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113 산과 술 그리고 비아그라

김흥만 2017. 3. 24. 22:17


막걸리 한잔에 더위와 오름에 지친 몸은 짜릿하며 몸서리를 친다.

마시는 순간 갈증은 해소되고 허기도 없어진다.

 

정상주(頂上酒) 한잔의 맛!

그 무엇에 비하랴.

산행 중 짜릿한 한잔 술의 유혹은 실로 견디기 어렵다.

 

등산이나 여행의 목적은 무엇일까?

목표인 정상에 도달하는 것일까, 아님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일까?



진정한 여행은 여행을 하기 위하여 무작정 떠나는 것이고, 등산은 좋아하는 산에 들어가는

즉 입산(入山)이다.

내가 보기엔 다 부질 없는 짓인데,

전문 등산인들은 '등로주의'냐 또는 '등반주의'인가를 따지며, '알파인'이냐 아니냐를 따진다.

 

그저 좋아하는 벗들과 산에서 막걸리 한잔 즐기면 그자체가 천국이요,

선인(仙人)인데 꽤나 복잡하게 따지고 있다.

 

난 술 맛을 어린 나이에 일찍 알았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이니 아마도 10살 전후 무렵인가 보다.

워낙 술을 좋아 하시는 아버님의 술심부름은 항상 내가 담당이다.

 

"셋째야 진천옥에 가서 막걸리 한 주전자 받아 오너라."하시면

난 다녀오며 주전자 꼭지에 입을 대고 쭉쭉 빤다.

별로 맛있지도 않은데 어른들은 왜 마실까?

반복대는 막걸리 맛에 어느새 나도 술맛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아버님이 "진천옥은 술을 점점 조금만 주니, 그 아래 대성옥에 가서

받아 오너라." 하신다.

사실은 내가 쭉쭉 빨아 마셔 양(量)이 줄었는데, 좀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이미 술 맛을

알아 버렸다.

 

충청도에선 쌀을 사러 갈 때엔 쌀을 '팔러' 간다고 하며, 막걸리를 사러 갈 때에도 

막걸리를 '받아' 오라고 한다.

상식에 반한 말이니 이를 어떻게 해석할까?

 

우리네 조상님들은 그 옛날부터 가뭄, 흉년, 탐관오리의 수탈, 정쟁, 그리고 수시로 일어나는

전쟁 등에 시달리다 보니 쌀과 막걸리 등은 아주 귀해졌다.

따라서 그 귀한 쌀과 막걸리 등에 사람과 대등한 인격을 부여하고 역지사지 (易知思知)

입장에서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지혜를 가졌던 거다.

 

문제는 산에서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세 잔이 되니,

취해 반사 신경과 판단력이 둔해져 하산 도중 넘어져 다치기 숴워지는데 있다.

가벼운 술은 심장에 좋지만 취한 상태로 숨 가쁘게 걸으면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또한 고산지대에선 산소의 양 때문에 빨리 취기가 돈다고 한다.

 

술을 좋아하는 나의 주변은 항상 술꾼들이 많았고,

은행직원들과 결성한 산악회 이름도 '주막산악회'였다.

 

배낭에서 이 사람 저 사람 술을 꺼내다 보면 엄청난 양이라,

마시다 남은 것은 우리만 아는 비밀장소에 묻어 놓고 다음 번 산행시 마시고 하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산하다 술이 다 깨면 다시 또 하산주를 한다.

술이 취해 귀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그 날은 아내의 잔소리가 심해지는 날이다.

 

언젠가는 버스에 올라 탄 직후 '출발주', 산행 전 '산행 시작주', 중간에 쉴 때마다 '휴식주',

정상에 가면 '정상주', 하산하면 '하산주'로 끊임 없이 음주산행을 한 적도 있다.

 

불과 한 달 전에도 심하게 다퉜다.

산에만 가면 술 마시고 온다고 잔소릴 해대니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산에 가서 막걸리 한잔 하는 것도 당신 눈치 봐야 하냐!

내 조그만 자유도 간섭하느냐."라고 했지만 결과는 신나게 깨진 모습이다.

 

그 이후엔 양을 좀 줄였다.

2~3병이 아니고 가급적 1병으로 끝내고 귀가를 한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몇 가지 '산행 음주수칙'을 만들어 본다.

 

  1. 빈속에 마시지 말고 첫 잔은 천천히 나눠 마시자.

     사실은 빈속에 마셔야 술이 더 맛있는데, 빈속의 독한 술은 위점막에 출혈을

     일으킨다고 한다.

  2. 술을 마실 때에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웃고 이야기하며 마신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마시지 말자.

  3. 술은 억지로 마시지 말고, 동료에게 억지로 권하지도 말자.

  4. 급히 마시지 말고 시간을 갖고 천천히 마시자.

  5. 가급적 1차에서 끝내자, 2차는 부부싸움의 원초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6. 안주가 없는 음주는 삼가하고, 가급적 영양가 있는 음식을 음주 전 후 먹거나 마시자.

  7. 주량은 가급적 취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8. 늦어도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해 집에 갈 수 있는 시간 안에 끝내자.

  9. 매일 계속해서 마시지 말고, 1주일에 최소한 2~3일은 술 없는 날로 정하자.

 10. 다른 약물 '진통제, 수면제, 당뇨병, 안정제' 등과 함께 마시지 말자.

 11. 독한 술은 희석 시켜 마시자.

 

휴!!

내 자신 몇 개나 지킬 수 있을까.

며칠 전 이수회모임 옆자리에서 '비아그라'를 화제로 삼고 이야기한다.


난 다른 내용은 잘 모르지만,

얼마전 '아산병원'세미나에서 발표된 몇 가지의 내용과 뇌암에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 하고자 하니, 고산등반과 뇌암 등에 관심이 있는 분은 참고 하가 바란다.

 

고산을 꼴찌로 올라가면 최종 목적지에 1등으로 도착한다.

뇌는 평소에도 많은 산소를 요구하며, 몸 전체 산소 요구량의 20%를 차지한다.

따라서 기압이 낮아지고 공기 중 산소 함유율이 떨어지는 고산에 오르면 심장에서

머리로 피를 원활하게 공급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심할 경우엔 "뇌부종"이 오고

"폐부종"이 올 수 있다. <김혜진 교수>

 

지난겨울 안나푸르나 남벽 베이스캠프에 다녀온 서울 '아산병원'교수들이 4월 15일

수련의를 대상으로 개최한 고소 의학세미나에서 급성고산병, 고소뇌부종, 고소폐부종 등

고산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고산병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나온 이야기이다.

 

고산병에는 '비아그라'가 상당한 효과를 보는데 예방이 치료보다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천천히 적응하면서 올라가며, 충분한 칼로리와 수분을 섭취하고, 피로와

추위를 방지하며 술과 담배를 금지하면서 하루 600m 이내에서만 고도를 높여야 한다.

 

비아그라는 50ml 용량의 알약을 1일 2회 복용하게 되어 있으나, 최근 FDA 즉, 미국의

식품 안전청으로부터 고소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인증을 받은 후에 고소치료용 20ml

용량의 알약이 나온다고 한다. <안태영 비뇨기과 교수>

 

우리 산악인들은 진즉부터 그 효과를 알고 써왔는데, 우리네 산악인들이 더 똑똑한 거 같다.

'시알리스'도 마찬가지 효과라 하며, 발기부전치료제는 몸에 이상 징후가 왔을 때

먹도록 하라고 하는데, 실제론 자기 전에 미리 먹어두는 것이 더 좋다고 산악인들은 말한다.

 

녹내장과 협심증의 치료제 성분이 들어 있는 '다이아막스'는 150~250ml 용량의 알약을

하루에 두 번씩 먹어야 예방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류머티스성 관절염과 통풍성 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덱사메타손'은 고산병 치료에

효과가 좋아 한번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사용하면 급성신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고산등반 시에 고소증세가 심하면 무조건 내려 오던지 치료를 해야 하며, 등정 후

기분 좋다고 술을 마시거나 배고프다고 딱딱한 음식을 먹으면 매우 고생한다.

또한 '머리'를 감는 등의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고 한다.

 

'고산 트레킹'은 꼴찌로 올라가면 최종 목적지에 1등으로 도착한다.'라고 세미나 결론을

내리는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들여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산은 전부가 2,000m 이하라서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지만, 해외 고산등반 시에는

반드시 참조해야 할 사항이다.<한오수 교수>

 

-비아그라가 뇌암도 치료한다.-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치료제가 뇌암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화제다.

발기부전약이 혈액 흐름에 관여하기 때문에, 항암제가 피를 타고 병소에 '침투'하는 것을

돕는다는 개념이다.

 

미국 시다-시나이 맥신 듀니쯔 신경외과 연구소 연구팀은 비아그라와 동일한 치료기전을

가진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바데나필)가 허셉틴이라는 항암제의 뇌 속 침투율을 높여

항암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허셉틴은 약물효과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분자크기가 커 뇌 장벽을 쉽게 통과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졌다.


흔히 뇌암은 폐나 유방암 등이 전이되는 형태로 발생 한다 .

일단 뇌로 전이가 이루어지면 치료 성공률은 크게 떨어진다.

뇌암 치료가 어려운 것은 애초에 외부 물질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장벽' 때문인데, 약물이 효과적으로 뇌에 전달되지 못하게 한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레비트라가 허셉틴의 침투율을 2배 가량 높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침투율 향상이 궁극적으로 허셉틴의 효과를 높이는가도 알아봤는데, 허셉틴과 레비트라

병용요법은 허셉틴 단독요법에 비해 쥐의 생존기간을 20% 가량 늘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분자 크기가 큰 약물의 침투율 향상에 관해 연구를

계속할 방침이라며, 뇌종양 치료의 새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내가 즐겨 오르는 산을 종합병원이라 부른다.

골 때리는 병을 악화되지 않게 하고 고쳐 주었으니 이제부턴 등산하며 술도 적당량으로

절제하면서 마시면 백수(白壽)도 문제없을 거 같아서 필을 들어 본다.

 

 

                             2010.   7.   18.  비가 많이 와 산에 못간 날

                                                   죄 없는 술에 심통을 부리며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