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353 이팝나무 아래는 사유(思惟)의 공간이다. 2018. 5. 5. 07;00 어사화(御賜花)로 회화나무 꽃가지를 모자에 꼽고 다니다가 꿈에서 깬다. 과천 대공원 둘레 길을 가기 위해 바깥으로 나오니 이팝나무에 흰 눈을 소담하게 덮어쓴 눈꽃(雪花)이 피었다. 이밥에 소고기국을 먹고 비단옷을 입으며 고래 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게 소원이었던 .. 나의 이야기 2018.05.06
느림의 미학 350 석천 3월을 노래하다 2018. 3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맑고 청명한 날을 좋아하지만 나는 비 오는 날을 더 사랑한다. 창밖에 비가 내리면 왠지 나도 모르게 마음이 설레어 우산을 쓰던 비를 맞던 무작정 나가고 싶어지니 아직도 소나기 소년의 감성이 남은 모양이다. 굵은 장대비라도 쏟아지면 벌거벗은 몸과 맨발.. 나의 이야기 2018.04.18
느림의 미학 349 목련꽃이 던져 준 불편한 진실 2018. 4. 13. 금년 봄은 미쳐도 제대로 미쳤다. 순서를 지키지 않고 한꺼번에 핀 청매, 백매, 홍매, 벚꽃, 목련의 암향(暗香)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심술이 많은 하늘에선 수시로 비를 뿌려대고, 늦은 밤 늦바람이 소소리바람으로 변해 꽃을 무시로 흔들어댄다. 뜰 앞에 늦게 핀 목련화.. 나의 이야기 2018.04.13
느림의 미학 345 등기로 날아온 청첩장이 준 불편한 진실 2018. 3. 13. 겨울이 서서히 물러나며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간다. 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겨우내 뜸했던 결혼청첩장이 매일 우편함에 꽂히니 양춘(陽春)이 방래(訪來)하였구나. 로비로 들어서며 미세먼지에 의해 따갑던 눈을 손수건으로 살짝 닦고 우편함을 보니 우편물 도착 안.. 나의 이야기 2018.03.13
느림의 미학 344 윤슬 2018. 3. 4. 01;00 무슨 소리지?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아늑하고 고즈넉하게 들린다. 창문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니 이근원통(耳根圓通)인가. 잠이 덜 깬 눈을 살짝 감고 듣는 빗소리는 쇼팽의 즉홍환상곡이구나. 이근원통이란 소리에 집중하는 수행법이며, 이근원통의 마.. 나의 이야기 2018.03.08
느림의 미학 341 정유년의 회향(廻向) 2017. 12. 31. 진눈개비에 이어 새벽엔 눈으로 바뀌더니 세상은 설국이 되었다. 정유년의 마지막 날에도 무위의 자연은 눈(雪)을 통하여 나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해준다. 오늘은 금년의 행위를 마치는 회향(廻向)을 하는 날이다. 창밖의 눈 쌓인 산을 조용히 바라보며 찰나와 같이 사.. 나의 이야기 2017.12.31
느림의 미학 336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의 행복 일엽지추(一葉知秋)라, 서재 앞뜰에 마지막 남았던 목련 잎이 나풀거리며 힘없이 떨어지고, 달력도 덩그러니 한 장만 남았다. 조용히 눈을 감고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했던 삶의 추억을 머릿속에서 꺼낸다. 2005년 5월 철산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어느 날, "당신 뇌종양 이래!" 전화상으로 들.. 나의 이야기 2017.11.11
느림의 미학 301 끝과 시작 그리고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지다. 2016. 1. 1. 세월호, 메르스 등 사회문제가 숱하게 많았던 한 해가 지나갔다. 어수선하고 길었던 한 해 동안 나는 무엇을 했지? 정확히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먹고 자고 마시고 산에 가며 무위도식(無爲徒食)으로 지내서일까. 하루하루를 즐기고 의.. 나의 이야기 2017.03.26
느림의 미학 300 고독(孤獨)에 대한 나의 소회(所懷) 2015. 12. 28. 굼벵이처럼 느릿느릿했던 젊은 시절의 청춘은 소리없이 사라졌고, 12월은 신중년(新中年)이 되어 유수(流水)처럼 흐르는 세월의 막바지 정점이다. 노년의 나이에 턱걸이를 하면 화살보다 빠른 전광석화처럼 세월이 흘러갈까? 누군가는 말한다. 눈을 감기 직전에 바라보는 인생.. 나의 이야기 2017.03.26
[스크랩] 느림의 미학 291 고(故) 경석 형을 보내며 <사우곡 思友哭> 2015. 9. 8. 새벽 창가에서 귀뚜라미 구슬프게 울고, 오늘따라 앞산에서 저승사자랑 친한 호랑지빠귀가 "웩웩"하며 비명을 지르길래 오늘쯤 비보(悲報)가 오리라 예상은 했지요. 하늘빛이 이리도 퍼렇게 시린데, 형은 저승에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바쁘게 떠나십니까. 산에 오를 때마다 친.. 나의 이야기 2017.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