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4. 09;40
신나는 연휴 3일.
경주콘도를 잡아놓고도 집사람 해외출사 여독이 풀리지 않아, 시골 동창회에 다녀와
대모산 정기산행에 참석한다.
대모산(大母山)은 이름 그대로 어머니 품 속 같은 산이다.
해발 291.6m로 험하지 않은 전형적인 육산이라 산행의 발걸음이 가뿐하며 외래수종이
별로 없고, 우리 토종인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물박달나무, 오리나무 등이 지천이다.
편안하고 넉넉함을 주는 그 모습 때문에 옛날에는 '태고산(太姑山)' 또는'할미산'이라고도
불리었으며, 헌릉(태종과 그의 부인 원경황후를 모신 릉)이 이 산의 남쪽에 자리 잡으면서
큰 어머니 산 즉, 대모산으로 되었지만 언제나 넉넉하고 편안한 품은 변함이 없다.
약속시간이 아직도 50여 분 남았다.
벌써 최봉길 등산회장은 도착해 있고, 지난 번 맨발로 등산하다 다쳤다는데
신발 신으라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고집 센 최씨라 말을 듣지 않는다.
사진도 찍을 겸 혼자 터덜터덜 올라간다.
왼쪽 사면에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산사나무'가 한 그루 있다.
내가 좋아하는 술 '산사춘'의 주원료다.
저 뒤에 인간승리의 교과서인 문성이 올라온다.
폐수술을 한 아픔을 딛고 꾸준히 등산으로 몸을 만들어 90%이상 회복된 상태이며, 혼자서
지리산도 종주하였고, 조만간에 비박하며 설악산도 종주한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나도 머리 수술을 하고 계속하여 몸은 만들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
09;40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가 지천이다.
참나무는 여섯 가지가 있다.
신갈나무: 옛날 나무꾼이 짚신바닥이 헤지면 이 잎을 따서 신발바닥에 댔으며, 잎이 크고 좀 두껍다.
굴참나무: 껍질이 두꺼워 콜크 마개도 만들며, 굴피나무라고도 한다.
떡갈나무: 잎이 떡을 쌀 만큼 넓으며, 이 잎에는 방부성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떡을 싸면 오래
보존되었다 한다.
상수리나무: 선조가 피난길에 먹을 것이 없어, 이 열매로 수랏상을 만들었다하며 열매가 넙적하다.
졸참나무: 참나무 중에 잎과 나무가 제일 적은 졸병나무이며, 도토리 중 이 열매가 가장 맛있다.
갈참나무: 나무껍질을 갈기 위해 깊은 주름이 있는데 참숯으로 좋은 재료이다.
위의 여섯 가지만 구분할 수 있으면 우리나라 나무의 30%를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라가다 잠시 숨을 몰아쉬고 옆을 보니 옻나무가 보인다.
층층나무에 파란 열매가 엄청 달려있다.
견공도 보이고, 우익 보수의 대부인 이석연 법제처장관이 가볍게 몸을 날리며 지나간다.
쌍지팡이를 짚고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넓은잎쥐오줌풀의 군락을 보며 물 한 모금을 마신다.
1;50
대모산 정상(291.6m)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요즘 고철 값이 비싼데도 까딱없이 버티고 있다.
어치가 한 마리 있다.
너무 반가워 촬영하려 하니 날아가 버린다.
대신 참호 위에 까치 한 마리가 있다.
어치는 산까치라고도 한다.
다람쥐와 더불어 가을이 되면 겨울 준비를 하며, 도토리를 저장하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어치는 도토리를 열 개 정도를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자루와 비슷한 것이 목에 달려있다.
그런데 이놈은 하층식생으로 숲 바닥 근처에 사는 풀과 나무들의 적은 바닥에 구멍을 판 뒤
한 알을 넣고 낙엽이나 이끼로 감추는데 그 다음해 봄이면 이들이 저장했던 일부가 새싹이 튼다.
결과적으로 도토리가 어치와 다람쥐의 먹이가 되며 일부는 싹이 트기에 우리나라 산에 참나무가
많은 거다.
많은 사람이 가을산행을 즐긴다.
얼굴에는 각박함이나 인색함 대신 여유로움과 넉넉함이 배어있는데
숲이 가진 그 무엇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걸까?
대모산 남쪽에는 '헌인릉'이 있다.
헌릉은 태종과 태종비, 인릉은 순조와 순조비를 모셨으며, 서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늘씬한
소나무와 물오리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헌인릉에 있는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500여 년 동안 왕조의 역사를 지켜온 나무이고
저지대에 서있는 오리나무 숲도 서울에서 보기 힘든 숲인데,
이 땅은 배수가 잘 안 되는 저지대라서 습한 기운을 막자고 우리의 조상들은 오리나무를
심었던 거다.
오리나무는 원래 비옥한 하천이나 계곡, 호숫가 같이 습한 곳에서 잘 자란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이미 여러 수목의 특성을 잘 알아 지혜롭게 활용한 것이리라.
사람마다 비는 소원이 다르고 서로 다른 소원이 모여 돌무덤이 만들어졌다.
지나는 사람이 한두 개씩 돌을 쌓아 높이는 점점 더 올라간다.
얼마 후면 수능과 입시철인데
여기도 치성을 드리는 사람에게 촛농과 음식으로 수난을 당하려나.
남한산성의 계곡에도 돌이나 바위마다 치성을 드리는 사람에게 많이 오염되었지.
11;40
오늘의 목표인 구룡산 정상(306m)에 도착한다.
정산주 한잔에 얼굴은 홍조가 된다.
2008. 10. 4. 대모산~구룡산에서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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