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17. 09;00
여행 2일차
양구 가칠봉(1242m)을 향해 달린다.
어제는 홍천 가칠봉을 올랐고 오늘은 양구 철책선 가칠봉에 오르니 가칠봉하고
참 인연이 많구나.
잠시 휴식 겸 어제 올랐던 갈전곡봉을 바라본다.
구룡령에 햇살이 스며든다.
매물로 나온 집에 잠시 들려 감나무의 감을 따 먹는다.
이 땅과 건물은 595평인데 2억 6천에 나왔다.
09;20
점봉산 입구가 보여 잠시 들리기로 하고 방향을 잡는다.
눈이 워낙 많이 와 일명 '설피마을'로 불리는 동네 입구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차가 크다는
양수발전소인 동진호로 올라간다.
건설과정에서 환경파괴로 환경단체의 거센 저항이 있었다.
높이가 937m, 유효낙차 최대치가 832m라니 상상이 안 된다.
만수 저수량 500만 톤으로 100만 kw를 생산한다고 안내원이 설명해준다.
100만 kw면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발전량이다.
모델들이 북한에서 내려왔는지 폼이 어설프다.
풍력으로 발전하는 풍차로 이동하며 잠시 산책을 한다.
2기가 있는데 1기당 1500kw씩 3,000kw를 생산한다고 한다.
조경동(아침가리)계곡으로 이동하며 식당을 찾아 헤매다,
무지하게 싸가지 없는 할멈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 한 그릇을 먹는데 분위기가 별로다.
공교롭게 내 아내도 엊그제 방태산 2단 폭포 촬영을 하고 여기서 식사를 했다고 한다.
느낌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같은 입 가지고 그렇게 싸가지 없이 말하는 할멈의 재주는 유시민을 능가한다.
식당 옆에 오래된 비각이 있어 들여다보니 마모되어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옛날 어떤 군수송덕비라는데 백성들의 피를 안 빨은 모양이지?
11;15
11시 넘어 양구 해안 안보관광지에 도착하여, 8인치 곡사포와 지휘용 장갑차 앞에서 잠시
포즈를 취하는데 인영이 군기가 바짝 들었다.
아직도 안개가 걷히지 않아 조망이 괜찮을지 지난 번 올라갔을 때는 비가 많이 쏟아져 제대로
조망을 못했다.
11;40
여기는 204GP 을지 전망대이다.
멀리 북한쪽 철책선과 무산, 매봉 북한군 144GP와 145GP가 엷은 산안개 속에 조망된다.
여자군관들을 발가벗겨 목욕시키며, 아군병사들을 유혹했던 선녀폭포도 보인다.
오른쪽 희미한 길은 돼지를 몰고 다니던 북한군 작전도로로 자기네도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아군병사들에게 가끔 자랑했는데 한심한 놈들이다.
우린 쇠고기도 많이 먹고, 백미도 1일 576g 및 증식미도 보급이 되었었는데 말이다.
대북방송 확성기가 작년까지는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합의에 의해서
다 철거했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동부전선에서 무지하게 중요한 가칠봉인데 언젠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저곳에서 열어 화제가 되었다.
11;50
을지 전망대에서 포즈를 취한다.
드럼통 속에 숯과 모래, 자갈을 넣어 여과장치를 한 살설통공드럼에 눈을 녹여 밥 짓고,
면도는 아예 못하던 이곳에 수세식 화장실이 생겼으니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1000고지 이상 고지대라 물이 귀했기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 병사들의 얼굴에는
윤기가 돈다.
이곳이 그 유명한 펀치볼이다.
안개 속에 조망이 안 좋지만 사방이 1000고지 이상으로 둘러싸인 분지이다.
화채그릇 속 의 밀가루반죽에 주먹질을 하면 이런 모양이 생긴다 하여, 미군들에 의해
펀치볼로 이름이 지어졌다.
지명은 양구군 해안면(亥)이다.
특이하게도 돼지 해(亥)자를 쓴다.
워낙 뱀이 많아 살기 힘들었는데 돼지를 기르고 지명을 돼지 해로 바꾼 후에는 이곳에 뱀이
없어졌다는 유래가 있다.
세시 방향에 제4땅굴이 있다.
지난번 들렸기에 오늘은 생략한다.
제4땅굴은 90년 3월 3일 발견되었는데, 내가 현역시절인 74년 가을부터 이곳 예상지에서
차단작업을 시작한 후 거의 16년 만에 발견되었으니, 쌍방의 인내심이 대단하다.
좌우높이 1.7m로 허리를 들기 힘들며, 깊이 145m에 길이는 2,052m이다.
북한은 이 굴을 곡괭이 등 인력으로 팠고, 우리가 판 역 갱도는 다이아몬드 날로 파 아주
매끄럽다.
허긴 우리도 처음 탐지를 시작했을 때에는 수도파이프를 연결하여 청음봉으로 사용했으니
일종의 청진기랄까?
요즘같이 지진 탐지기 같은 게 있었으면 간단할 텐데 암튼 후일 가보니
우리가 예상하고 조명지뢰와 106mm무반동총, LMG를 거치했던 곳이 거의 정확했다.
4땅굴 입구에는 군견 동상이 있다.
세퍼드 종으로 계급은 소위이다.
최초 군견병과 수색 시 먼저 뛰어들어 수중지뢰인 목함지뢰를 밟아 장렬하게 산화함으로서
아군병사가 전혀 다치지 않았기에 그 뜻을 기려 계급추서 및 동상을 만들게 되었다.
12;20
'대암산약수'로 목을 시원하게 축인다.
이곳 왼쪽은 대암산(1314m)으로 정상에 OP가 있고, 바로 그 앞 1250고지에 '용늪'이 있다.
람사르협약에 의해 우리나라 1호로 등록되었는데 온갖 슾지 생물이 다 있어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
그것도 모르고 예전에는 스케이트장으로도 썼고 주변에 주목나무, 구상나무, 피나무가 많아
군인들이 바둑판도 많이 만들었다.
오른쪽은 미 해병대가 많이 희생된 '도솔산' 즉,
그 유명한 '피의 능선'인데 안개가 아직도 많아 촬영할 수가 없다.
오고 가고 문성이 혼자 계속 운전을 한다.
나 같음 진즉 졸린다고 핸들을 넘겼을 텐데 체력 대단하다.
1박2일은 알찬 여행이다.
다음은 어디로 튈까?
산음산, 가리왕산, 점봉산, 덕유산이 날 기다린다.
2008. 10. 17. 펀치볼에서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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