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8

느림의 미학 851 포쇄(曝曬)로 가을을 보내다.

2024.  11.  29.  15;00북풍한설(北風寒雪)인가,전철역에서 나오니 눈보라가 친다. 지난 이틀간 40cm가 넘는 폭설이 내린 거도 모자랐는지 하늘은 함박눈을 뿌려준다. 덕풍중학교 여학생들이 떼를 지어 나타난다.오후 3시라 하교시간인가 보다. 함박눈은 소녀들의 감성에 맞는지 우산도쓰지 않고 재잘거리며 신이 났고,나는 머리와 옷이 젖을세라 우산을 펼친다. 모처럼 영하권으로 떨어진 기온에 겉에는겨울용 패딩점퍼를 입었지만 추위를 별로타지 않는 체질이라 안에는 가을 셔츠를 입었다. 옷을 한번 사면 잘 버리지 않기에 한 장 두 장 사서 입다 보니 여름옷보다는 가을옷이 많은 편이다.  가을옷은 얇지도 두껍지도 않아 입기가 편해 좋다. 그러나 가을더위에 이어 느닷없이 닥쳐온 폭설과 영하로 떨어진 기온은 순..

나의 이야기 2024.11.30

느림의 미학 850 마중과 배웅

2024.  11.  23.  08;59춘천행 열차가 플랫폼(platform)으로 들어오더니 추위로 웅성거리던 승객들을 다 쓸어 담는다.  소실점(消失點)을 향해 속도를 내던 기차는어느 순간 사라지고,군복 입은 연인을 배웅하던 한 젊은 여인이 사라지는 기차를 망연히 바라보다 돌아서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언제나 그랬듯이 기차는 만남과 이별이라는숙명을 품었다. 성악가 '조수미'가 불러 익숙해진 노래,'8시에 기차는 떠나가네'라는 곡이 생각나는 장면을 보며 괜스레 안타깝기만 하다.  나치에 저항한 그리스의 젊은 레지탕스,전쟁이 끝났어도 돌아올 줄 모르는 연인을 기다리는 '카테리니'역, 8시에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기다리는 연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그 연인은 멀리 숨어서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안타..

여행 이야기 2024.11.24

느림의 미학 849 단풍나무의 비애(悲哀)

2024.  11.  19.  08;00영하권까지 떨어지게 만든 찬바람은 가을더위를 쫓아냈다. 가을비가 자주 오지 않아 누렇게 말라가던 단풍나무잎이 서리를 맞아 빨갛게 산야를 물들여간다. 매스컴이나 사람들은 이렇게 단풍이 물들면단풍이 불탄다, 절정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떡갈나무, 졸참나무 등 참나무 6형제가 제대로 붉어져가고, 이에 질세라 단풍나무도 점점 붉게 불타 오른다. 단풍나무 중 대표 단풍나무는 붉게 물드는당단풍과 노랗게 물드는 고로쇠나무로청단풍, 신나무, 아기단풍, 복자기나무와함께 단풍나무 6형제들이다. 이밖에도 공작단풍, 은단풍, 최근 청태산에서 만난 청시닥나무, 시닥나무, 우산고로쇠, 중국단풍, 미국꽃단풍, 섬단풍나무, 복장나무 등이 있다. 신나무..

나의 이야기 2024.11.19

느림의 미학 848 슬픈 모기와 뻔뻔한 인간모기

2024.  11.  16.  05;00숲길에 들어서자 윙♬~하며 모기가 달려든다.11월 중순인데 아직도 모기가 살아있다니,기후환경을 탓할 수도 없고 묘한 생각이 든다. 교과서에는모기는 섭씨 3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체온을 낮추려 활동이 줄어들고, 12도 이상으로 내려가면 활동을 멈춘다고 했다. 유난히 폭염이 심했던 지난여름 잠잠했던모기들이 기온이 14도에서 20도 정도 되는요즘 날씨에 활개를 친다. 11월답지 않게 연일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다.이 녀석들은 비로소 최적의 온도를 만나 먹이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모양이다. 모기는 해충(害蟲)일까, 익충(益蟲)일까.어느 소설가는 늦가을까지 살아남은 모기를'슬픈 모기'라고 표현했다. 모기는 보는 주체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사람이나 동물에 대들어 피를 빨거나 감염..

나의 이야기 2024.11.16

느림의 미학 847 세 번째 찾아온 위기

2024.  11.  14.이틀 전 11월 12일 오전 09;40분에환자용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실 조명은 차가운 빛을 내뿜고,수술대 바닥은 오싹한 냉기를 내 등판에 옮긴다. PA 간호사가 좌안(左眼)을 고정시켜 마취액을 점안하고 소독제를 뿌리더니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 한두 번 겪은 거도 아닌데 수술대에만 오르면몸이 경직되고 긴장을 하니 아직도 어른아이를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19번째 눈주사를 맞기 위해 수술대 위에 누워 긴장 속에 떠 오르는 상념들, 오늘은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까. 10여 분 후 주치의가 눈을 아래로 보라 하고, 몇 초 후 눈에 통증과 함께 주사액 한 방울이 황반에 퍼지는 걸 느낀다. 20분 전 안과 주치의가 CT 검사결과를 모니터로 보며 오늘도 눈주사를 맞으라 ..

나의 이야기 2024.11.14

느림의 미학 846 단풍나무의 형님 '붉나무'

2024.  11.  9.  10;00요즘 산이나 둘레길을 돌다 보면 단풍나무보다 더 붉은 단풍을 양지바른 곳에서 볼 수 있다. 너무 흔해서 무심코 지나치기 좋은 나무,그 나무가 옻나무 종류인 '붉나무'로 이름이 조금 특이하다. 비단 붉나무만 이름이 특이할까,천관산에 올랐다가 장흥 해안가에서 만난 돈나무(갯똥나무), 뭔나무, 아왜나무, 고령 미숭산 고분군 들머리의 꽝꽝나무, 딱총나무, 변산에서 만난 호랑가시나무,  울릉도의 너도 밤나무, 나도 밤나무,광릉수목원의 덜꿩나무,하남 경정장의 박태기나무와10월 30일 청태산에서 만난 '청시닥나무'가내가 만난 특이한 나무이다. 이밖에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꾸지뽕나무, 때죽나무, 노루발나무, 중대가리나무(僧頭木), 쥐똥나무, 다정큼나무, 작살나무,  쉬나무, 화살..

나의 이야기 2024.11.09

느림의 미학 845 쪽빛 하늘

2024.  11.  6.  11;00하늘이 시퍼렇게 멍들었다.짙은 푸른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하늘을 보며 현기증이 났다. 저게 뭐지?하늘에서 낙하산을 탄 특전사 용사들이 내려온다.어느 정도 높이에서 점프했을까,떨릴까, 긴장될까, 무서울까, 아니면 희열을 느낄까. 목덜미를 파고드는 바람이 제법 차다.용사들의 낙하산이 바람의 힘에 의해 빙글빙글 돌기도 하는데 무사히 랜딩(landing)을 할까. 시야에서 낙하산이 사라졌다.여기서 볼 수는 없지만 미사리 랜딩 목표지에 안전하게 착지하였겠지. 하늘빛 참 맑고 곱다.옛 선조들은 저런 하늘을 '쪽빛 하늘'이라 했다.쪽빛은 남색(藍色)으로 짙은 푸른빛을 말한다.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깔을 표현할 때 '보남파초노주빨..

나의 이야기 2024.11.06

느림의 미학 844 무아(無我)의 길을 품은 '풍수원 성당'

2024.  10.  30.  10;30횡성호 둘레길 주차장의 분위기가 묘하다.관광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의 표정이 일그러졌고,우리 또한 통행금지가 된 둘레길 들머리의 광경에한숨이 나온다. 주차장 지킴이는 지난 금요일 횡성에 폭우가 내렸고,미처 물을 빼지 못해 호수 둘레길이 몽땅 물에 잠겼으며,  물을 빼더라도 피해복구 및 안전점검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숲 체원' 등으로 목적지를 바꾸면 좋을 거 같다고 말한다. 이번에도 여행은 미완성인가.모처럼 잡은 일박 산행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국립 횡성 숲 체원'의 숲길을 걸을까 망설이다가 청태산 자연휴양림 잣나무 숲길로 행선지를 바꾸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누구의 잘못인가,관리인은 홈페이지에 입장불가라고 공지를 하였다는데그 공지를 보고 올 사람이 과연 몇..

여행 이야기 2024.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