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685 말, 말과 말

김흥만 2022. 5. 26. 09:55

2022.  5.  26.  05;30

으아!

절벽에 핀 '으아리'를 보며 나도 모르게 으아하며 반가워한다.

 

와! 라 하지 않고 으아! 하며 소리를 냈으니 나도 모르게

신조어를 만들어낸 모양이다.

                          <   으아리  >

 

요즘 내가 모르던 말들이 홍수처럼 밀려오는데,

최근 거대 공룡 야당인 민주당의 젊은 비대위원장이 잘못했다고

폴더 인사를 하며 국민에게 사과를 한다.

 

물론 폴더 인사라 함은 폴더 폰처럼 허리를 접듯이 90도 각도로

완전히 굽혀서 정중하게 하는 인사를 말한다.

 

내용은 팬덤정치로 국민들을 힘들게 한 것에 대하여 사과를

한다는데 팬덤(fandom)이라는 뜻이 무엇인가 찾아보니

'끼리끼리'라는 거다.

 

그냥 자기네끼리 했다면 간단한 것을 굳이 영어로 '팬덤'이라는

단어를 국민을 헷갈리게 만드는데,

즉 '개딸'이니 '개싸움'이니 하는 광신자 열광자 등 강성 지지자들

위주로 정치를 하는 바람에 자기네 지지율이 폭락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 번만 도와달라고 읍소(泣訴)를 한다.

 

상대편 진영에서는 대선에서 진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떼로

몰려나와 지역구를 바꿔서 출마를 한 세태를 나무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를 하는 비대위원장을 곡비(哭婢)로 비꼬기도 한다.

 

예전엔 양반의 장례 때 행열의 앞에 가면서 구슬프게 곡을 하는

계집종인 곡비(哭婢)가 있었고,

조선시대의 형벌제도인 태장도유사(笞杖徒流死)의 다섯가지형 중

태형이나 장형에 해당되는 처벌을 받으면 매를 대신 맞아주는

'매품팔이'도 있었다.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뒤에서 거들먹거리고 애먼 비대위원장이

사과를 하니 현대판 곡비인가, 아님 매품팔이인지 참 웃기는 세상이

되었다.

                      <   산딸나무 꽃  >

 

요즘 나는 말을 많이 배운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서 폴리페서, 앙가주망, 조로남불을 배웠고,

문 대통령 한테는 내로남불을 배웠는데 어떤 사람은 이들이 '케미

(chemi)'가 잘 맞는다고 한다.

 

폴리페서(polifessor)는 교수직을 유지한 채로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비난의 대상이며,

앙가주망(engagement)은 지식인과 학자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뜻하는 말이다.

 

이 단어들을 이용해 남에겐 비꼬는 욕으로 쓰고 막상 자기 자신에겐

관대하게 앙가주망이라는 용어를 씀으로 조로남불, 문로남불,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말이 되었으며,

케미(chemi)라는 말은 사람과 사람이 잘 어우러지고 궁합이 좋음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페미(femi), 젠더라는 말도 유행어이다.

페미, 반페미라는 말은 무엇일까.

 

페미니즘(feminism)의 사전적인 의미는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구조로 인해 여성에게 주어지는 억압에 저항하여

성평등을 이룩하고자 하는 사상,

즉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를 말하는 거다.

 

젠더(gender)라,

일반적으로 성(性)이나 섹스는 생물학적으로 남녀를 구분하는

신체적이며 유전학적인 용어인데 반하여,

 

젠더는 사회적인 환경과 훈련에 의해 남녀의 기질이 형성된다는 것을

강조한 여성학 용어로 축약을 하면 사회. 문화적으로 형성된 성(性)을

말하는데, 요즘 젠더 간의 갈등, 갈라 치기 등 온갖 말장난으로 세상을

현혹시킨다.

                            <  개양귀비  >

 

최근 신임 법무장관의 복장과 안경이 화제이더니 엊그제는 손목시계가

화제에 올라 빈티지 시계, 나토 스트랩이니 시계 덕후니 말이 참 많다.

 

꼭 빈티지(vintage) 시계라고 표현을 해야 관종이 되는 걸까.

그냥 낡은 스타일, 구식의 남루하고 초라한 개성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구형 시계라고 하면 간단한데,

 

가죽 시계줄 가지고도 나토 스트랩이요, 시계 덕후(일본어인 오타쿠)라는

말을 쓰며 그가 마치 의상이나 시계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진 사람으로 표현을 한다.

 

물론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복고풍인 레트로(retro) 풍을 좋아하는데,

레트로나 빈티지는 소외된 것에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현대 물질주의에

대한 반항의 표현이다.

 

그래서 내가 가수 신미래와 조명섭의 레트로풍 노래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신임 윤 대통령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서로 협력하라고 하니

굳이 금융기관에서 업무 종사자 간의 정보 흐름을 차단하는 장치인

차이니스 월(chiness wall)이라는 말을 써서 국민들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코로나 19라는 질병을 가지고도 팬데믹(pandemic), 엔데믹(endemic)

시기라며 난리를 친다.

그냥 '유행' 또는 '풍토병'으로 고착화된 감염병이라고 하면 쉬울 텐데,

굳이 어려운 말을 쓴다.

 

당구장에 가면 시끼, 오시, 다마, 기리까시, 다이, 맛세이, 가라꾸 등

온통 일본말 투성이다.

끌어치기, 밀어치기, 공, 빗겨치기, 당구대, 찍어치기, 빈쿠션치기 등

얼마든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말이 많은데도 말이다.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말의 홍수를 어찌 감당하고 나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으려나.

 

물가 개양귀비 앞에서 자맥질을 하던 '흰뺨 검둥오리'가 푸다닥

날아오르며 나의 사색을 깨버린다.

 

벚꽃, 아카시아 꽃도 다 떨어지고 으아리가 피기 시작했으니 이젠

여름이 익어갈 일만 남았다.

 

                                2022.  5.  26.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