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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835 '5초'의 여유

2024.  9.  14.  05;00황산숲공원 건널목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명색이 10차선 도로이고 추석연휴 첫날인데 교차로4군데 신호 대기차량이 한 대도 없다.  그냥 건너가도 사고는 없겠지만 2분 후 보행자 신호로 바뀔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며 호흡을 조절한다. 교통신호란 안전하게 통행할 우선순위를 정해주고,또한 지키라고 있는 거니 대기차량이 있든 말든지켜야 한다. 잠시 후 등뒤에서 달려온 자전거 한대가 신호를 위반하고 건너며, 때마침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승용차와 가까스로 충돌을 피한다. 나도 놀랐는데 당사자인 승용차 운전자와 자전거를 탄 사람 둘 다 얼마나 놀랐을까. 몇 달 전에도 택배 오토바이 운전자가 즉사를 했고,자전거를 탄 사람에게 심정지가 와 119 구급대원이출동을 했던 곳인데 말이다..

나의 이야기 2024.09.14

느림의 미학 834 가죽나무는 피를 흘리고

2024.  9.  10.  04;30가로등불 아래 산길이 휑하다.좁았던 산길이 넓어지고 풀냄새가 진동을 한다. 둘레길로 합류하는 들머리 좁은 길도 넓어졌고,어제까지 활짝 웃던 '삼잎국화'가 싹둑 잘려나갔다. 산길가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던 바랭이, 까막사리, 사데풀, 기름새, 붉은서나물과 지칭개도 사라지고,이슬 맞아 윤슬을 반짝이던 '털별꽃아재비'도 다 사라졌다. 털이 많은 잎과 별꽃을 닮은 꽃의 생김새 때문에 '털별꽃아재비'라는 독특한 이름을 얻은 6~7mm에 불과한 작은 꽃이지만 왕성한 번식력을 싫어하는 농부들은 이 꽃을 '쓰레기풀'이라고도 불렀다.  지독한 여름더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또 피웠던 작은 기적을 인정하지 않고,작업인부들은 산길을 정리하며 거추장스럽다고 생각되는 풀과 나무들..

나의 이야기 2024.09.10

느림의 미학 833 삼잎국화와 시절인연(時節因緣)

2024.  9.  8.  04;00온몸이 선뜻하다.새벽기온이 제법 내려갔나 보다.나도 모르게 홑이불을 덮고 잤으니 말이다. 창문틀에 앉은 귀뚜라미가 처연하게 운다.한동안 주인행세를 하며 자지러지게 울던 매미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잠결에 들리던 소리는 분명 소쩍새 소리였다.앞산에서 밤새도록 오음절(五音節)로 울어대던솔부엉이 소리가 그치자 갑자기 고요가 찾아왔다. 지금 기온 섭씨 21.7도,어제 낮엔 무학봉~매봉~남산으로 이어지는 숲길에서땀깨나 흘렸는데, 제법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타고 들어온다. 무더위로 사람을 무한대로 괴롭혔던 여름,엄청 지루하기만 했던 여름,열대야 신기록을 경신하며 도저히 사라지지 않을 것만같았던 여름도 이젠 지쳐가는가 보다. 05;00숲 속으로 들어서자 노란색 '삼잎국화'가 어둠 속..

나의 이야기 202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