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435 외출 <높이 366m 짜리 부용산에 오르다.>

김흥만 2019. 4. 6. 21:18

2019.  4.  6.

어제는 강원도의 여기저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하루 종일 어수선했지.

하필이면 식목일이자 청명인 4.5일 산불이 나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관계당국은

불을 진화하느라 고생을 했다.


08;00

배낭을 챙겨 양수리 부용산을 향해 나선다.

뜰 안 목련나무에 흰 꽃이 피기 시작했다.

청매화는 낙화(落花)가 시작되었고 홍매화는 한창이다.



진달래는 나뭇가지에 잎사귀도 나지 않았는데 성급하게 꽃부터 핀다.

꽃이 먼저 피는 게 비단 진달래뿐일까,

목련, 개나리, 벚나무, 산수유, 생강나무, 미선나무가 잎보다 먼저 피지.


벚꽃도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뜨린다.

담장 밑에선 봄맞이꽃이 피기 시작하고, 밤잠을 잔 개불알꽃이 부스스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노란 민들레도, 흰제비꽃, 남산제비꽃도 다들 일어나 합동으로 아침 인사를 한다.



내 집 앞뜰은 땅속을 뚫고 나와 아우성치는 봄꽃만으로도 시끄럽다.

덩달아 직박구리, 동고비도 날아와 난리를 치며 소란(騷亂)을 피워도 밉지가 않고

예쁘기만 하니 점점 봄에 익숙해지는가 보다.



사무실을 페쇄한지 두달이 다돼간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부담이 없이 더 편하다.


천성(天性)이 집에 붙어있는 성격이 못되기에 나는 늘 나간다.

특별한 약속이 되지 않았어도 당구장에 나가면 항상 십여 명 넘게 모여 당구를 즐긴다.


10;00

용문을 향해 달리는 기차엔 등산객들로 빼곡하고 나는 부용산에 오르기 위해

양수리역에서 하차를 한다.



은퇴 후 백수들은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


만남이나 모임이 없어도 혼자서 잘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고, 등산이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도 있으며, 밖에는 나가지 않고 집의 방구석에 콕 박혀 있는 사람도 많다.




백수들을 교류 외출파, 무교류(無交流) 외출파, 방콕 교류파, 아무 것도 안하는

고립파 등으로 분류하는데 나는 어디에 해당할까.



고령자가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일이 최고로 좋고,

그 다음으로 외출과 교류, 자원봉사, 자기계발, 취미와 학습활동, 주변 사람 만나기,

경로당 다니기 등을 권하는데 사회 참여 강도가 클수록 몸을 튼튼하게 만든다는 거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모이는 합수점(合水點)은 평화롭다.


남한강가 자동차 전용도로엔 한식(寒食)을 맞아 성묘를 가는 차량들인지 도로엔 차들이

빼곡하고 가다서다 반복을 한다.


12;16

부용산 정상(366m)에 올랐다.


통계에 의하면 60~80세 고령자 중 약 20%는 활동이 왕성하며 활기가 있고,

60%는 그 나이 대에 맞는 평균 몸 상태를 보이며,

10%는 혼자서 자립 생활이 힘들어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하고,

나머지 10%는 요양원이나 집에 누워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은퇴하거나 일을 접어도, 인생 후반기로 갈수록 친교 모임, 종교 활동,

봉사 건수를 늘리라는 거다.


즉 외출과 약속 건수가 그 사람의 건강 수명이라며 체력과 재정 수준 범위 내에서

활동을 하라고 권하기에 오늘도 부용산 종주를 끝내고 졸필을 든다.


                                                                 2019.  4.  6.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