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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839 인생은 미완성<춘천 김유정 문학관>

2024.  10.  4.  09;00춘천행 고속도로 위 하늘은 티끌 하나 없이 맑고 푸르다.5월의 하늘이 저랬을까, 어느 예술가도 감히 흉내 내지 못할 시월의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멍을 때렸다. 10;40어느 누군가 말했다.다리가 떨리면 늦었다, 가슴이 떨릴 때 길을 나서라고했던가.  그렇게 말한 사람은 현자(賢者)일까, 지자(智者)일까,아니면 인자(仁者)일까. 당초 계획된 58명 중 이런저런 사유와같이 떠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지병으로 어지럽고,다리가 떨려 민폐를 끼칠까 두려워 포기를 한 친구가 8명이나 발생했다. 지금 김유정 생가와 문학관을 관람하기 위해 철길을 한가로이 걷는 친구들은 어느 부류에 속할까 곱씹는 나쁜 버릇이 발동했다. 현자란 무엇이고, 지자와 인자를 구분하는 기준은무엇일..

여행 이야기 2024.10.05

느림의 미학 838 용담(龍膽)을 꿈꾸다.

2024.  9. 29.  07;00꿈을 꾸었다.새벽운동도 못 나갈 정도로 깊게 잠이 들었나 보다. 매일의 하루일과는 새벽 4시 전후 운동을 나가면서시작된다.그런데 오늘은 6시가 지나서 눈을 떴고 꾸었던 꿈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열대야가 사라지자 깊고 긴 잠을자며 꿈까지 꾸었으니 모처럼 숙면(熟眠)을 취한 모양이다. 세상 사는 재미에 3쾌(三快)가 있다고 한다.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즉 쾌식(快食), 쾌면(快眠), 쾌변(快便)을 꼽는데, 나는 한 가지 쾌유(快遊)를 더 붙여 4쾌를 주장한다.잘 노는 것도 삼쾌 못지않게 중요하지 않은가. 이게 무슨 일이지?내가 밀리터리(military) 마니아(mania)라서인가. 꿈속에서 군에 재입대를 했고,현역시 복무했던 21사 66연대로 복귀해 ..

나의 이야기 2024.09.29

느림의 미학 837 바람, 하늬바람 그리고 휘파람

2024.  9.  21.  06;00바람이 분다.지금 부는 바람은 끈적거리는 바람이 아니다. 무더위를 동반한 습한 바람이 아니고 서늘한 기운을보내주는 고마운 바람이다. 세찬 빗줄기 속에 바람을 맞는 키 작은 나무들이 휘청이고 우산을 쓴 내 몸도 살짝 흔들린다.  어제도 땀에 젖은 티셔츠를 두 번 갈아입었는데,하룻만에 이렇게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는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호락호락하게 물러날 것 같지 않았던 무더위가 하늬바람 한방에 물러났다.내가 걷는 방향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분명 서풍(西風)인 '하늬바람'이다. 동서남북(東西南北) 방향의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내일이 추분(秋分)이니 해가 지는 쪽이 정서(正西)방향이라고 보면 된다. 상일동 지점 부지점장으로 근무할 때 거래처 헬기부대의 대위와..

나의 이야기 2024.09.21

느림의 미학 836 날마다 좋은 날

2024.  9.  17.  07;00연휴 마지막 날,오랜만에 늘어지게 자고 황산숲길을 향한다. 평소보다 두 시간 늦게 나온 곳,새벽 5시 전에는 두세 명 정도만 보였는데 운동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더위가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간밤에도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고,지금도 26도, 습도 95%로 후덥지근하니 이러다가가을은커녕 겨울이 바로 오겠다. 딱! 소리와 함께 도토리가 머리를 때렸다.더위가 물러가지 않았어도 도토리와 밤은 때를 놓치지 않고 익어가는 모양이다. 산길에 어지러이 떨어진 도토리를 피해 가며 시절의수상함을 느낀다. 둘레길 1,200보 왕복을 하고 황톳길에 들어서니 어느새5 천보가 넘었다.집에서 산길까지 1,600보, 둘레길 1,200보, 다시 황산정상인 96m까지 오르내리면 왕복 1,000..

나의 이야기 2024.09.18

느림의 미학 835 '5초'의 여유

2024.  9.  14.  05;00황산숲공원 건널목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명색이 10차선 도로이고 추석연휴 첫날인데 교차로4군데 신호 대기차량이 한 대도 없다.  그냥 건너가도 사고는 없겠지만 2분 후 보행자 신호로 바뀔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며 호흡을 조절한다. 교통신호란 안전하게 통행할 우선순위를 정해주고,또한 지키라고 있는 거니 대기차량이 있든 말든지켜야 한다. 잠시 후 등뒤에서 달려온 자전거 한대가 신호를 위반하고 건너며, 때마침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승용차와 가까스로 충돌을 피한다. 나도 놀랐는데 당사자인 승용차 운전자와 자전거를 탄 사람 둘 다 얼마나 놀랐을까. 몇 달 전에도 택배 오토바이 운전자가 즉사를 했고,자전거를 탄 사람에게 심정지가 와 119 구급대원이출동을 했던 곳인데 말이다..

나의 이야기 2024.09.14

느림의 미학 834 가죽나무는 피를 흘리고

2024.  9.  10.  04;30가로등불 아래 산길이 휑하다.좁았던 산길이 넓어지고 풀냄새가 진동을 한다. 둘레길로 합류하는 들머리 좁은 길도 넓어졌고,어제까지 활짝 웃던 '삼잎국화'가 싹둑 잘려나갔다. 산길가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던 바랭이, 까막사리, 사데풀, 기름새, 붉은서나물과 지칭개도 사라지고,이슬 맞아 윤슬을 반짝이던 '털별꽃아재비'도 다 사라졌다. 털이 많은 잎과 별꽃을 닮은 꽃의 생김새 때문에 '털별꽃아재비'라는 독특한 이름을 얻은 6~7mm에 불과한 작은 꽃이지만 왕성한 번식력을 싫어하는 농부들은 이 꽃을 '쓰레기풀'이라고도 불렀다.  지독한 여름더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또 피웠던 작은 기적을 인정하지 않고,작업인부들은 산길을 정리하며 거추장스럽다고 생각되는 풀과 나무들..

나의 이야기 2024.09.10

느림의 미학 833 삼잎국화와 시절인연(時節因緣)

2024.  9.  8.  04;00온몸이 선뜻하다.새벽기온이 제법 내려갔나 보다.나도 모르게 홑이불을 덮고 잤으니 말이다. 창문틀에 앉은 귀뚜라미가 처연하게 운다.한동안 주인행세를 하며 자지러지게 울던 매미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잠결에 들리던 소리는 분명 소쩍새 소리였다.앞산에서 밤새도록 오음절(五音節)로 울어대던솔부엉이 소리가 그치자 갑자기 고요가 찾아왔다. 지금 기온 섭씨 21.7도,어제 낮엔 무학봉~매봉~남산으로 이어지는 숲길에서땀깨나 흘렸는데, 제법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타고 들어온다. 무더위로 사람을 무한대로 괴롭혔던 여름,엄청 지루하기만 했던 여름,열대야 신기록을 경신하며 도저히 사라지지 않을 것만같았던 여름도 이젠 지쳐가는가 보다. 05;00숲 속으로 들어서자 노란색 '삼잎국화'가 어둠 속..

나의 이야기 2024.09.08

느림의 미학 832 아! 꿈은 사라지고~~

2024.  9  1.  11시 30분응원과 함성으로 가득 찬 목동 야구장으로 들어서며 흥분된 가슴이 마구 띈다.사랑하는 내 모교가 제52회 봉황대기 야구대회 결승에오르다니 모든 게 꿈만 같다. 1루쪽 의자에 앉으며 나는 50여년 전 청년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12시 정각 애국가 제창이 끝나고 결승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선공이고 초구는 볼인데 갑자기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야구팀 창단역사가 짧은 신생팀인 우리가 103개 팀이참여한 메이저 대회에서 청룡기 준우승팀인 강릉고와강팀인 대전고를 꺾고 결승에 오르다니 감개무량(感慨無量)하다. 2023년에는 청룡기 4강에 올랐고,언더독(underdog)으로 이번에는 결승에 오르며 돌풍의 주인공이 되었다. 수천 명의 고함소리, 응원소리, 박수소리에 나는젊은이가 되..

나의 이야기 2024.09.03

느림의 미학 831 소나기가 그리운 날

2024.  8.  25.  05;00뜨락으로 나오자 맑고 청량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얼마만인가,그동안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와야 시원했는데,오늘 새벽엔 실내보다 바깥이 더 시원하니 쉽게 믿기지 않는다. 이 시간 온도는 섭씨 23.7도,밤새도록 울다 지친 매미가 침묵을 지키고,솔부엉이 울음소리가 매미의 빈 자리를 차지했다. 왕성하게 윙윙거리며 몸에 대들던 산모기 소리도사라졌다.처서(處暑)가 지나자마자 모기입이 진짜로 돌아간 모양이다. 폭염으로 달궈진 사위(四圍)가 계속 열을 뿜어대고,잠 못 드는 밤이 수십 일째 이어지자, 무더운 여름이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르는 줄만 알았다. 귀뚜라미와 여치 등 풀벌레들도 더위에 지쳐 한참이나 노래를 멈췄었는데, 오늘따라 가을을 재촉하는 듯한껏 목청을 높이며 숲 속의 적..

나의 이야기 2024.08.25

느림의 미학 830 악, 깡, 땀의 MZ 충신과 간신

2024.  8.  11.  05;20높이뛰기 결승전을 시청하다 잠을 설치고 평소보다조금 늦게 숲길에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7월 26일 개막했던 파리 올림픽이 오늘 폐막일이구나. 악과 깡으로 뭉쳐진 태극전사들이 좋은 성적으로 메달을 딸 때마다 기쁨의 환호성이 나왔고,메달 획득에 실패해도 선수들의 흘린 땀방울과 노고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예전 내 주치의는 머리 진단 후 스포츠 경기는 이기는 것만 보라 했다.수술 후에는 이기는 과정에 있는 경기도 보지 말고,완전히 이긴 경기만 보라고 하며 실질적으로 스포츠 관람을 금한 거다. 심장 기능은 지금도 청년급 기능이라 하면서도 스포츠를 관람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올림픽 경기인데 안 볼 수 없어 가급적 이길 수 ..

나의 이야기 2024.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