이 있다는 거다.
육요 중,
첫째는 손끝의 재주가 아닌 정신의 깊이를 담는 신(神)이요,
둘째는 맑은 기운이 감돌아야 하는 청(淸)이고,
셋째는 경(勁)으로 굳센 기상이 나타나야 하며,
넷째는 노(老)로 오랜 연습에서 오는 노련미가 있어야 하고,
다섯째는 살아 생동하는 느낌을 잘 살려야 하는 활(活)이요,
여섯째는 촉촉한 윤기가 느껴야 하는 윤(潤)이다.
이 육요를 망치는 사병(四病)은
첫째 강필로 딱딱하고 뻣뻣한 붓질을 말하며,
둘째 먹을 제대로 쓰지 못해 무미건조하고 삭막한 고필(枯筆)이요,
셋째는 청(淸)의 기운을 잃은 탁필(濁筆)이고,
넷째는 약필(弱筆)이다.
가없는 파란하늘, 푸른바다의 수평선에 점 하나 콕 찍어 만든 섬이라,
섬과 수평선은 조화옹(造化翁)이 그리고 만든 동양화의 한 폭이다.
고즈넉하면서도 멋진 풍경을 보며 운치와 필력의 조화, 변이합리(變異合理),
채회유택(彩繪有澤), 거래자연(去來自然)을 생각한다.
13;00
지금 내가 걷는 해파랑 길은 '산티아고 순례길(800km) 북쪽 길'이 연상될 정도로
비슷하다고 매스컴에서 찬사를 했다.
해파랑 길의 거리는 부산에서 고성까지 약 770km라고 한다.
그중 해파랑 길 46코스는 장사항~청간정~천학정으로 이어지는 15km로 5시간이
걸리지만 강풍으로 일정을 단축하고 속초 장사항으로 돌아간다.
2020. 4. 23. 07;00
먼동이 튼다.
하얗게 눈 쌓인 설악산 대청봉이 유혹을 한다.
다시 저곳을 오를 수 있을까.
저곳을 오르려면 더 늙지 않아야 하는데,
늙지 않는 삶이야 누구든지 원하는 소망이지만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다.
조금이라도 천천히 늙으려면 나이에 맞는 적당한 일과 여행이 있어야 하고,
거기다 사랑까지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텐데 일이 없으니 난감할 때가 많다.
거대한 공룡의 이빨같은 용아장성, 공룡능선, 화채능선, 울산바위가 지척이다.
신선대에서 바라보던 울산바위와는 또 다른 모습인 울산암의 장대한 기운을
빨아들이려 깊게 숨을 들이쉰다.
08;34 오대산 월정사
금강연(金剛淵)의 물소리가 바람소리에 묻혀 간간히 들려온다.
동대, 서대, 남대, 북대, 중대사 등 오대(五臺)암이 있는 오대산의 금강연은
서대(西臺) 수정암 인근에서 용출하는데 색과 맛이 보통 물보다 뛰어나고
무게가 달라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우퉁수'라 한다.
금강연 아래에는 용이 산다는 전설을 가진 용소(龍沼)가 있다.
이곳의 물은 세종실록지리지와 김정호의 청구도(靑丘圖)에서 한강의 시원
(始源)이라 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인생, 흘러가버린 인생을 생각한다.
서대사에서 발원한 시냇물이 흐르듯 나의 인생도 참 많이 흘렀구나.
내 인생은 순탄하였던가,
저물처럼 바위에 부딪히면 비켜서 흘렀던가,
나에게 주어진 인생길을 저항 없이 순응하고 걸었던 자신을 되돌아본다.
여행과 산행은 새로운 삶을 위한 호기심과 도전이다.
온몸을 파고드는 골바람의 냉기(冷氣)에 몸을 부르르 떨며 여행을 마친다.
2020. 4. 22~23.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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