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51 황금빛 연꽃송이 사패산<552m>

김흥만 2017. 3. 22. 10:51


2009.  4.  11.

기온이 26~7도를 오르내리니 벌써 초여름 날씨이다.

봄은 어디론가 슬며시 사라지고, 질펀하게 땀 흘릴 날만 다가온다.

산행 복장도 어중간하고,

오늘은 식수도 많이 필요하며 산행 중 많은 휴식이 필요한 날씨이다.

 

황금빛 햇살이 암석에 비치는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 금부용(金芙蓉)이라는 별칭을 가진 

'사패산(552m)'은 도봉산 북쪽으로 연결된 바위산으로 지질과 지형은 도봉산과 비슷하나,

워낙 잘 알려진 '도봉산'에 가려 그 빼어난 산수와 암릉미,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음에도 제대로 대접이나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산이다.

 

최근 수도권 외곽순환도로 건설 시 환경단체와 종교단체 등의 강한 압박에 밀린 무능한 노무현

정부 때문에 이 국책사업이 지체되어, 막대한 예산 손실과 비용이 낭비된 '사패터널'로 인하여 

알려지기 시작했다.

허긴 이러한 반대 때문에 엉망으로 된 국책사업이 비단 여기뿐이겠는가.

천성산 터널공사도 '지율'이란 여자 땡중한테 휘말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무릎 꿇는 바람에 

수조 원의 예산도 낭비되었다. 

 

난 종교인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나설 때에는 사정없이 욕을 한다.

열심히 종교 일에나 정진하지, 쓸데없이 나서서 대다수 선량한 국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사패산 이름의 유래는 조선 중종의 둘째 딸 '의혜공주'와 부마인 '한경록'의 묘를 이 산 아래

쓰고, 그의 후손들에게 사패전(賜牌田)을 주었다는 일화와,

선조의 여섯 번째 딸인 '정휘옹주'가 부마인 유정량에게 시집보내며, 사위한테 하사해준 땅이

바로 이 사패산 일대라 산 이름이 그렇게 불리었다는 설도 있다.

다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장가는 잘 들어야한다는 진리는 변함이 없는 거 같다.

 

산행들머리에 410년 된 회화나무가 나를 맞이한다.

 

회화나무는 마을 어귀에 당산목으로 많이 심는데, 키는 25m 이상 자라며, 수령은 수백 년이다.

열매는 염주와 같이 생겼으며 색깔에 따라 白槐, 豆靑槐, 黑槐로 나뉘는데 백괴가 많다.

인천 신현동에 천연기념물 315호 회화나무가 있으며, 내 고향 진천에도 몇 그루의 보호수가 있고,

전국적으로 보호수가 많다.


몇 년 전 국민은행에서 수만 그루의 회화나무를 전국의 지점 창구에서 무상 분양한 적이 있다.

그 나무들은 지금 잘 크고 있겠지.

 

오늘의 산행은 석굴암~사패능선~사패산~도봉산~우이암으로 약 12km에 일곱 시간 예정인데,

난 고향 친구의 딸 결혼식 시간에 맞추느라 사패산만 오르기로 한다.

 

초입이 시멘트포장 길이라 별로 재미가 없다.

 

석굴암 입구에 큰 바위가 문으로 되어 있어 매우 인상적이다.

 

기가 막힌 곡선미의 지붕과 단청은우리 민족만 가능하리라.

 

'김구 선생'이 잠시 피신할 때 자필 명문(銘文)을 조각한 유서 깊은 석굴암이다.

때마침 김구 선생의 피 묻은 두루마기 등 24점의 유품이 며칠 전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니 감회가

새롭다.

 

참으로 희한하게 생긴 괴석이 엄청나게 거대하여 주위를 압도한다. 

 

진달래가 만발하고 졸참나무 가지에선 연둣빛 잎이 나오기 시작해 너무나 싱그럽다.

 

무지하게 덥다.

갈증이 나 생수로 목을 적셔도 찬 얼음물이 그립다.

 

사패산 2보루이다.

자연암벽을 활용하고, 취약한 부분을 부분적으로 석축으로 설치한 고구려 시대의 보루성이다.

해발 390m, 둘레 172m, 면적이 약 340평이다.

동서로 긴 장타원형에 길이는 약 66m정도이다.

 

여기도 세미클라이밍을 해야 하는 곳이 여러 군데이다.

 

사패산 정상이 아직도 1.4km 남았다.

 

삼각산의 사모바위와 비슷한 저 바위가 갓바위 아님 선바위인가?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으니 서둘러 가자.

 

사패산 정상(552m)이다.

도봉산 쪽의 장쾌한 능선이 뿌연 연무 속에 파노라마를 펼친다.


왼쪽부터 포대능선~포대정상(자운봉 740m)~도봉 주능선~보문능선~오봉(660m)~

백운대(836.5m)~상장능선으로 이어진다.

 

 

대도시 주변에 이렇게 장쾌한 능선과 아름다운 암릉의 산을 가진 나라가 있을까?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가 축복 받았다 한다. 

동유럽, 서유럽 여행 시에도 보지 못했고,

단지, 알프스자락에서의 연봉은 볼만 하지만 그곳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난 해외여행에서 실망한 일이 많다.

파리의 '세느강'은 서울의 중랑천 규모의 지저분한 똥물이고,

독일의 아우토호반은 순환도로의 수준보다도 못하며, 

몽마르트 언덕(해발 87m)은 남산의 언덕 자락만도 못하고,

라인강의 로렐라이는 우리나라 동강에도 얼마든지 있으며,

다뉴브강은 한강보다 어림도 없다.

우린 길가에 담배꽁초도 별로 없는데, 파리, 로마에선 담배꽁초가 나뒹군다.

 

사패터널에서 많은 차가 빠져나오고 있다.

저기가 의정부이구나.

 

의정부란,

이성계가 왕자의 난이라는 골육상쟁을 일으킨 태종에게 노하여 함흥으로 갔다가 한양으로

돌아오면서 잠시 머물렀던 호원동을 '전좌'라고 하며,

삼정승, 육조판서, 문부백관이 태상왕 이성계에게 정사를 묻고자 사패산 동쪽 회룡역 일대의

전좌 마을에 와서 자주 머물렀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의정부 고관대작들이 모여드는 땅'이란

의미로 의정부라는 지명이 생성되었다 한다.

 

정상이 평지처럼 넓다.

제사 터인 '성혈'이 있다고 하는데 찾지 못하겠다.

 

지금 시간 11시.

서둘러야 종주 팀 차질 없고, 나도 예식장 시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등산로는 위험구간도 많지만, 완전히 갈아지지 않은 마사토 덕분에 많이 미끄럽다.

 

날이 많이 건조하다.

우리나라 산림은 "장작 생태계"라 한다.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 등 장작처럼 불에 잘 타는 침엽수, 활엽수가 많아 붙은 이름이다.

어제도 지리산자락의 백양산을 포함하여 24곳에서 산불이 발생하였다 한다.

지금과 같은 봄철엔 습도가 낮아 건조하고, 백두대간 등에 막힌 공기가 거센 늪새 바람 등으로

산불이 쉽게  발생하고 번진다.

 

산불의 원인은 대부분 실화인데, 입산자의 담뱃불, 성묘객,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 등이

주원인이라 하니 산에선 절대로 담배를 피워선 안된다.

산중 흡연에 벌금이 30만 원이나 되는데도 정상에서 태연하게 피우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이들은 방화죄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해당되지 않을까?

 

                                                       2009  .4.  11.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