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
천지신명께 고합니다!!
떠오르는 태양과 해협산의 산신령이시어,
금년 한해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소서!
양자산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06;30
퇴촌 쇠메기골 입구에 도착하니 영하 13도,
다행히 바람은 약하다.
지금 새벽 여섯시 반이니 부지런히 올라가면 새해 첫날 일출을 보겠다.
헤드랜턴의 한줄기 빛을 의지해 산행을 시작한다.
강추위에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썼더니 안경에 김이 서리다 못해 아에 얼음이라,
안경을 벗고 오른다.
07;40
정상에 도착.
잠시 후에 일출이 시작된다.
카메라를 꺼내드니 손이 너무 시려 내 손이 아니다.
분명히 배터리를 완충시켰는데 부족하다고 교환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아차!
내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인데도 바보같이 가슴에 품지 않고 배낭에 넣었더니 강추위에
벌써 방전이 되었다.
서둘러 일출 몇 장 찍고 허벅지 옆으로 수납을 한다.
난 겨울 산이 참 좋다.
꽃도 초록도 물도 없이 산만 있어 더 좋은 산!
황량할수록 적막하고, 그래서 겨울산은 더 산답다.
감춰지지 않은 산의 속살을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산의 속살과 진실을 보며 정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정상에 오르면 언젠가 내려서야 하고, 우리네 인생은 이와 같은 것이리라.
성공에 자만하지도 말고, 실패에 두려워하지도 말자.
새해 첫날 산에서 삶을 느껴보자!
산에는 나무와 꽃도 있지만 사색과 꿈, 희망과 어려움, 그리고 즐거움 모두가 있다.
'해협산(海峽)'은 경기도 광주 퇴촌 염치고개에 있는 산(해발 531.7m)으로, 북으로 정암산(403m)과
남한강을 끼고, 남으로 관산(555m) 양자산(710m), 동으론 앵자봉(666m)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산으로 웬만한 산행책자나 한국의 1000대 산에도 끼지 못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산이나, 동서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길어 제법 큰 산처럼 보인다.
손이 얼어 서쪽으로 검단산(657m) 운길산(610m) 등이 조망되나 찍지 못한다.
천지개벽 당시 세상이 물바다가 되었을 때 정상에 있는'군두바위'에 말뚝을 박고 배를 잡아매었다고
전해지며 바위가 있는 곳이 골짜기라 하여 해협산이라 하였다는 광주군청의 해설이다.
우리나라의 산은 대부분 지형의 생김새에 따라 이름이 지어졌다고 하지만, '해협'이란 육지 사이에 낀 '긴 수로'를 말하는데, 또한 천지개벽 시 웬 배가 있었을까?
억지로 꿰맞춘 듯한 전설이 좀 어설프다.
차라리 정상 부근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조개화석을 가지고 논했으면 좋으련만.
정상에서 하늘을 향한 노송의 몸부림을 뒤로 하고, 15분 정도 내려오면 수령 200년이 넘은
소나무 쉼터가 있다.
카메라를 꺼내니 체온 덕에 배터리가 살아났다.
로프를 잡고 급경사 세 곳을 내려왔는데도 여전히 춥다.
고도계에 달린 온도계를 보니 영하 15도다.
마스크와 안경 사이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거 같이 아프다.
등산로에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어 발목이나 무릎에 전혀 무리가 없다.
종주구간 전체가 낙엽과 흙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육산이다.
이 산도 참나무가 거의 장악했다.
그 중에서도 굴참나무가 엄청 군락을 이룬다.
굴피나무로도 불리는 이 나무는 코르크 성분이 있어 '코르크나무'라고도 한다.
조금 더 내려오니 이상한 신갈나무가 한 그루 있다.
참나무도 에이즈가 있나?
정상은 아닌데 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한다.
해가 제법 높이 솟아올라 뒤돌아보니 어둠 속에 올랐던 해협산 정상이 조망된다.
눈이 내린지 꽤 오래인데도 군데군데 잔설이 있고, 낙엽을 밟으며 하산 길을 재촉한다.
아직도 기온이 영하 12도이다.
임도에 주목나무를 많이 심었고, 삼나무 전나무도 보인다.
낙엽송 군락 사이로 두릅나무 군락지도 보인다.
해협산 등산로는 매우 다양하다.
퇴촌에서 국사봉~해협산~염치고개로 5시간 정도 코스가 있고,
귀여리에서 정암산으로 해서 종주하는 5시간 반 정도 코스,
금사리에서 동네를 경유해 국사봉 삼거리로 5시간 코스가 있는데,
나는 세 시간 정도 걸리는 '도수리 쇠메기골'을 좋아한다.
다른 일행이 없이 나 혼자, 또는 일행들과 호젓이 즐길 수 있어 좋다.
오늘 너무 추워 사진촬영을 제대로 못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9. 1. 1.
새해 첫날 해협산에서 석천 흥만 졸필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림의 미학 25 대모산~ 구룡산을 종주하다 (0) | 2017.03.21 |
---|---|
느림의 미학 24 선자령<1,157m>에서 선인이 되다 (0) | 2017.03.21 |
느림의 미학 20 이름이 유명해서 유명해진 유명산<862m> (0) | 2017.03.21 |
느림의 미학 19 남도 여행의 진수인 <순천만> (0) | 2017.03.21 |
느림의 미학 18 남한 제일의 단풍 동두천 소요산<587m> (0) | 2017.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