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68

느림의 미학 849 단풍나무의 비애(悲哀)

2024.  11.  19.  08;00영하권까지 떨어지게 만든 찬바람은 가을더위를 쫓아냈다. 가을비가 자주 오지 않아 누렇게 말라가던 단풍나무잎이 서리를 맞아 빨갛게 산야를 물들여간다. 매스컴이나 사람들은 이렇게 단풍이 물들면단풍이 불탄다, 절정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떡갈나무, 졸참나무 등 참나무 6형제가 제대로 붉어져가고, 이에 질세라 단풍나무도 점점 붉게 불타 오른다. 단풍나무 중 대표 단풍나무는 붉게 물드는당단풍과 노랗게 물드는 고로쇠나무로청단풍, 신나무, 아기단풍, 복자기나무와함께 단풍나무 6형제들이다. 이밖에도 공작단풍, 은단풍, 최근 청태산에서 만난 청시닥나무, 시닥나무, 우산고로쇠, 중국단풍, 미국꽃단풍, 섬단풍나무, 복장나무 등이 있다. 신나무..

나의 이야기 2024.11.19

느림의 미학 848 슬픈 모기와 뻔뻔한 인간모기

2024.  11.  16.  05;00숲길에 들어서자 윙♬~하며 모기가 달려든다.11월 중순인데 아직도 모기가 살아있다니,기후환경을 탓할 수도 없고 묘한 생각이 든다. 교과서에는모기는 섭씨 3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체온을 낮추려 활동이 줄어들고, 12도 이상으로 내려가면 활동을 멈춘다고 했다. 유난히 폭염이 심했던 지난여름 잠잠했던모기들이 기온이 14도에서 20도 정도 되는요즘 날씨에 활개를 친다. 11월답지 않게 연일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다.이 녀석들은 비로소 최적의 온도를 만나 먹이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모양이다. 모기는 해충(害蟲)일까, 익충(益蟲)일까.어느 소설가는 늦가을까지 살아남은 모기를'슬픈 모기'라고 표현했다. 모기는 보는 주체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사람이나 동물에 대들어 피를 빨거나 감염..

나의 이야기 2024.11.16

느림의 미학 847 세 번째 찾아온 위기

2024.  11.  14.이틀 전 11월 12일 오전 09;40분에환자용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실 조명은 차가운 빛을 내뿜고,수술대 바닥은 오싹한 냉기를 내 등판에 옮긴다. PA 간호사가 좌안(左眼)을 고정시켜 마취액을 점안하고 소독제를 뿌리더니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 한두 번 겪은 거도 아닌데 수술대에만 오르면몸이 경직되고 긴장을 하니 아직도 어른아이를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19번째 눈주사를 맞기 위해 수술대 위에 누워 긴장 속에 떠 오르는 상념들, 오늘은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까. 10여 분 후 주치의가 눈을 아래로 보라 하고, 몇 초 후 눈에 통증과 함께 주사액 한 방울이 황반에 퍼지는 걸 느낀다. 20분 전 안과 주치의가 CT 검사결과를 모니터로 보며 오늘도 눈주사를 맞으라 ..

나의 이야기 2024.11.14

느림의 미학 846 단풍나무의 형님 '붉나무'

2024.  11.  9.  10;00요즘 산이나 둘레길을 돌다 보면 단풍나무보다 더 붉은 단풍을 양지바른 곳에서 볼 수 있다. 너무 흔해서 무심코 지나치기 좋은 나무,그 나무가 옻나무 종류인 '붉나무'로 이름이 조금 특이하다. 비단 붉나무만 이름이 특이할까,천관산에 올랐다가 장흥 해안가에서 만난 돈나무(갯똥나무), 뭔나무, 아왜나무, 고령 미숭산 고분군 들머리의 꽝꽝나무, 딱총나무, 변산에서 만난 호랑가시나무,  울릉도의 너도 밤나무, 나도 밤나무,광릉수목원의 덜꿩나무,하남 경정장의 박태기나무와10월 30일 청태산에서 만난 '청시닥나무'가내가 만난 특이한 나무이다. 이밖에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꾸지뽕나무, 때죽나무, 노루발나무, 중대가리나무(僧頭木), 쥐똥나무, 다정큼나무, 작살나무,  쉬나무, 화살..

나의 이야기 2024.11.09

느림의 미학 845 쪽빛 하늘

2024.  11.  6.  11;00하늘이 시퍼렇게 멍들었다.짙은 푸른색으로 찬란히 빛나는 하늘을 보며 현기증이 났다. 저게 뭐지?하늘에서 낙하산을 탄 특전사 용사들이 내려온다.어느 정도 높이에서 점프했을까,떨릴까, 긴장될까, 무서울까, 아니면 희열을 느낄까. 목덜미를 파고드는 바람이 제법 차다.용사들의 낙하산이 바람의 힘에 의해 빙글빙글 돌기도 하는데 무사히 랜딩(landing)을 할까. 시야에서 낙하산이 사라졌다.여기서 볼 수는 없지만 미사리 랜딩 목표지에 안전하게 착지하였겠지. 하늘빛 참 맑고 곱다.옛 선조들은 저런 하늘을 '쪽빛 하늘'이라 했다.쪽빛은 남색(藍色)으로 짙은 푸른빛을 말한다.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깔을 표현할 때 '보남파초노주빨..

나의 이야기 2024.11.06

느림의 미학 844 무아(無我)의 길을 품은 '풍수원 성당'

2024.  10.  30.  10;30횡성호 둘레길 주차장의 분위기가 묘하다.관광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의 표정이 일그러졌고,우리 또한 통행금지가 된 둘레길 들머리의 광경에한숨이 나온다. 주차장 지킴이는 지난 금요일 횡성에 폭우가 내렸고,미처 물을 빼지 못해 호수 둘레길이 몽땅 물에 잠겼으며,  물을 빼더라도 피해복구 및 안전점검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숲 체원' 등으로 목적지를 바꾸면 좋을 거 같다고 말한다. 이번에도 여행은 미완성인가.모처럼 잡은 일박 산행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국립 횡성 숲 체원'의 숲길을 걸을까 망설이다가 청태산 자연휴양림 잣나무 숲길로 행선지를 바꾸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누구의 잘못인가,관리인은 홈페이지에 입장불가라고 공지를 하였다는데그 공지를 보고 올 사람이 과연 몇..

여행 이야기 2024.11.03

느림의 미학 843 별 세는 밤

2024.  10.  31.  04;30그놈의 버릇 참 고약하다.여행의 고단함으로 아침까지 늘어지게 자야 하는데 새벽 4시가 되자 자동으로 눈이 떠졌으니 이 습관은 평생 고칠 수가 없는 모양이다. 꼬끼요♬!수십 년 만에 들리는 닭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암탉은 울지 못한다.그렇다면 수탉은 어디서 우는 걸까. 고향집 사립문옆에 닭장이 있었고 뒤꼍에는 돼지우리가 있었다.굴뚝 아래 토끼장이 있었고, 토끼장 옆 나무상자에는 이맘때 딴 땡감이 가득 들었고 홍시가 될 때마다 식구들이 간식으로 꺼내 먹었다. 어느 날 족제비가 토끼장 철망을 교묘하게 뜯고 들어가 토끼 한 마리는 물어가고 나머지는 다 물어 죽였는데 조금 사나운 수탉이 있는 닭장은 건드리지 않았다. 수탉은 싸움닭으로 많은 암탉을 거느렸으니 감히침범을 못..

여행 이야기 2024.10.31

느림의 미학 842 소리가 사라지다.

2024.  10.  24.  04;30바람이 분다.목덜미를 파고드는 막새바람이 제법 차다. 산길을 걷는다.바람길을 걷는다.산모퉁이를 돌자 바람이 사라졌다. 바람소리 사라지자 서걱서걱 낙엽 밟는 내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이틀간 거세게 내린 비에 '떨켜층'을 겨우 만든 나무들이 제 몸통 혼자 살겠다고 나뭇잎을 마구 뱉어낸다. 채 물들지 않은 단풍잎,누렇게 마르기 시작하는 산벚나무, 참나무, 산목련,물오리, 층층나무, 은행나무, 개암나무, 뜰보리수 등활엽수 떨켜층이 소리 없이 낙엽을 뿌려댄다.  조금 더 오르니 떨켜층이 없는 상록수인 소나무와사철나무잎도 제법 떨어졌다. 바람과 함께 몰아쳤던 빗줄기에 제대로 내상을 입기도 했겠지만, 해마다 새로 나오는 잎을 위해 1/3씩 묵은잎을 떨어뜨리라는 자연의 명령을..

나의 이야기 2024.10.25

느림의 미학 841 막새바람, 책바람 부는 골목길

2024.  10.  18.  08;00바람이 차다.소슬바람인가, 막새바람일까,북쪽방향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니 막새바람이맞겠다. 천둥소리 들리진 않지만 금세라도 거센비가 쏟아질 듯 하늘엔 먹구름이 뒤엉켜 드잡이질을 한다. 용하게 어디서 책을 구했는지 중3 정도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 한강 작가의 소설책을 들고 덕풍중학교 옆작은 골목길을 지나간다. 여기 중학교 골목길에도 책바람이 불었구나.노벨 문학상의 높은 파도(波濤)는 평범한 중학생까지휩쓸리게 만들었다. 저 여학생은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끝까지 읽을 것인가.역대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들의 대표작품을 나는 완독을 하였는지 스스로를 뒤돌아본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지금 원로배우이순재..

나의 이야기 2024.10.18

느림의 미학 840 나만의 속도

2024.  10.  9.  05;00불빛 희미한 황산숲길을 걷는다.내 뒤에서 작은 인기척이 들린다. 두 명의 아주머니가 아침인사를 하며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잠시 후 산 모퉁이를 돌아 내 시야에서 벗어난다. 경사가 완만하고 짧더라도 산길은 산길인데 저렇게 빨리 오르다니 저 사람들의 무릎은 멀쩡할까,황산숲길에서 다람쥐라고 불리는 아주머니들로빠른 속도가 경이롭다. 나는 원래 빠르지도 못하지만 호흡을 조절하며나름대로 천천히 오르는 게 평생 습관이 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며 빠른 것만이 능사(能事)일까.문득 머릿속에 저장했던 옛 기억을 끄집어낸다. 십수 년 전 검단산(657m)에서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혹독한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바지를 입고 뛰어서 오르내리던 준족(駿足)의 중년 사내가 있었다. 양반댁..

나의 이야기 202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