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381 바람 2018. 10. 4. 바람이 분다. 한강물 위에 잔뜩 끼었던 무애(霧靄)가 바람에 흩어진다. 방풍 재킷을 입었어도 한기가 들어와 몸을 오싹하게 만드니 지금 부는 바람은 무슨 바람일까. 내륙지방에서 부니 해풍이 아니고 육풍(陸風)이라, 육풍은 산바람, 골바람, 국지바람이 있는데 산 쪽에서 내려.. 나의 이야기 2018.10.03
느림의 미학 380 소리 2018. 10. 3. 06;30 언제부터인가 창문을 열고 집안의 환기를 시키는 게 내 담당이 되었다. 지난밤 마신 술에 취해 6시가 넘어 기상을 했으니 두시간반이나 늦잠을 잔셈인가. 서둘러 창문을 연다. 어디선가 사각대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길게 내밀어 보니 경비 근무자가 울타리 아래를 비질.. 나의 이야기 2018.10.01
느림의 미학 379 독락(獨樂) 2018. 9. 28. 06;00 검단산 위로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침노을이 생기면 비가 온다는데 황산 숲으로 스며드니 바닥에 떨어진 솔방울도 입을 열었다. 그동안 조용했던 맹꽁이와 개구리도 작은 개울에서 목청을 높이고, 비 예보가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흐리다고만 나왔다. 아침노.. 나의 이야기 2018.09.28
느림의 미학 377 통증(痛症) 2018. 9. 16. 왼쪽 가운데 손가락이 많이 아파 여러번 잠에서 깬다. 의사는 트리거 증후군이라 진단을 했고, 수년째 통증 마취주사로 겨우 버텼는데 주사를 맞은 지 1년이 지나니 또 통증이 오기 시작하는 거다. 그래도 이번엔 제법 오래 견딘 셈이다. 작년엔 6개월 만에 마취주사를 다시 맞았.. 나의 이야기 2018.09.16
느림의 미학 376 반가운 귀환(歸還), 그리고 반갑지 않은 귀환 2018. 9. 14. 06;00 얼마 전만 해도 이 시간엔 훤했는데 9월 중순에 접어드니 아직 어둡다. 낙엽지추(落葉知秋)가 코앞에 다가왔으니 황산별곡(荒山別曲)을 그리며 낙목한천(落木寒天)을 기다려야겠다. 며칠째 기다리던 청둥오리는 오늘도 오지 않았고, 검단산 위 먹구름에 붉은 태양이 스며들.. 나의 이야기 2018.09.14
느림의 미학 375 기다림 2018. 9. 11. 06;00 폭이 3m 정도의 실개천을 건너면 내가 좋아하는 숲이다.다리 위에 서서 청둥오리가 유유자적(裕裕自適)하던 곳을 바라본다. 없다. 어제와 같은 시간인데 5일째인 오늘도 오지 않았다. 청둥오리 가족 6마리는 자연의 법칙을 어긴 내가 싫어진 모양이다. 지난주 금요일 새벽 실.. 나의 이야기 2018.09.11
느림의 미학 373 칡꽃 향 여인 2018. 9. 4. 무시(無時)로 뿌려대던 빗줄기가 조금 약해진다. 태풍이 물러가고 때 아닌 건들장마로 세상이 축축하다. 건들장마는 초가을에 비가 오다 금방 개기를 반복하여야 제격인데, 채찍으로 후려지듯 굵고 세차게 내리는 '채찍비'로 변해 전국의 농심(農心)을 울린다. 비가 그친 숲으로 .. 나의 이야기 2018.09.06
느림의 미학 372 왕바랭이의 복수 2018. 8. 28. 06;00 깊게 잠들었던 내 육신이 숲으로 스며든다. 숲길은 새벽까지 내린 비로 흠뻑 젖었고 그 물기에 내 몸까지 젖는다. 강아지풀에 남았던 빗물이 종아리를 스치고, 산모기가 윙하며 달려들기에 손으로 쫓다 살짝 미끄러진다. 빗물 머금은 왕바랭이가 제법 미끄럽다. 모진 가뭄 .. 나의 이야기 2018.08.28
느림의 미학 371 엘리베이터에 갇혔어요 2018. 8. 27. 05;00 바닷가도 아닌데 파도소리 들린다. 집 앞 작은 산에 바람과 더불어 몰아치는 '바람비'가 내는 파도소리에 백팔배를 중단하고 집을 나선다. 태풍 솔릭이 지나갈 때도 오지 않았던 비, 마구 쏟아지는 건들비는 무더위에 지쳤던 심신(心身)을 회복 시켜준 것도 부족해서 목요일.. 나의 이야기 2018.08.27
느림의 미학 370 저는 깨끗한 여자에요! 2018. 8. 21. "저는 깨끗한 여자에요!" 지인과 안부를 주고받던 문자에서 이 한 줄의 글은 묘한 상상을 낳는다. 05;00 예보에 없던 소나기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을 깨니 제법 세찬 비가 세상을 삼킨다. 꿈에서 들리던 북소리는 주차장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였구나. 우산을 쓰고 황산의 작은 .. 나의 이야기 2018.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