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30.
"에구! 또 수놈이네."
아버지께서 한탄하시던 50년 전 그 옛날이 그리워진다.
12마리 새끼 중 수놈이 열 마리 암놈이 두 마리가 태어났다.
젖을 찾아 꿀꿀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그 중 제일 첫 번째 나오는 문여리는 형제들 텃세에 젖도 못먹고
얼마 못 살다 죽었지만 참 귀여웠다.
학교에 가니 담임선생님이 "흥만이 집에는 돼지새끼도 수놈만 난다고 하더라." 하면서
놀리셨다.
지금은 6남 1녀지만, 우리 형제는 원래 8남 1녀였다.
그만큼 우리 집에서는 딸도 귀했고, 나중에 늦둥이 딸이 태어났지만 돼지도 암놈이 귀했다.
TV만 켜면 온통 SI( swine influenja)로 시끄럽다.
멕시코 돼지독감으로 전 세계가 떨고, 우리나라에서도 유사감염자가 생긴 모양이다.
"사스" "조류 독감""홍콩독감" 때보다도 더 시끄럽다.
돼지는 문화권에 따라 관점이 다른데,
우리나라 등 한자 문화권에서는 상서로운 동물로 본다.
허지만 유대교와 이슬람권에서는 불결하고 재수 없는 동물로 쳐 아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돼지 해(亥)는 나무 목(木)과 만나면 핵(核)이 된다.
그만큼 근본이 되는 에너지를 갖고 있어 오행으로 볼 때 물이 많아 정력의 기운을 관장하는
신장의 기운을 보하는 식품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집가(家)자도 갓머리 밑에 돼지 시(豕)자가 있다.
예전에는 시골집집마다 다 돼지를 길렀으며, 집 마당과 담벼락 밑에 슬슬 기어가는 구렁이 등에
놀란 기억이 있다.
시골집에 뱀이 많았고 돼지는 뱀의 천적이다.
피하지방이 두꺼워 뱀의 이빨로는 돼지에 해를 끼치지 못하니, 기둥을 타고 다니던 뱀을 유유히
잡아먹어 집안의 걱정을 없애기도 하고, 음식물 잔반을 다 먹어치워 음식물 쓰레기도 없앤다.
우리나라에선 요크셔, 두록저지, 햄프셔 등을 많이 기르는데,
수태기간이 114일로 좀 특이 하다.
사람과 소와 말은 285일이고, 양과 염소는 약 150일 정도요, 개는 60일이다.
중학교 때 농업을 3년이나 배웠더니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내가 군대시절 근무했던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亥安面, 일명 펀치볼)은 뱀이 많아 사람과
가축이 많은 피해를 입어 살기가 힘들었는데, 지나가던 노승의 말을 듣고 돼지 해(亥)자로
바꿨더니 뱀이 없어 졌다고도 하며, 실제로 펀치볼은 사방이 고도 1,000m 이상 되는 산에 둘러
쌓인 분지지만 뱀이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린 돼지꿈을 꾸면 복권도 사고, 상서로운 일이 많이 일어 난다고 하는데,
유대나 이슬람권에서는 왜 싫어할까?
아마도 유목생활을 하면서 돼지의 다리가 짧아 이동이 불편하고, 척박한 땅에 온도가 높아
전염병의 원인이 제공된다고 하여 싫어하는 모양이다.
중국에서는 쇠고기보다도 더 비싼데, 주인을 잘 알아보고 풀어놓으면 개와 비슷하게 주인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장난도 좋아한다.
사람들이 비위생적으로 길러서 그렇지 실제론 깨끗한 환경을 좋아하는 가축이다.
요즘 돼지 삼겹살이 600g 한 근에 13,000원이 넘는다.
미국산쇠고기 초이스 급 한 근 9,000원(한우 47,000원)보다 훨씬 비싸 금겹살이라고도 한다.
SI덕분에 마트에선 오늘부터 20~35% 세일한다고 써 붙였던데~
세상은 참 재미있다,
미국산 쇠고기 가지고 좌빨이들 촛불시위하고 요란 떨더니 이번엔 돼지파동이다.
지난번엔 조류독감(AI)으로 닭과 오리들을 살 처분하여 축산 농가를 울리더니
이번엔 돼지라 빈곤의 악순환인가?
축산인들의 걱정이 많겠다.
손을 자주 씻고, 71도에서 인플루엔자균이 죽는다하니 익혀 먹으면 괜찮다고 한다.
걱정하지 말고 오늘도 열심히 삼겹살, 돼지갈비를 먹어 축산인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
2009. 4. 30.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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