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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843 별 세는 밤

2024.  10.  31.  04;30그놈의 버릇 참 고약하다.여행의 고단함으로 아침까지 늘어지게 자야 하는데 새벽 4시가 되자 자동으로 눈이 떠졌으니 이 습관은 평생 고칠 수가 없는 모양이다. 꼬끼요♬!수십 년 만에 들리는 닭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암탉은 울지 못한다.그렇다면 수탉은 어디서 우는 걸까. 고향집 사립문옆에 닭장이 있었고 뒤꼍에는 돼지우리가 있었다.굴뚝 아래 토끼장이 있었고, 토끼장 옆 나무상자에는 이맘때 딴 땡감이 가득 들었고 홍시가 될 때마다 식구들이 간식으로 꺼내 먹었다. 어느 날 족제비가 토끼장 철망을 교묘하게 뜯고 들어가 토끼 한 마리는 물어가고 나머지는 다 물어 죽였는데 조금 사나운 수탉이 있는 닭장은 건드리지 않았다. 수탉은 싸움닭으로 많은 암탉을 거느렸으니 감히침범을 못..

여행 이야기 2024.10.31

느림의 미학 842 소리가 사라지다.

2024.  10.  24.  04;30바람이 분다.목덜미를 파고드는 막새바람이 제법 차다. 산길을 걷는다.바람길을 걷는다.산모퉁이를 돌자 바람이 사라졌다. 바람소리 사라지자 서걱서걱 낙엽 밟는 내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이틀간 거세게 내린 비에 '떨켜층'을 겨우 만든 나무들이 제 몸통 혼자 살겠다고 나뭇잎을 마구 뱉어낸다. 채 물들지 않은 단풍잎,누렇게 마르기 시작하는 산벚나무, 참나무, 산목련,물오리, 층층나무, 은행나무, 개암나무, 뜰보리수 등활엽수 떨켜층이 소리 없이 낙엽을 뿌려댄다.  조금 더 오르니 떨켜층이 없는 상록수인 소나무와사철나무잎도 제법 떨어졌다. 바람과 함께 몰아쳤던 빗줄기에 제대로 내상을 입기도 했겠지만, 해마다 새로 나오는 잎을 위해 1/3씩 묵은잎을 떨어뜨리라는 자연의 명령을..

나의 이야기 2024.10.25

느림의 미학 841 막새바람, 책바람 부는 골목길

2024.  10.  18.  08;00바람이 차다.소슬바람인가, 막새바람일까,북쪽방향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니 막새바람이맞겠다. 천둥소리 들리진 않지만 금세라도 거센비가 쏟아질 듯 하늘엔 먹구름이 뒤엉켜 드잡이질을 한다. 용하게 어디서 책을 구했는지 중3 정도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 한강 작가의 소설책을 들고 덕풍중학교 옆작은 골목길을 지나간다. 여기 중학교 골목길에도 책바람이 불었구나.노벨 문학상의 높은 파도(波濤)는 평범한 중학생까지휩쓸리게 만들었다. 저 여학생은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끝까지 읽을 것인가.역대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들의 대표작품을 나는 완독을 하였는지 스스로를 뒤돌아본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지금 원로배우이순재..

나의 이야기 202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