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87 < 혼사>와 손 없는 날

김흥만 2017. 3. 24. 21:04


아들 혼사를 치룬 후 온갖 상념에 빠져 잠시 필을 들어 본다.

 

<사주>

상견례 후 혼인이 정하여지면 신랑 집에선 신랑의 사주를 적어 신부 집으로 보낸다.

사주단자를 서로 맞바꾸고 택일을 한 뒤에 연길단자를 보내고, 청홍양단 치맛감을 끊어서

함에 넣어 봉지치행을 보내는데,

여기서 사주라 함은 '사람이 태어난 년, 월, 일, 시의 간지(干支)를 말한다. 


서로 사주를 교환하여 볼 줄 아는 사람이나 무당, 점쟁이 등과 상의하는데 사주가 안 좋게

나왔다는 별 볼일 없는 인간들의 한마디에 혼사가 깨지는 경우가 많으니

따라서 사주를 보기보다는 서로의 건강진단서 교환이 좋다.

 

택일 시 <손 없는 날>

손 없는 날이라 함은 귀신이 훼방을 놓지 않고, 잠시 하늘로 올라가 방해 받지 않는 날로서

음력으로 매월 9, 10, 19, 20, 29, 30일을 말하며 이날은 <혼인, 개업, 이사>등에 좋다고 한다.

 

방위별 손 있는 날

동;    음 1, 11, 21

동남; 음 2, 12 ,22

남;    음 3, 13, 23

남서; 음 4, 14, 24

서;    음 5, 15, 25

서북; 음 6, 16, 26

북;    음 7, 17, 27

북동; 음 8, 18, 28 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동쪽  1, 2, 11, 12, 21 ,22  즉  1과 2가 들어가는 날

                                       남쪽  3, 4, 13, 14, 23, 24  즉  3과 4가 들어가는 날

                                서쪽  5, 6, 15, 16, 25, 26  즉  5와 6이 들어가는 날

                                북쪽  7, 8, 17, 18, 27, 28  즉  7과 8이 들어가는 날이 손 있는 날이다.

 

대부분은 이 날을 피해 택일을 하는데 난 견해를 달리한다.

날씨가 아주 좋아 축복 받을 수 있는 날, 

오랜 가뭄 속에 비가 촉촉이 오는 날,

서설이 내려 상서로운 기를 받을 수 있는 날,

온갖 기화요초가 피고 만물이 생동하는 날 등이 좋다.

 

원래 우리나라에는 여름잔치는 없었다.

대부분의 결혼식은 가을, 늦으면 겨울, 봄에 했다.

때문에 아기들은 대부분 겨울에 태어나 백일, 돌도 겨울이니 따라서 생일, 먼 훗날 환갑도

거의 가을, 봄 사이이며 여름은 별로 없다.

초상도 대부분은 환절기인 늦가을, 겨울, 봄이니 제사 또한 여름은 거의 피한다.

 

이는 잔치를 할 때 단체 식중독의 위험을 피하려는 옛 조상님들의 슬기로운 지혜이다.

 

<하객수와 식수인원>

 누구든 혼인 을 잡으면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서양식으로 가족과 이웃끼리 조촐하게 하는 혼사면 문제될 게 없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과시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선 어쩔 수 없는 고민이다.

 

하객이 몇 이나 올까?

혹시 상대방 또는 하객들에게 조롱이나 당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청첩장을 남발하는 과정에서 욕도 먹게 되는 우리네들의 실상이다.


예식장에선 인원을 확정하여 달라는 주문도 나오고, 인원을 적정인원보다 많이 책정하면

쓸데없이 비용을 더 물어야 하고, 적게 책정하면 음식이 부족하게 된다.

 

요즘 예식장에서는 예약인원보다 5~10%정도 더 음식을 준비하는데 참으로 고민이 많다.

 

당장 이제부터라도 청첩을 받으면 '예식 참석여부'를 묻고 답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할 것 같다.

어느 해인가 거래선 한분이 전화로 참석유무를 물어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참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난 전화 받는 당사자의 부담을 생각하니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실행을 하지 못하였다.

정부차원에서 홍보하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결혼식 행사 중<상가의 부고장>

결혼식장에 도착해 하객을 받고 있던 중 휴대폰 진동이 울려 받아보니 친구 모친상이란다.

식 진행 중 또 진동이 울려 메시지를 보니 이번엔 이름도 잘 모르는 동창 배우자상이란다.

순간 난 당혹한다.

 

하필이면 자식 놈의 경사스런 결혼식 행사 중 나쁜 소식을 접하니 기분이 별로다.

물론 연락하는 총무나 친구들 입장에선 다량으로 소식을 발송하다 보니 상대편 형편을

모르겠지만,

안 좋고 나쁜 소식은 경사가 있는 경우에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아침 시간대를 피해 좀 늦게

보내는 게 바람직하다.

 

<화환>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등에선 후일 화환수량이 종종 화제 리가 된다.

난 원래부터 화환을 받지 않고 양쪽 부모의 축하 화환만 놓으려고 했는데,

그건 내 짧았던 생각이다.

두 개만 있었으면 쓸쓸했을 텐데 친구들이 보내줘 식장을 장식하니 훨씬 보기 좋다. 

너무 많으면 보기 싫고 5~10개 정도가 좋다.

 

<부조금의 과다>

축의금이나 부의금 등 부조금도 화제 거리가 된다.

지난 가을에 거래선이었던 (주)성하 박오식 회장의 여식 혼사에 참석하니,

축의금 접수창구가 없다.

모든 비용은 혼주인 박 회장께서 부담하니 그냥 축하만 해달라고 한다.

그 분 얼굴의 엷은 미소를 보며 대인의 모습을 보았다.

나도 곧 혼사를 치를 텐데 저렇게 할 수가 있을까?

 

마음만 두고 실행을 하지 못하니 역시 비겁한 일이다.

부조금명단을 정리하며 온갖 상념이 떠오른다.

세 딸 결혼식과 얼굴도 모르는 매형문상까지 했는데 내 혼사에 참석하지 않은 서운함,

과다한 금액을 축의금으로 받은 부담도 느끼고,

참석하리라 생각도 않고 청첩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먼지방에서 찾아준 하객,

현직에서 떠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축하해준 직원들,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옛 동료들의 축하 등.

 

우리 경조문화는 상부상조 및 품앗이 문화이다.

따라서 부조금은 상대방 경조사에 꼭 참석과 부담해야 할 장래채무이다.

몇 년 전엔 부조 금액이 3~5만 원이었지만, 최근에는 5~10만 원으로 상향되었다.

10만 원 이상 내신 분도 꽤 많은데 오히려 부담을 느낀다.

 

부조금은 경조사에 참석해 축하와 위로를 하며 내가 먹은 음식 값은 내가 낸다는

취지에서 '5~10만 원'이 적당할 듯,

물론 친근의 정도에 따라 금액이 결정되는데 너무 많으면 받는 쪽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봉투 쓸 때의 문제점>

나이 좀 드신 분들은 대개 한자로 이름을 쓴다.

헌데 접수창구의 젊은이들 특히 '이해찬 세대'는 한자를 잘 모른다.

읽지 못하니 대충 그리고 이상한 이름을 쓰기도 한다.

언젠가 나도 한자로 이름을 써서 냈더니 '김흥만'이 아니고 '김광만'이라고 적기도 한

에피소드가 있다.

 

따라서 이름만은 한글로 쓰는 게 좋다.

명단을 보니 '이상현'이 4명이고, '이명규'가 2명으로 동명이인이다.

다행히 두 친구의 필적은 내가 기억하고 있어 쉽게 분류하였지만

자기 이름 외에 43, 52, 진천 등을 별도도 표시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 다른 문제는 현금은 들어 있는데 이름을 안 쓰고 접수한 사례도 1건이 있었으며,

이름은 있고 빈 봉투만 있던 사례도 있다.

 

                               2010.  1.  19  혼사를 정리 중  잠시 넋두리를 한다.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