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04 명자야!

김흥만 2024. 5. 5. 16:02

2024.  5.  5.  15;00

새벽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는개'가 갑자기 강해져 창문으로

들이친다.

 

옛 선조들은 봄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면 할 일이 많다해서

'일비'라 했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이틀 후면 그믐이니

'그믐치'라 했겠다.

 

Tv를 트니 트롯가수 박민수가 나훈아 원곡인 '명자야'를

구성지게 부른다.

 

나훈아가 불렀던 명자야,

이찬원이 불렀던 명자야,

박지현이 불렀던 명자야,

또 다른 감성으로 부르는 박민수의 '명자야'라를 듣는다.

 

풍부한 감정, 절제된 슬픔, 시원하게 내지르는 가창력,

구성진 가사와 가락으로 박민수가 부르는 '명자야'라는

노래는 내 어린 시절의 덧칠하지 않은 수채화가 되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   명자나무 꽃봉오리   >

 

뜰안에 명자나무가 며칠 전부터 꽃을 피웠다.

이 노래에 나오는 '명자'는 어머니 이름인데,

이 명자나무와 관련이 있을까,

 

예전 여성들의 이름 끝 자는 자(子), 순(順), 숙(淑), 희(姬),

정(貞)을 많이 썼는데 그중에서도 자(子) 자가 제일 많았던

걸로 기억이 난다.                          

 

주어진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빈약하고 풍족하지 않아도 그대로를 받아들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공부보다는 놀기 좋아하던 꼬마시절,

저녁 무렵이면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고,

해거름 녘까지 플라나타스 우거진 골목에서 자치기, 구슬

치기, 딱지치기를 하며 뛰어놀고,

 

밥 먹으러 들어오라는 엄마의 말씀에 집으로 들어가

저녁밥을 먹으면 하루의 고단함이 풀어지고 신나게 잠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한(恨)과 흥(興)이 공존하는 노래, 감성이

따뜻한 노래인 트롯을 늘그막에 내가 좋아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뉴스를 멀리하니 내 곁으로 다가온 트로트,

임영웅, 손태진, 양지은, 정서주, 박민수가 어느새 내 삶의

한복판으로 불쑥 들어와 나를 이끈다.

                           <   명자나무 꽃   >

 

나 어릴 적에 짓궂었지만 픽하면 울고 꿈도 많았지.   

 ~~ 자야자야 명자야, 불러 샀던 아버지,   

 

중략   

자야자야 명자야 가슴 아픈 어머니   

세월을 흘러 모두 세상 떠나시고~~   

저녁별 되어 반짝반짝 거리네,   

눈물 너머로 반짝반짝 거리네. ~~♪♬

 

인생의 노을 길에 선 나,

'명자야'라는 노래 한곡과 명자나무 붉은 꽃송이를 보며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된다.

 

                         2024.  5.  5.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