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느림의 미학 75 역사의 숨결< 아차산~용마산348m>

김흥만 2017. 3. 24. 20:23


2009.  9.  2.

기원 4세기부터 신라, 백제, 고구려의 3개국은 영토를 확장하려고 300여 년 동안 혈안이 되어

싸움질을 하였는데,

이때 아차산은 한강유역을 확보하는데 전략적인 거점이었다.


이 지역을 확보하면, 충주는 물론 영월까지도 손쉽게 공략이 가능하였고, 

가장 먼저 차지한 백제가 이 아차산성을 쌓아, 고구려 군을 막으려 하였지만 결국은 뺐기고,

1,500여 명의 군사를 주둔시킨 고구려도 종국에는 신라군에게 빼앗긴다. 

 

광진구에서 거금을 들여 공을 들이는 아차산!

온달장군의 애절한 사연도 있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이 일대 숲은 왕의 사냥터가 되었다.


특히 세종과 세조, 성종이 즐겨 찾던 사냥터였건만 이러한 사실을 기록한 문건은 드물다.

이러한 사연을 알고,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산행을 하면 아차산은 평범한 야산으로 보이진

않을 듯 싶어 아차산~용마봉을 번개산행 한다.

 

불현듯 말 달리며 호령을 하는 장군과 병졸들의 함성을 느끼니 소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

마저도 예사롭지 않다.

 

잘 정리된 들머리가 정겹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좀 얄밉다.

 

소나무와 아까시나무가 지천인 아차산은 주봉인 용마봉(348m)과 아차산(285m) 정상부로

하여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데, 산행거리가 5.9km이니 왕복 약12km로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거리이다.

 

오늘은 번개산행이다.

산행에는 고 '고미영 대장'처럼 메이저 14좌, 여성 최초등정이라는 목표도 필요 하겠지만,

우린 철저하게 쓸데없는 짓도 아니지만 그냥 목적없이 오른다.

물론 건강이나 심신수양이니 하는 것은 부수적이다.


그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들어가며 산의 도리를 체감하며,

친한 벗들과 주변에 핀 꽃과 나무를 보며 산행을 하면 삶의 큰 소득이 된다.

 

활짝 핀 '배롱나무'의 꽃이 봄꽃 못지않게 화려하다.

서당과 서원 등에 많이 심어 선비들이 배롱나무를 보며, 청렴의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하여

예로부터 청렴을 상징하는 나무이다.

 

배롱나무는 7~9월에 100일 정도 붉은 꽃이 피어, 백일홍(百日紅)이라고도 하며, 양지를

좋아하고 모래가 많이 섞인 땅을 좋아하는데 이 무렵에 피는 꽃들 중 가장 화려하다.

 

잘 정비된 등산로 주변에 깊은 산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솔체꽃'도 보인다.

 

솔체꽃은 산토끼꽃 과로서 두해살이풀이며 자주색 빛깔로 8월에 핀다.

 

'좀개미취'도 보이며 연한 잎을 나물로 무쳐 먹는 '큰물레나물'도 보인다.

축령산의 깊은 계곡에서 본 꽃인데 여기서도 볼 수 있으니 광진구에서 무척이나 신경 썼다.

 

얼굴에 이상한 복면을 쓴 여인들이 내려온다.

우리나라 등산객은 한여름에도 장갑을 많이 끼고, 물론 나도 낀다.


그러나 난 균형추가 약간 무너져 넘어질 때 손 보호를 위해 낀다는 궁색한 변명이라도 있는데,

중년여성들은 아주 보기 흉한 얼굴 가리개를 쓰고 마주치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자기 딴에는 얼굴 피부를 보호하려고 하는 행동이지만 실제적으론 심장을 괴롭히는 행동으로

평균수명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하니, 등산을 하면서 건강해지길 바라는 무식한

아줌마들일 뿐이다.

 

얼굴의 열을 발산시키며 건조한 상태를 가급적 만들어야 심장에 무리가 없는데,

방송에서도 무관심하고 그렇게 자외선이 무서우면 집구석에나 처 박혀 있던지,

또한 하루 40여분 이상 햇볕을 쐬어야만 비타민D가 보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무식함이

절정이다.

 

국화과의 '산비장이'도 보이고,

 

아주 예쁜 꽃이 많은 등산로가 환상적이다.

옥잠화, 골무꽃, 포천구절초, 범부채도 보이며, 일본조팝나무도 보인다.

 

패랭이꽃이 한 송이 숨어있다.

 

한창 기가 왕성한 여름날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 소염, 이뇨, 임질치료까지 했다는데,

목에 걸린 생선뼈를 뺄 때도 썼고 패랭이꽃 달인 물로 자주 얼굴을 씻어주면 기미, 주근깨도

없어지고 살결도 고와진다니 특히 여성분들은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잎사귀조차 대나무잎을 닮으려고 하는 약한 패랭이꽃을 '석죽화'라고도 한다.

 

힘센 장사가 마을에 사는 나쁜 귀신을 물리치고자 대나무 화살을 큰 바위에 쏘아 한가운데에

바로 꽂자 큰 굉음에 놀란 귀신들이 도망가고,

화살은 바위에 꽂힌 채로 그 자리에 화살을 만든 대나무처럼 마디기 있는 예쁜 꽃줄기가 올라와

꽃을 피워 '석죽화'라는 별명을 가진 전설 속의 꽃이다.

 

지난번 용문산 백운봉( 940m) 정상에서 본 '기린초'도 보이니, 정녕 광진구 및 서울사람들은

호강한다.

힘 하나 들이지 않고 귀한 식물들을 보다니 말이다.

 

각병류, 토기류, 철제쟁기날, 토제, 인물상, 철제삼족정, 토기뚜껑류 등이 출토된 성곽이

나무와 풀 속으로 살짝 숨었다.

 

산에서 축지법을 쓰며 잽싼 걸음으로 올라가는 구로를 겨우 따라잡고 한숨을 쉬며 옆을 보니,

 

서영순 작가의 <산을 오르며>시를 새긴 팻말이 있다.

 

<엷은 안개 커튼을 젖히고

  들어선 숲속 길

  잠에서 깨어난 생명들 두런거린다.

  봄빛 가득한 아리수

  그 고운 물빛에 소망 하나 띄어 보낸다.

 

  살아있는 동안

  삶의 경이로움과

  심지 깊은 마음 간직하며

  단 한번 사는 귀한 인생

  낭비하지 않고 살아가게 해달라고>

 

기존 등산로를 벗어나 대성암 방향으로 가니 등산로가 장난 아니다.

300여 고지에 불과한 야산이 제법 험하기도 하고 바위와 물 등 갖출 것은 다 있다.

 

가시거리가 30km정도라고 매스컴에선 떠들지만, 오늘 실제로는 50~100여km 이상 될 것 같다.

가까이 예봉산, 검단산, 적갑산이 조망되며 멀리 용문산, 백운봉, 중미산 등이 거침없이 조망된다.

 

 

곳곳에 약수터가 있어 식수를 수시로 보충한다.

탄산수가 아니니 마시기가 편하고 물맛이 일품이다.

 

한발만 물러서면 수십 길 낭떠러지이다.

 

더위에 바람도 없으니 허기가 진다.

잠시 쉬며 포도로 허기를 면하며, 소나무를 올려다보니 솔방울이 무지하게 많게 달렸다.

아마도 수명이 다 되었음을 저 소나무는 아는지 죽기 전 제 자손을 최대한 퍼트리려고

몸부림을 친다.

 

서울 인근의 산은 가난한 사람들의 땔감 공급처로 시달리고 거의 민둥산으로 변했었다,

전쟁이후 무분별한 남벌로 아차산도 황폐해졌는데, 이러한 땅을 녹화하려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아까시나무와 미국에서 들여온 리기다소나무같은 수종이 필요했다.

 

1910년대에 들여온 리기다소나무는 적응력이 대단해 지력이 약한 곳에서도 잘 자라고,

아까시나무는 오리나무처럼 대기 중에 떠다니는 질소를 고정시키는 균이 뿌리에 있어

토질을 개량하는데 최고였다.

 

따라서 아차산 밑의 대부분은 아까시나무와 리기다소나무로 채워졌고,

능선에 올라가야 토종소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자연림이 형성되어 군락을 이룬다.


5~6월 아까시 꽃이 필 때면 강 건너의 암사동 고갯길에만 올라와도 향기가 진동을 하는데

바로 이 산에서 핀 아까시나무의 꽃향기이리라.

 

4보루를 지나 용마봉으로 접어들다가 앞으로 넘어지며 왼팔이 얼얼하다.

정상 밑 구로만이 아는 비트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한잔하는 막걸리의 맛!

우린 또 다시 신선(神仙)이 된다.

 

드디어 태극기 휘날리는 348m의 용마산 정상이다.

 

세상  사람들을 분류할 때는 서너 가지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

된 사람

든 사람

난 사람

국민을 생각한다는 짐승만도 못한 국회의원 놈들인가.

 

난 솔선수범하여 등산로의 쓰레기를 정성스럽게 수거하는 친구를 '된 사람'으로 분류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행이다.

어떤 놈은 죽으면서도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사기 치는데 이 친구야 말로 행동하는 양심이다.

 

고구려 군이 진주했던 3보루이다.

역사의 흔적인데 뒤안길이 쓸쓸하다.

 

<보루>라 함은 현재의 진지를 말한다.

오늘날의 GP( gaurd post)나 GOP(genarl out post)가 해당되리라.

 

토종소나무와 리기다소나무가 적당히 어우러진 숲길이 너무나 정겹다.

안개 낀 날 다시와 이 숲속 길을 걷고 싶다.

 

'벌개미취'이다.

 

여름부터 피어 늦가을까지 우리 곁에 머물다 가는 '벌개미취'는 약용이면서 식용이다.

국화과 다년생으로 한 뿌리만 심어도 그 언저리가 군락을 이룬다.

번식력이 강한 만큼 우리한테도 유익한 생명력을 주는데~자원, 명나물, 산백채로도

불리는 자연의 나물로서 꽃 가운데가 벌집 모양이다.

항암성분, 항균작용과 거담작용이 뛰어나며, 기침을 멈추게 하는 우리의 민약이다.

봄철에 어리고 순한 잎을 따다가 말려서 먹을 수 있는 묵나물로서도 으뜸이다.

 

역사의 숨결이 깃든 아차산이 서울시내에 있다는 것은 서울 사람들의 보물이고 큰 복이리라.

 

                               2009.   9.  2.  아차산에서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