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9.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말은 어머니와 사랑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말이 더 사랑받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수레국화와 양귀비가 곱게 핀 공원을 거닐며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기독교 정신의 본질은 '사랑'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며 박애(博愛) 정신으로 널리 사랑하라고 하는 거다.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하라는 말로 기독교의 본질을 말하는데,
차별 없이 널리 사랑하라는 범애(汎愛)도 여기에 해당한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교 또한 '크게 사랑하고 가엾게 여김'을 뜻하는 '자비(慈悲)를 기본정신으로
하는데 자비 또한 사랑이다.
사랑이라,
사랑의 종류로는 여러 유형이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아가페(agape),
친구간의 사랑, 즉 우정을 말하는 필리아(philia),
이성과의 사랑 즉 연인과의 사랑인 에로스(eros),
가족간의 사랑인 스토르게(storge),
자기 자신의 욕망이나 육체적인 욕구를 사랑하는 에피투미아(epitumia)가
대표적이다.
'금낭화'는 땅심(地力)에 의해 꽃 색깔이 결정되는데,
땅의 성분이 알칼리성이면 붉은 꽃이 피고, 산성이면 흰색이나 연분홍색 꽃이
핀다.
멸종 위기종인 '산수국'은 백색~붉은색~파란색으로 변하며,
금은화로 불리는 '인동초'도 처음 필 때는 노란색과 흰색이었다가 점점
노란색으로 변하듯이
자연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법칙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한다.
또한 인간의 사랑도 유위(有爲)나 무위(無爲)를 따지지 않고 변한다.
끝없이 지속될 거 같았던 남녀간의 사랑도 세월이 흐르고 때가 되면 변절이
되기에 오죽하면 첫사랑은 깨진다는 속설이 생겼을까.
수십 년간 이어오던 친구간의 우정인 필리아(philia)도 사소한 실수 하나로
망가질 수 있다.
현인(賢人)들도 오죽하면 친구를 사귈 때,
자기 좋을 때만 찾아오는 '꽃과 같은 친구',
자신의 이익만을 따지는 '저울과 같은 친구',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마음 든든한 '산과 같은 친구',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땅과 같은 친구'를 잘 구분하여 좋은
친구를 가지라고 하는 거다.
신약성서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인류에 대한 사랑,
인간 서로간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말하는 아가페(agape) 또한 종교적인 신념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소수의 예외는 있지만,
가족간의 사랑인 스토르게(storge)는 아무리 힘들어도 거의 변하지 않는
사랑이다.
따라서 가족간의 사랑이야말로 최애(最愛)가 아닌가.
10년 만에 가족사진을 찍으며 사랑 중에 '가장 사랑한다'는 최애(最愛)를
떠올린다.
세월 참 빠르다.
16세에 서울유학을 왔는데 어느새 반세기가 지나 내가 종심(從心)이라니.
인정하기 싫지만 일모도원(日摹途遠)이다.
무심코 지난 세월의 붙잡고 싶은 순간들,
그립고 매달리고 놓치고 싶지 않은 추억도 세월의 무상(無常)함에 서서히 스러진다.
종심이 되니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어진다.
사랑을 알 나이가 되어 많은 걸 잃었음을 깨달으니 이제서야 철이 드는 모양이다.
2021. 5. 19.
석천 흥만 졸필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림의 미학 626 별명의 등급 (0) | 2021.06.05 |
---|---|
느림의 미학 625 오월이 가면 (0) | 2021.05.29 |
느림의 미학 623 속았다, 그리고 유쾌한 반전 (0) | 2021.05.16 |
느림의 미학 622 영정사진(影幀寫眞) (0) | 2021.05.10 |
느림의 미학 621 '답다'라는 말의 의미 (0) | 2021.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