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5. 09;30
코로나 환자가 연일 700명을 웃돈다.
사람들이 모인 곳이 점점 싫어지고 또한 사람이 많이 몰리는 산도 오르기 싫기에
오롯이 나 혼자만이 즐길 수 있는 객산을 오른다.
등산로로 접어들자 막 피기 시작한 '애기나리'가 보여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낸다.
'금강 애기나리'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객산 애기나리는 언제 보아도 아기 같은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애기나리의 줄기와 잎사귀는 둥굴레와 비슷하다.
어린 순을 데쳐 먹기도 하는데 줄기와 뿌리에 독이 있다고 들었다.
요즘 한창 나는 곰취와 독이 강한 동의나물이 비슷하고,
원추리와 농약의 원료로 쓰이는 여로, 산마늘과 박새를 잘못 알고 먹어 화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애기나리, 금강 애기나리, 참나리, 뻐꾹나리, 말나리, 하늘나리, 땅나리, 중나리 등
많은 백합 종류에서 가장 작은 꽃이 바로 이 애기나리라고 할 수 있겠다.
<애기나리>
요즘 들과 산속엔 '애기똥풀'이 주인이다.
연둣빛 숲 속에서 애기똥풀의 노란색은 단연 돋보이는 색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줄기를 꺾으면 애기똥같이 노란 집이 나와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붉은 피 비슷한 즙이 나오는 '피나물'도 독성이 강한 걸로 알려졌는데,
똥이란 이름이 붙었으니 애기똥풀에게 감정이 있다면 싫어하는 이름이겠다.
똥자가 붙은 애기똥풀, 쥐똥나무, 말똥비름,
오줌자가 붙은 노루오줌, 넓은잎 쥐오줌풀, 좀 쥐오줌풀, 쥐오줌풀,
불알자가 붙은 소경불알, 개불알꽃이 있다.
이밖에도 듣기 나쁜 이름으로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송장풀, 미치광이풀,
광릉요강꽃, 중대가리풀 등이 생각나는데 힘들겠지만 식물학자들이 중지를
모아
시급히 개명을 추진해야겠다.
<애기똥풀>
'각시붓꽃'을 찍고 있는데, 초등학생 두 명이 다가온다.
꽃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니 알겠다며 싱그러운 미소를 남기고 정상을
향한다.
유도를 하는 아들의 체력단련을 위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산에 같이
다녔는데, 이를 닮았는지 손주들도 4학년, 2학년이 되자 매주 검단산(657m)에
오른다.
<각시붓꽃>
누군가의 무덤가에 지천으로 핀 '조개나물'을 보며
얼마 전에 친구가 보내준 비옥 취사(比玉聚沙)라는 글이 생각난다.
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난다.
인생을 살면서, 또한 황혼의 여생에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방이나 먼 곳에 산행이나 여행을 할 때 목적지 부근에 사는 친구가 있으면
일부러 연락을 해서 같이 술잔을 나누기도 한다.
좋은 친구를 멀어도 찾아가 만나는 것은 나 스스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 조개나물 >
친구와 오랫동안 사이가 좋았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관계로 멀어지기도
하고, 사소한 오해로 인해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뒤늦게 만났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인품에 끌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생긴다.
내가 감히 사람, 특히 친구에 대하여 논할 수는 없지만, 이제 군자와 소인배
정도는 구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큰 꽃 의아리>
서애 유성룡은
군자들의 사귐을 옥(玉)에 비유하고, 소인들의 사귐을 모래에 비유하여
비옥취사(比玉聚沙)라는 말을 썼다.
사전적인 의미로
군자(君子)란 학식이 높고 행실이 어진 사람이며,
소인배(小人輩)란 자기의 이익만 도모하며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을 말한다.
이제 친구를 새로 사귈 나이도 지났다.
친구들을 얌체와 염치, 군자와 소인배로 구분해 관리하는 것도 차마 못할
짓이기에, 따지지 않고 나 자신 스스로 엄격해야겠다는 교훈을 얻는다.
2021. 4. 25.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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