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4. 새벽 04;30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넓찍한 VIP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우리는 봄을 맞으러 땅 끝 '달마산'으로 달려간다.
식사는 맛있으나 새벽에 생선비린내를 싫어하는 친구들은 차라리 김치찌개가 좋았을 거라고
한다.
네비게이션은 아예 없고, 지도도 한번 보지 않고 온 기사 덕분에 유달산을 찾기 위해
목포 시내를 여러 번 돌기도 하고 달마산을 찾아 헤매니 보기가 참 딱하다.
예정시간보다 40여 분 지체하여 산행 기점인 미황사로 들어선다.
'미황사'는 기암절벽이 수려한 달마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로 신라 경덕왕 8년에 '의조화상'이
건립했으며 불교 남방전래설의 전설이 있다.
낙조의 모습 등 3황(黃)이 아름답다는데 , 삼황은 불상, 바위 그리고 석양빛을 일컫는다고 하니
실은 모두 빛의 조화를 이른 것이다.
이곳의 대웅전과 웅진당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특히 부도전의 모양이 게, 문어, 거북이 등
특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는데, 이 지방 토속신앙과 불교가 어울려진 것 이라고 한다.
또한 대웅전은 단청을 하지 않아 한결 운치가 더한데, 여기에 단청을 하면 뒤의 달마산 암봉미가
오히려 떨어질 것 같다.
미황사의 전설로는 검은 돌이 갈라지면서 나온 소가 점지해주었다는데, 소울음 소리가 아름답고
소가 나온 검은 돌이 실린 배를 달마산 아래 포구까지 몰고 온 금인(金人)의 빛깔이 누래서
누루 황(黃)자를 썼다는 창건 설화와 보물 제947호인 대웅보전, 보물 제1183호인 웅진당 등의
문화재가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달마산의 지형도를 보니 생김이 참으로 기묘하다.
8km이상 되는 주릉이 일직선상으로 달리는 산은 찾아보기 어렵거니와 주릉 양쪽으로 짧고도
촘촘하게 뻗은 지능선의 형국은 지네의 형상을 닮았다.
달마산보다는 차라리 지네 농(籠)자를 쓰면 어떨까?
일직선으로 길게 내리뻗은 능선이 없고, 이 길고 힘찬 내달림이 없었어도 해남이 땅 끝이라는
명소로 이름을 날렸을까?
지도를 찾아보니 달마(達馬)산으로 표기 되었으나, 이는 잘못 표기된 거고, 불가에서 말하는
달마(達摩)가 맞다.
'달마'란(범어;다르마) '그자신은 있으면서 다른 모든 존재를 존재하게 만드는 질서의 근거'를
이르는 말'이다.
달마의 원래 모습은 달마도에서 무섭게 보이는 것과는 달리 무척 호감어린 미남이었다고
한다.
달마는 젊은 나이에 깨달음을 얻어 몸과 영혼을 자유자재로 분리할 수 있었는데,
어느 날 영혼이 빠져 나간 사이에 달마의 몸을 발견한 아수라가 자신의 몸을 버리고 달마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몸을 도둑맞은 달마는 할 수 없이 아수라의 육체로 살게 되었는데, 그 후로 달마는 악귀들을
보이는 족족 때려잡게 된다.
귀신들은 달마의 얼굴만 봐도 멀리 도망가기 때문에 달마도는 축귀의 효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달마는 악마의 몸에 깃든 성자라는 전설이 생긴다.
꽃이 핀 동백나무 군락지와 무성한 조릿대가 잘 어우러진 등산로를 따라 운행한다.
처음부터 깔딱이라 헬기장에서 복장을 정돈하고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숨이 가쁘다.
아직도 호흡조절이 안 되니 언제나 편안하게 오를까.
30여 분 지나니 온몸에 힘이 들어가며 숨쉬기가 편해진다.
50여 분만에 달마산((489m) 정상에 올라서 '클라이머스 하이'를 느낀다.
워낙 경사가 급해 다들 힘들어 한다.
이곳 정상 봉수대에는 '달마봉'과 '불썬봉'(불을 켰던, 썼던 뜻)이란 두 개의 표지석이 있어
내려와 확인하니 해남군청과 미황사 주지 스님의 의견이 맞지 않았다고 한다.
군청에선 봉수대에서 통신수단으로 쓰는 '불'을 고집하고, 미황사에선 달마대사의 거룩한 뜻을
기리는 '달마봉'이 맞다고 주장한다.
북쪽을 제외한 삼면이 바다로 푸른 물결이 넘실대며, 북쪽으론 주작산, 천관산이 보이고, 그 사이로
초의선사의 전설이 깃든 '두륜산'이 보이며, 동쪽으로 보이는 게 완도 '상황봉'이라고 한다.
도솔봉까지 5.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문(門)바위 지대로 향하는 암릉은 오금을 저리게 한다.
지난번 갔던 사량도 지리산보다 난이도는 약하지만 계속 긴장한다.
등산로가 좁아 교행은 힘들고, 주변에 활짝핀 진달래 사이로 세미클라이밍을 한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댓잎현호색이 지천인데 운행 속도 때문에 찍지 못하니 아쉽다.
한 가닥 밧줄에 의지하며 암벽을 오르내리노라니 35~6년 전 유격훈련을 하던 기분이 난다.
유격! 유격! 하며 뒤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금강산, 설악산에서도 보기 힘든 기암괴석이다.
마치 살아 있는 듯 저 앞 망망대해에 떠있는 섬과 파란 하늘, 흰 구름은 너무나 멋진 풍광이다.
아무래도 이정표가 잘못되었다.
아까 달마봉에서 도솔봉이 5.2km로 되어 있었고, 2km 가까이 걸었는데, 아직도 7km 남은 것으로
표기되었으니 어느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문바위 입구도 세미클라이밍을 해야 접근이 가능하다.
먼저 올라온 진후 표정이 여유롭다.
이 바위는 임산부나 뚱뚱한 사람은 통과하기 힘들어 아예 배낭을 벗어들고 통과한다.
문바위(개구멍)를 지나도 계속 너덜 길이다.
잠시 순하던 능선 길이 갑자기 더 험해진다 .
아슬아슬한 바윗길이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긴장을 시킨다.
초입부터 정상까지 그리고 이어지는 산행 길에 조릿대가 지천이고
물푸레나무가 앞을 가리고 귀한 벌나무도 보인다.
약초의 대가인 '최진규 선생'은 이 벌나무가 간암, 간경화, 백혈병 등에 불가사의한 효능이
있다고 하며, 조릿대 역시 이곳 달마산의 것이 혈압과 당뇨, 화병과 만성간염 등에 약효가 높다고
한다.
멀리 오늘의 목표지인 방송용 철탑이 보인다.
이곳에서 두 시간 이상 걸리겠지.
먹을 시간을 안 주고 계속 운행하니 허기가 진다.
만우가 흥만인 먹어야 할 텐데 라고 말 하지만 사진까지 찍으며 등산하니 힘이 더 든다.
일망무제의 조망이다.
구름바다 속에 산들이 섬처럼 점점이 떠있다.
'사자봉재'를 지나 하숫골재 직전 암봉에서 기념촬영을 하
약초의 대가인 '최진규 선생'은 이 벌나무가 간암, 간경화, 백혈병 등에 불가사의한 효능이
있다고 하며, 조릿대 역시 이곳 달마산의 것이 혈압과 당뇨, 홧병과 만성간염 등에 약효가 높다고
한다.
멀리 오늘의 목표지인 방송용 철탑이 보인다.
이곳에서 두 시간 이상 걸리겠지.
먹을 시간을 안 주고 계속 운행하니 허기가 진다.
만우가 흥만인 먹어야 할 텐데라고 말 하지만 사진까지 찍으며 등산하니 힘이 더 든다.
일망무제의 조망이다.
구름바다 속에 산들이 섬처럼 점점이 떠있다.
암봉을 오르며 '모청 재백이' 황진이 시를 읇기에 너무 좋아 산행기에 올리고자 송부를
요청한다.
이 글은 모청이 나한테 보낸 글이다.
동짓(冬至)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정든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 구비 펴리라.
이것은 황진이의 모든 시조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 하는 시가 아닌 시조이다.
이 시조의 관념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개념의 이해가 먼저다.
원래 밤이란 시간적 개념이다.
그런데 이것을 사물처럼 한 허리를 베어 낸다고 표현했다.
게다가 이불 속에 보관해 두었다가 펴겠다고 한다.
동짓달의 밤은 그 길이가 낮보다 거의 2배에 가깝다.
그렇게 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서, 님이 오신 날에 원앙금침으로 쓰려고,
정성껏 만들고 다듬어 놓은 따뜻한 이불 속에 넣어 두었다가,
그리운 님이 찾아오는 날 밤에 그 밤에다가, 플러스해
이미 이불 속에 보관하고 있는 동짓달에 베어놓았던 긴 밤까지 합쳐서,
엄청나게 긴 밤으로 만들어,
그 밤이 다 새도록, 그동안 쌓아 두었던 회포도 풀고, 술도 먹고, 시조도 나누고, 사랑도 하고.....
이 정도로 긴 사랑과 연담을 나눌 자가 세상에 황진이와 그의 낭군 말고는 누가 있을까?
(모청? 석천?)
나의 해석이 여기에 이르자 황진이 시조가 모두 다 좋지만, 특히 이 시조에 뿅 가버리게
된 이유다.
시간의 사물화, 추상의 구체화, 관념의 구상화를 이렇게 맛깔스럽고 감칠 맛나게 감동과
연심으로 담아 낼 계집이 세상에 황진이 말고 또 누가 있을까?
또 얼마나 귀엽고 섹시한 표현인가?
모청이 이 시조에 뽕 간 이유이다.
춘향가 중 옥중 춘향의 '쑥대머리'는 길기도 하고, 내용도 복잡하고 어려운 표현이 많아
그 해석을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다음 기회로 미루겠네. 밤도 깊었고...
다만 내가 이 노래를 알게 된 동기는 평소 나는 무엇보다 역사의식을 중요시하기에
우리 고유의 판소리 한 구절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옳다는 생각으로 독학으로 옹알거리며
배웠던 것인데, 지난번 금요포럼에서 정치적 이념을 강의할 때, 우리의 것을 하나 특이하게
표현하여 강의의 효과를 높이려고, 쑥대머리의 일부분을 읊었던 것이다.
판소리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에 등록되어 있으며,
특히, 쑥대머리는 춘향가 중 비탄과 연모의 정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난 대목이고
춘향가의 핵심이며 판소리 전체를 통해서도 백미로 알려진 대목이다.
그것을 작년 11월 금요포럼에서 일부만 선 보였고 오늘은 쑥대머리 전부를 완창 한 것일세.
이 정도로 가름하네.
내일은 바빠서 지금 올리는 것이니 이것으로 만족하시게나.
오늘은 즐거웠네.
황진이의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며 힘든 암봉도 거뜬히 올라간다.
여기는 '떡봉(421m)'이다.
2월 말 은퇴한 조석봉 교장선생이 이 떡봉은 자기 거라고 하며 너무 좋아한다.
조 교장의 표정도 너무 밝으니, 산과 대자연은 우리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준다.
감싸주기도 하고, 30여 년 넘은 직장과 조직생활에 찌든 우리의 마음을 순수하게 만들어준다.
흥만이 가는 데는 다 갈 수 있다고 하는 태영이 얼굴도 밝다.
은퇴한 충격에서 다들 서서히 벗어나는 모습이다.
저곳까지 가야지?
지금까지 한 명의 낙오자와 부상자 없이 이 험한 등로를 걸어왔다.
마지막까지 안전산행을 해야겠지.
금강산인들 이보다 아름다우랴!
난 몇 년 전 금강산엘 올랐다.
천선대에서 만물상을 보았지만 이 달마산 남릉 풍광을 따라올 수 있다고?
그쪽은 빨갱이들 사는 데라 그런지 좀 느끼하고 기암괴석과 암릉의 기교는 여기가 더 좋다.
게다가 암봉 사이로 걸어 오르내리는 멋과 맛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금강산 만물상은 멀리서 보기만 해야 되는데, 이 달마산은 직접 속살을 보고 만질 수 있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도솔암 삼거리가 나온다.
'도솔암'은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도량인데 정유재란때 명랑해전에서 패배한 왜구들에 의해 불에
탔다가 불과 30여 년 전에 오대산 월정사의 법조스님에 의해 32일만에 완공시켰다 하며,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명소라고 한다.
저 친구들 오줌 안 지렸나?
보기만 해도 위태롭고 아찔한 광경을 연출한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종점이다
기념사진을 찍고 상원이 준비해온 빈대떡과 오징어무침으로 소주 한잔씩 한다.
시간여유가 있어 '땅 끝 전망대'엘 올라간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한반도의 최남단으로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의 '사자봉' 땅 끝이다.
육당 최남선 선생은 해남에서 서울까지 천리요, 서울서 함경북도 온성까지 이천리라 하여
우리나라를 삼천리라 하였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다 '돈나무'를 본다.
중부 내륙지방엔 없고, 남쪽 섬이나 바닷가에서 자라는데, 가지가 갈라져서 둥그렇게 자란다.
재백이 춘향가 중 '쑥대머리' 판소리와 친구들 노래 소리에 지루한줄 모르고 대부도 궁평항에
도착하여 푸짐한 자연산 회와 찌게로 맛나게 저녁식사로 마무리를 한다.
2009. 4 4.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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