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390 첫눈

김흥만 2018. 11. 25. 13:12


2018.  11.  24. 08;00

함박눈이 내린다.

지난주 내린다던 첫눈이 이제야 내린다.


눈 내리는 풍경이 이상하고 예사롭지 않다.

함박눈은 소리 없이 소록소록 내려야 제격인데, 천둥번개가 아우성치더니 급기야

하늘은 대성통곡을 한다.

하늘이 울며 하얀 눈이 내리다니, 시절이 하 수상하기에 자연도 실성하였는가 보다.


순백의 눈은 순결이다.

하늘에서 사뿐사뿐 춤을 추며 내리는 눈은 아스라한 그리움을 준다.

첫사랑의 설렘을 안고 추억 속에 잠겨 창밖을 바라보는데, 천둥소리가 눈 내리는 고요와

평화를 깼다.


어느 쪽 방향에서 소리가 나는지 이방 저방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내집 북쪽 방향 청와대

상공에서 천둥소리가 심하게 들리는 거다.


나라에 큰 변고가 생기려면,

용문사 은행나무가 울었고, 진천 농다리가 울었다.


6·25 전쟁직전 진천 봉화산 정상 느티나무에 벼락이 떨어지더니 전쟁사에 길이 남을

김석원 장군의 봉화산· 문안산 전투를 그 느티나무가 총알을 맞으며 지켜 보았다.


첫눈이 내리면 나는 한강을 간다고 했다.

하얀 눈이 땅 위에 수북하게 쌓이는 거도 좋지만,

밤톨만한 눈송이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지는 풍경이 더 좋기에

한강을 간다고 했다.


지금 이 시각,

누군가는 첫사랑을, 또 누군가는 아픔을, 또 다른 누군가는 떠나간 사랑을 떠올리겠지.

산천에 눈이 쌓이는 아침, 자연의 섭리겠지만 기러기 떼 울며 남쪽으로 떠나는 풍경이

슬프다.


북쪽 하늘이 운다.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한 남북 철도공동조사가 유엔 안보리와 미국 독자 제재에서

예외 인정을 받았다며 신이 나서 만면에 미소를 띤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 회견을 하고,


Kt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나 IT마비 사태가 발생하자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북한소행이

아니라고 애써 북한을 대변하는 코미디(comedy) 상황을 연출하는 나라라,

북쪽 하늘이 우는지도 모르겠다.


위장된 평화 속에 나 몰라라 무심히 하늘만 쳐다보다 왠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배낭을 메고 한강이 아닌 산속으로 향하는 나는 누구인가.


                                                     2018. 11.  24. 첫눈 쌓인 날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