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3.
세상은 온통 오류 투성이다.
유난히 빨리 찾아온 봄기운에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일주일에서 보름이상 앞당겨 봄꽃이 핀다고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내가 좋아하는 미선나무 꽃이 피었기에
메모장을 들춰본다.
2022년엔 3월 14일, 2023년엔 3월 26일, 금년엔 3월 23일
피었으니 개화시기가 예년과 비슷한데 빨리 핀다고 예측을
했으니 말이다.
거대한 자연에서 나무의 냉각량과 가온량을 측정하여 개화
(開花) 시기를 예측하고 맞추기란 사실상 어렵다.
3월 중순부터 언제 필까 매일 지켜보던 미선나무,
어둠 속에 하얗게 핀 미선나무 꽃을 바라보며 잠시 물아일체
(物我一體)가 된다.
미선나무의 이름은 열매 모양이 부채를 닮아 아름다운
부채라는 뜻의 미선(尾扇),
부채의 일종인 미선(尾扇)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통계상 우리나라에서 저절로 자라는 자생나무는 2021년
기준 715종이라 했다.
그중에서도 충북 진천읍에서 초평면으로 가는 고갯길에
자생하던 미선나무를 1917년 식물학자 정태현 박사가 최초
발견하였고, 1919년 일본인 학자 나카이 다케노신 박사가
식물학계에 보고를 해 세상에 알려졌다.
미선나무 종자는 1924년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 수목원으로,
묘목은 1932년 영국 큐 왕립 식물원으로 보내지기도 하였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진천의 미선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 무분별한 불법 채취로 훼손되어 1969년 천연기념물
에서 해제되는 수모를 당했고,
지금은 충북 괴산군, 영동군, 전북 부안군 등 자생지 5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조팝나무도 하얀 꽃이 피었다.
수궁(水宮)과 육지를 넘나들며 펼치는 토끼와 별주부 자라의
이야기를 다루는 판소리가 수궁가(水宮歌)였지.
조팝나무꽃이 필 때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자라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가지만 토끼는 간을 집에 두고 왔다며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살아 돌아왔다는 별주부전이 생각
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열흘 후면 이 꽃도 지겠지.
꽃이 피고 지고, 하루 같은 한 달, 일주일 같은 일 년 세월이
후딱 지나가고 다시 봄꽃을 만난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 했던가.
금년이 윤년이라 사진작가를 섭외하여 지난주 3월 25일~
26일 이틀간 동창친구들 63명에 대하여 장수사진을 촬영
하였다.
체력이 예전만 못한 지 행사를 진행하느라 신경을 썼더니
몸살감기가 온 모양이다.
수십 년 세월 직장연(職長緣)을 이어가는 형님과의 27일
점심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민 전은행장과 약속한 29일 남산 트래킹도 기침이 멈추지
않아 펑크를 내고 링거까지 맞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요즘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은 체력의 고갈이다.
평소에 꾸준하게 운동을 했어도 육체는 건강과 아픔의
경계선에 놓였고,
기억은 망각의 경계 안으로 서서히 들어간다.
누군가 이쯤 되면 하루하루가 선물이라 했다.
MBN 현역가왕 경연에서 가수 '린'이 부른 구슬픈 노래
'한오백년'이 흘러 나온다.
무반주로 부르는 마지막 소절을 들으며 숨이 막히더니
이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2024. 4. 3.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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