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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733 놈, 놈, 예의염치(禮義廉恥)가 없는 놈들.

2023. 2. 5. 15;00 요즘 TV 뉴스에 두 사람만 나오면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거나 아예 꺼버린다. 신문도 두 사람들에 관계된 기사가 나오면 읽지 않고 페이지를 바로 넘긴다. 조간신문이라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새벽부터 기분이 잡치기 때문이다. 저렇게 뻔뻔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의 지도층이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분노가 차오른다. 서해맹산(誓海盟山)이라, '바다에 맹세하고 산에 다짐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흉내를 내고, 죽창가를 주창(主唱)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반일을 부르짖던 그 사람, 남의 티끌만 한 잘못을 잡아내어 수천수만 번 추상같이 시비를 걸던 전직 법무장관, 막상 자기자신은 온 가족이 똘똘 뭉쳐 서류위조, 입시비리, 감찰 무마 등 더 심한 잘못을 저질러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

나의 이야기 2023.02.05

느림의 미학 732 가사기(家事期)

2023. 2. 5. 10;00 꿈을 꾸었다. 시골집 안방 아랫목엔 어머니께서 주무시고 윗방엔 올망졸망한 7남매가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아버지께서 자식들 추울까 꼭두새벽부터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서 군불을 때고 계시는 장면이 꿈에 나왔다. 밥상머리에서 아버지 당신께서는 늘 "나는 군불을 때느라 부엌에 들락거리지만 너희 사내놈들은 부엌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 동생들이 울 때면 "남자라면 평생 딱 세 번, 태어날 때와 부모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를 잃었을 때만 울어야 한다."라고 엄한 교육을 하셨다. 아버지의 교육 덕분인지 아님 한국사회의 유교식 전통 때문인지 나는 은퇴할 때까지 집안일(家事)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여자는 당연히 집안살림을 도맡아야 하고, 사내는 밥을 먹으면 집구석에 있지 말고..

나의 이야기 2023.02.05

느림의 미학 731 청설모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2023. 2. 4. 07;00 오동통하게 살찐 너구리가 앞장서서 가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흘낏 쳐다보고 숲 속으로 사라진다. 이 녀석은 웬일로 동면(冬眠)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너구리도 곰과 같이 겨울잠에 들어가야 자연의 순리에 맞는 건데, 열량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겨울잠을 자지 않고 먹이활동을 하는 모양이다. 이 산의 동물 중 너구리 개체수는 정확히 9마리다. 청설모 1마리는 몇 년 전 죽어 내가 직접 낙엽으로 덮어주었고, 건과류가 생길 때마다 챙겨주던 청설모가 나머지 6마리였다. 청설모가 보이지 않은 지 두 달이 다돼간다. 산은 산(山)이지만 사방이 개발로 섬(島)이 돼버린 산에 다른 개체가 유입되지 않아 근친교배로 인한 유전자 열성(劣性)으로 다 죽었을까. 청설모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나의 이야기 2023.02.04

느림의 미학 730 생각의 속도

2023. 2. 1. 05;00 거참 희한(稀罕)하다. 생각의 차이겠지만 백수의 하루는 참 지루하다. 그러나 일주일은 빠르고 한 달은 더 빨리 지나가니 몸의 감각이 생각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모양이다. 바쁜일도 바쁠일도 없으니 서두를 거도 없고, 시간이 되면 일어나서 새벽운동과 알바 근무를 하고 당구장에 나가 당구를 치다 보면 하루해가 다간다. 원래 나는 성격이 매우 급한 편이었지만, 이젠 충청도 사람 특유의 느긋한 성격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스타일을 바꾸고 속도위반을 하지 않아야겠다. 따라서 운전할 때도 교통위반을 하지 않고 법규를 다 지키며, 책을 볼 때도 30여분 정도가 지나면 눈이 가물가물해지기에 급히 속독(速讀)을 해야 마땅하지만, 예전보다 더 천천히 읽다가 눈이 아프면 책을 덮고 눈을 감기..

나의 이야기 2023.02.01

느림의 미학 729 화류계 생활은 이대로 끝날 것인가.

2023. 1. 30. 22;30 잠결에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니 KBS 가요무대에서 내가 사랑하는 가수 양지은이 노래를 부르는 거다. "♬ 물새 우는 고요한 강언덕에 그대와 둘이서 부르는 사랑노래, 흘러가는 저 강물 가는 곳이 그 어데뇨, 조각배에 사랑 싣고 사랑 찾아가지요, 물새 우는 고요한 강언덕에 그대와 둘이서 부르는 사랑노래 ~~♪ 그녀는 수십 년 전 손석우 작사, 박시춘이 작곡하고 나애심과 백설희가 불렀던 '물새 우는 강 언덕'이라는 노래를 트로트의 꺾기 창법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부른다. 미스트롯2 경연 중 1대 1 데스매치(Death match)에서 탈락하고 고향인 제주도로 가다가 기사회생(起死回生)하여 우승을 걸머쥔 그녀 양지은의 노래를 나는 신미래의 레트로(Retrospec..

나의 이야기 2023.01.31

느림의 미학 728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등록하다.

2023. 1. 20. 05;00 나는 도(道)를 닦는 도인(道人)이 아니요, 또한 도반(道伴)의 길을 걷는 불도인(佛道人)도 아니요, 그냥 종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도록 사는 동안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한 세상을 어떻게 살고, 죽음 뒤에 나는 어떻게 될까"를 스스로 묻고 답을 찾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그러나 정답을 찾지를 못했다. 정답을 찾을 수 없다는 건 산 자(者)의 숙명이 아닌가. 지난 9월 코로나 감염 이후 몇 개월동안 나에게 생겼던 지난(至難)한 일들은 나도 비울 때가 되었는지 비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비움이란 무엇일까.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질을 버리고 주는 것만 아니라 마음을 비우..

나의 이야기 2023.01.20

느림의 미학 727 겨울나무 이야기

2023. 1. 14. 08;30 늦잠 자는 게 평소의 내 소원이라, 밤새도록 겨울비가 내린다는 핑계로 늘어지게 잠을 자고 평소보다 세 시간이나 늦게 앞산에 오른다. 나뭇잎 다 떨어진 활엽수 사이로 서슬 퍼런 '사철나무'가 보인다. 누런 갈색과 잿빛 짙은 숲 속에서 단 하나의 초록색을 만나니 조금 생뚱맞다. 문득 몇 년 전 태풍으로 지붕이 망가진 서산 간월암 앞마당에서 만났던 250살짜리 사철나무가 온몸을 부르르 떨던 생각이 난다. 08;45 평소 다니지 않던 샛길로 들어서자 나무들은 속살을 숨김없이 보여주며 나를 반긴다. 어쩌면 요즘이 숲 속의 나무를 관찰하기에 매우 좋은 때인지도 모르겠다. 5리마다 심어 배고픈 나그네의 이정표가 되어주던 '오리나무', 신작로 20리마다 심었다는 '시무나무', 돌아가실..

나의 이야기 2023.01.14

느림의 미학 726 모범 답변

2023. 1. 11. 17;00 엊그제 1월 9일 오후 2시 강동 성심병원 소화기 내과의 대기환자가 줄어들고 내 순서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며 요동을 친다. '흰가운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이 있는 거도 아닌데 요즘 들어 병원에서 검사결과가 나올 때마다 긴장으로 가슴이 떨린다. '백의 고혈압'이란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입은 흰가운을 보면 심리상태가 불안정해져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면 일시적으로 부교감신경과 교감신경이 영향을 받아 심장박동과 호흡량이 증가하고, 혈관수축과 근육팽창에 의해 혈압이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것을 말하는데 오늘따라 내 순서가 가까워질수록 긴장이 된다. 주치의 지시에 의해 지난 12.28일 복부 CT촬영..

나의 이야기 2023.01.11

느림의 미학 725 고추바람 소리

2023. 1. 6. 21;00 겨울밤은 점점 깊어가고 묵상(默想)에 들어간다. 요즘 눈 컨디션이 좋지 않아 독서는 포기하고 대신 명상(冥想)을 즐기는데, 처음엔 온갖 잡념이 들다가 가끔 무념무상(無念無想)에 빠지기도 한다. 밤 9시가 되자 하늘에서 사락사락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 내리면서 무슨 소리를 낼까,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까, 창문을 열고 한참 귀를 기울여 본다. 이게 무슨 냄새지? 음식 타는 냄새가 콧구멍으로 스멀스멀 들어옴과 동시에 경비전화가 요란스럽게 적막을 깨더니 주방에 별일 없느냐고 묻는다. 나의 무념무상은 깨졌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 서둘러 옷을 입고 바깥으로 나와 마주친 관리실 직원과 함께 점검을 시작한다. 바로 아랫집인 201호에서 실수로 고구마가 타던 냄새라고 확인을 ..

나의 이야기 2023.01.08

느림의 미학 724 답설무흔(踏雪無痕)

2022. 12. 30. 01;30 지금 시간이 몇 시지? CT 조영제 부작용으로 눈꺼풀이 열리지 않아 손가락을 써 강제로 눈(眼)을 벌린다. 아직도 얼굴이 퉁퉁 부었고, 무기력증(無氣力症)까지 왔는지 한참 힘을 쓰지 못한다. 전날 맞은 알레르기 완화제인 항히스타민제 혈관 주사와 함께 먹은 약에 취해 저녁 6시부터 잠이 들었으니 꼬박 7시간 이상 잠을 잔 모양이다. 지금 이 시각 바깥 풍경은 어떨까, 뜻밖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풍속이 거의 제로라 눈은 바람에 휘날리지 않고 곧장 땅으로 떨어진다. 한설(寒雪)에 바람이 불지 않아 문풍지 떨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깊은 밤,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는데 남이 보면 청승맞다고 하겠다. 05;00 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

나의 이야기 2022.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