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14 남산 금요포럼

김흥만 2017. 3. 21. 19:41


2008.  9.  27.  10;00 

"남산 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남산의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지조와 충절, 굳건한 선비의 기상을 상징하며,

애국가를 싫어하는 전교조 선생 빼고 우리 가슴 깊이 각인되어 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도 남산을 지키는 일은 나라의 중요한 과업이다.

기록을 찾아보니 1411년 경기도 장정 3천 명을 동원하여 20일 동안 소나무 100만 그루를

심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1467년 백성의 마음 고향인 백악산, 인왕산, 낙타산과 더불어 남산의 소나무를 보호하려고

감역관과 산지기를 두어 관리하였다.

 

임진왜란 때 서울로 돌아온 선조가 전란으로 소실된 궁궐 대신 임시 거처를 만들 때도

남산소나무는 베어 쓰지 말라는 어명을 내릴 정도로 남산 숲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숲이

아니다.

 

10;10 

포럼의 대표인 전병태 총장의 인사말 후 3km 왕복코스를 시작한다.

우레탄을 깐 도로는 부드러워 무릎과 발목에 전혀 무리가 없다.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니 남산은  많이 변했다.

특히 숲을 이루는 나무의 종류가 변하고 있다.

 

소나무는 이제 더 이상 남산 숲의 주인이 아니다.

한 때는 100여만 그루가 우람한 자태를 뽐냈지만, 지금은 3만 6천 그루 정도가 남쪽 사면에서

명맥을 이어가며, 그나마도 수간 주사를 맞아 가며 버티고 있다. 

 

그대신 참나무 과의 신갈나무가 엄청나고 사이사이로 단풍나무가 많다.

식생구조가 침엽수림에서 활엽수림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서어나무 과인 서어나무, 오리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장악하겠지.

 

아까시나무도 많아 이 산의 1/3 면적을 점유하고, 소나무가 약 26%, 참나무 종류가 27%라는

통계가 나왔고,

소나무 밑에서 때를 기다리던 신갈나무들이 소나무가 솔잎흑파리로 몸살을 앓는 사이에

세력을 확장했다고 한다.

 

남산에서는 소나무, 신갈나무, 아까시나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엽수가 보인다.

우리가 가는 방향 오른쪽 사면에 산벚나무, 당단풍, 가죽나무, 느티나무, 들메나무, 물푸레나무

은수원사시나무, 음나무 등이 많다.

 

어라! 오동나무도 보인다.

예전엔 아들을 낳으면 소나무를 심고,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아들이 장성해 열심히 일하다 죽으면 그 소나무로 관을 짜 장례를 지냈고,

딸이 시집가면 그 오동나무를 베어 향이 좋고 벌레가 안 생기는 장롱을 짰다 한다. 

오른쪽 사면에는 적송과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리기테다소나무가 보인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잘못 배운 상식을 고치자.

 

토종인 적송은 이파리가 세 개고, 리기다는 두 개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적송과 곰솔(흑송 또는 해송)은 두 개씩 달고 있고,

리기다소나무나 테다소나무는 세 개씩이며, 잣나무나 설악산 대청봉, 중청봉에서나 볼 수 있는

'눈잣나무'는 다섯 개인 오엽송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인 적송은 나이를 먹어 가며 껍질이 붉은 색 철갑으로 바뀌는데

대표로 벼슬을 갖고 있는 속리산 '정이품송, 재산세를 내는 경북 예천의 '석송령' 등이 있다. 


점차 사라지는소나무를 자연의 힘에 맡겨둬야 하는 걸까?

남산소나무는 꼭 지켜야 하는데 별 생각이 다 든다.

 

10;40

반환점이다.

제갈공명을 모신 사당인 와룡당이 보인다.

 

 "외로이 흘러간 한송이 구름~"이라는  조치훈 시인의 시비가 서있다.

 

 

기념촬영 후 출발지로 가며 옥잠화 옆에 바위취가 보인다. 

참취, 곰취, 미역취, 단풍취, 개미취 등 여러 '취'가 있지만 바위취를 남산에서 보니 너무나 반갑다. 

 

남산에는 참새, 까치, 박새, 동박새, 멧비둘기, 꿩 같은 텃새는 물론이고, 꾀꼬리, 찌르레기,

두견새,  콩새, 굴뚝새 등이 있다는데 오늘은 참새만 보인다.

 

14;00

장충동족발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며 친구의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다.

 

춘태가 준 멸치 한 박스, 등산용 컵, 줄넘기,  병태가 준 녹용음료 등이 한 아름이다.

 

                                         2008.  9.  27.  남산에서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