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림의 미학 579 무신론자의 난세 가치부전(假痴不癲)

김흥만 2020. 8. 22. 15:31

2020. 8. 22. 12;00

8·15 광화문 집회에 다녀왔더니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이

떨어졌다.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검사를 받아야 하는가,

문득 보이스 퀸 프로에 출연했던 조엘라의 '난감하네'라는 노래에 내 모습이

오버랩(overlap)된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는 보건당국에서 거의 100% 양성을 때린다?

사실 그대로 기록을 하면 관계당국에서 나중에 불이익을 준다더라 등,

온갖 유언비어가 인간세상을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그 중심에 내가

갑자기 서게 된 거다.

 

기록지 기타란에 '광화문 집회 참석'이라 썼더니 검체요원이 친절하게

응대를 하며 면봉으로 콧구멍과 목구멍을 긁어 검체를 채취한다.

 

너는 신(神)을 믿느냐라고 누군가 나에게 물으면 나는 무신론자(無神論者)

라고 답을 한다.

최근 사랑제일교회 등 특정 종교인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정치에 물든

사람들이나 똑같다.

 

선(善)한 인간세상을 정치인들이 더럽히는 것도 모자라, 이젠 종교인까지

나서서 세상을 코로나 바이러스와 똥물로 더럽히는 게 싫다.

 

정치와 종교가 나라와 국민을 보살피고 보듬어줘야 하는 게 정상인데,

거꾸로 국민들이 종교인과 정치인들을 불쌍히 여기고 보살펴줘야 하니

이게 바로 문 대통령이 말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인 모양이다.

 

무신론자들은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하는데 반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도스토엡스키'는 "인간이 신 없이 도덕과 의미를

지킬 수 없다."고 믿었다.

 

나는 어릴 때 감리교회를 다녔다.

중학교를 다닐 때 '진천감리교회'에서 목사님에게 성경과 찬송을 배웠고,

서울에 유학을 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금호동 제일감리교회'에 다녔다.

 

하필이면 당시 최영기 담임목사가 종말론자로 1968년 세상에 종말이 온다며,

가지고 있는 모든 재물을 하나님의 성전에 바치라고 하는 설교에 염증을

느껴 둘째형의 강권(强權)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발을 끊었다.

 

세상에 종말이 오지 않자 최 목사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버렸다.

나 역시 교회엔 두 번 다시 발을 들여놓지 않았고 지금까지 교회와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검찰총장을 향해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는 간신들과 성령이 충만하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며 혹세무민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종교인들을

외면하고 가치부전(假痴不癲)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

 

세상을 갈기갈기 찢으려는 천둥번개가 난무하고 검은 구름 가득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바라보며 난세의 생존전략이 떠오르지 않는다.

 

14;00

숲으로 들어서니 그윽한 향이 콧속으로 들어온다.

선비들은 암향부동(暗香浮動) 중 매화의 암향(暗香)을 최고로 치는데

나는 칡향을 더 좋아한다.

 

여름의 숲속에서 암향을 마시며 어릴 때 올랐던 진천 봉화산 칡향을 생각하니

비로소 동심여선(童心如仙)의 경지에 오른 모양이다.

 

코로나 검사결과 '음성'으로 판정되었다는 메시지가 생각난다.

이젠 나서지 않고 조금은 어리석게 사는 가치부전(假痴不癲)을 생존전략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축축한 숲속에서 탈출을 한다.

 

                               2020. 8. 22.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