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525

느림의 미학 737 인생은 개폼이다.

2023. 2. 23. 며칠 전 오랜만에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가 매우 안 좋다. 은행 입사동기로서 47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 '편도선암 1기'로 로봇수술을 받았고, 24번이나 방사선으로 항암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서글퍼진다. 이런 ~ 나이가 겨우 종심(從心)으로 넘어가는데, 이 친구 저 친구 등 많은 친구들이 병마와 사투(死鬪)를 벌이고, 새로이 환자가 발생한다. 속담까지는 아니지만 옛날부터 '자기 병은 자랑하라고 했다.' 그래야 해결책이 나온다나? 또 다른 말로는 "안 아픈 게 장땡이다."라는 말도 있지만 막상 자기자신이 불치병의 당사자가 되면 마음은 달라진다. 원자력도 기대수명이 40년이요, 웬만한 가전제품도 8~10년이 수명인데, 하물며 ..

나의 이야기 2023.02.23

느림의 미학 736 무위자연(無爲自然) 유감

2023. 2. 18. 06;00 봄을 재촉하는 부슬비가 내린다. 미세먼지 '매우 나쁨'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 주려는가. 미세먼지, 비 핑계로 새벽운동을 나가지 않고 컴퓨터를 연다. 달력을 보니 오늘이 우수(雨水)로구나. 윤물무성(潤物無聲)이라, 소리 없이 내리는 비는 대지를 촉촉이 적셔나가며 우수(雨水)라는 절기와 멋진 조합(照合)을 이룬다. 새벽기온은 여전히 영하이다. 그래도 빗속으로 불어오는 바람엔 봄 냄새가 가득 실려 대기는 한결 부드럽다. 남녘에서 통도사 자장매, 백양사 고불매, 선암사 선암매, 화엄사 매화의 개화소식이 연신 들려오고, 뜰안의 매화도 조만간 꽃망울이 터지려는지 잔뜩 부풀었다. 비록 이름 없는 홍매화라도 한국의 4대 매화와 향기는 비슷할 터 꽃망울이 언제 터지려나 매일 지켜봐야겠다..

나의 이야기 2023.02.19

느림의 미학 735 우연욕서(偶然欲書)가 생각나는 휴일

2023. 2. 12. 10;00 초미세먼지 지수가 '매우 나쁨'으로 나와 새벽운동을 걸렀다. 늘 해오던 새벽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괜히 무거우니 운동중독증인 모양이다. Tv를 튼다. 좋은 소식은 없고 '튀르키예'의 지진 소식이 우울하게 만든다. 사람은 환경에 순응하기에 천재지변에 적응하고 나쁜 환경이 발생해도 주어지는 것에 대해 금세 받아들이는 순발력을 발휘한다. 때로는 받아들이기 싫어 거스르기도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하거나 애를 써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냥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튀르키예(터키) 지진현장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비록 내 나라가 아니어도 사망자가 2만명이 넘었다는 통계는 그들의 아픔에 동조하는 나마저 점점 암울(暗鬱)하게 만든다. 사람이 견딜 수 있다는 한계..

나의 이야기 2023.02.12

느림의 미학 734 자연의 신비와 상식의 오류(誤謬)

2023. 2. 10. 05;00 이 새벽에 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엊그제까지 꽁꽁 얼어 얼음으로 덮였던 망월천이 어느새 녹아 힘차게 흐른다. 봄이 바로 지척(咫尺)까지 다가온 모양이다. 나방이 한 마리가 빗줄기를 뚫고 내 앞을 지나 가로등을 향해 날아간다. 저놈은 모질었던 북풍한설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 지금까지 무엇을 먹고, 어디에 숨어서 살았을까. 아주 작은 나방이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준다. 날아가는 나방이를 보며 며칠 전 고향 친구로부터 '청설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을 했던 내용이 생각난다. 이참에 빠진 내용도 추가하고 복습도 할 겸 다시 정리를 해야겠다. 05;30 기홍이 좋은 질문일쎄!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설모는 다람쥐를 잡아먹지 ..

나의 이야기 2023.02.09

느림의 미학 733 놈, 놈, 예의염치(禮義廉恥)가 없는 놈들.

2023. 2. 5. 15;00 요즘 TV 뉴스에 두 사람만 나오면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거나 아예 꺼버린다. 신문도 두 사람들에 관계된 기사가 나오면 읽지 않고 페이지를 바로 넘긴다. 조간신문이라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새벽부터 기분이 잡치기 때문이다. 저렇게 뻔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의 지도층이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분노가 차오른다. 서해맹산(誓海盟山)이라, '바다에 맹세하고 산에 다짐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흉내를 내고, 죽창가를 주창(主唱)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반일을 부르짖던 그 사람, 남의 티끌만 한 잘못을 잡아내어 수천수만 번 추상같이 시비를 걸던 전직 법무장관, 막상 자기자신은 온 가족이 똘똘 뭉쳐 서류위조, 입시비리, 감찰 무마 등 더 심한 잘못을 저질러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

나의 이야기 2023.02.05

느림의 미학 732 가사기(家事期)

2023. 2. 5. 10;00 꿈을 꾸었다. 시골집 안방 아랫목엔 어머니께서 주무시고 윗방엔 올망졸망한 7남매가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아버지께서 자식들 추울까 꼭두새벽부터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서 군불을 때고 계시는 장면이 꿈에 나왔다. 밥상머리에서 아버지 당신께서는 늘 "나는 군불을 때느라 부엌에 들락거리지만 너희 사내놈들은 부엌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 동생들이 울 때면 "남자라면 평생 딱 세 번, 태어날 때와 부모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를 잃었을 때만 울어야 한다."라고 엄한 교육을 하셨다. 아버지의 교육 덕분인지 아님 한국사회의 유교식 전통 때문인지 나는 은퇴할 때까지 집안일(家事)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여자는 당연히 집안살림을 도맡아야 하고, 사내는 밥을 먹으면 집구석에 있지 말고..

나의 이야기 2023.02.05

느림의 미학 731 청설모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2023. 2. 4. 07;00 오동통하게 살찐 너구리가 앞장서서 가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흘낏 쳐다보고 숲 속으로 사라진다. 이 녀석은 웬일로 동면(冬眠)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너구리도 곰과 같이 겨울잠에 들어가야 자연의 순리에 맞는 건데, 열량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겨울잠을 자지 않고 먹이활동을 하는 모양이다. 이 산의 동물 중 너구리 개체수는 정확히 9마리다. 청설모 1마리는 몇 년 전 죽어 내가 직접 낙엽으로 덮어주었고, 건과류가 생길 때마다 챙겨주던 청설모가 나머지 6마리였다. 청설모가 보이지 않은 지 두 달이 다돼간다. 산은 산(山)이지만 사방이 개발로 섬(島)이 돼버린 산에 다른 개체가 유입되지 않아 근친교배로 인한 유전자 열성(劣性)으로 다 죽었을까. 청설모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나의 이야기 2023.02.04

느림의 미학 730 생각의 속도

2023. 2. 1. 05;00 거참 희한(稀罕)하다. 생각의 차이겠지만 백수의 하루는 참 지루하다. 그러나 일주일은 빠르고 한 달은 더 빨리 지나가니 몸의 감각이 생각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모양이다. 바쁜일도 바쁠일도 없으니 서두를 거도 없고, 시간이 되면 일어나서 새벽운동과 알바 근무를 하고 당구장에 나가 당구를 치다 보면 하루해가 다간다. 원래 나는 성격이 매우 급한 편이었지만, 이젠 충청도 사람 특유의 느긋한 성격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스타일을 바꾸고 속도위반을 하지 않아야겠다. 따라서 운전할 때도 교통위반을 하지 않고 법규를 다 지키며, 책을 볼 때도 30여분 정도가 지나면 눈이 가물가물해지기에 급히 속독(速讀)을 해야 마땅하지만, 예전보다 더 천천히 읽다가 눈이 아프면 책을 덮고 눈을 감기..

나의 이야기 2023.02.01

느림의 미학 729 화류계 생활은 이대로 끝날 것인가.

2023. 1. 30. 22;30 잠결에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니 KBS 가요무대에서 내가 사랑하는 가수 양지은이 노래를 부르는 거다. "♬ 물새 우는 고요한 강언덕에 그대와 둘이서 부르는 사랑노래, 흘러가는 저 강물 가는 곳이 그 어데뇨, 조각배에 사랑 싣고 사랑 찾아가지요, 물새 우는 고요한 강언덕에 그대와 둘이서 부르는 사랑노래 ~~♪ 그녀는 수십 년 전 손석우 작사, 박시춘이 작곡하고 나애심과 백설희가 불렀던 '물새 우는 강 언덕'이라는 노래를 트로트의 꺾기 창법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부른다. 미스트롯2 경연 중 1대 1 데스매치(Death match)에서 탈락하고 고향인 제주도로 가다가 기사회생(起死回生)하여 우승을 걸머쥔 그녀 양지은의 노래를 나는 신미래의 레트로(Retrospec..

나의 이야기 2023.01.31

느림의 미학 728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등록하다.

2023. 1. 20. 05;00 나는 도(道)를 닦는 도인(道人)이 아니요, 또한 도반(道伴)의 길을 걷는 불도인(佛道人)도 아니요, 그냥 종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도록 사는 동안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한 세상을 어떻게 살고, 죽음 뒤에 나는 어떻게 될까"를 스스로 묻고 답을 찾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그러나 정답을 찾지를 못했다. 정답을 찾을 수 없다는 건 산 자(者)의 숙명이 아닌가. 지난 9월 코로나 감염 이후 몇 개월동안 나에게 생겼던 지난(至難)한 일들은 나도 비울 때가 되었는지 비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비움이란 무엇일까.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질을 버리고 주는 것만 아니라 마음을 비우..

나의 이야기 2023.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