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 7

느림의 미학 867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2025.  1.  27.텅 비었다.무기력증(無氣力症)인가.마음도 머릿속도 모든 게 텅 비어 아무것도할 수가 없고 하기도 싫다. 작년 12월 3일 생뚱맞은 비상계엄으로 혼돈(混沌)의 세상이 된 대한민국,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계정세 속에 나라는점차 무기력증에 빠져가도 나는 염치(廉恥) 없이 한 살 더 먹었다. 어떻게 보면 어설픈 비상계엄으로 탄핵이 되고 구속이 된 대통령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29번씩이나 탄핵소추권을 줄줄이 남발하여국정을 마비시키고, 일방적 예산삭감으로 국정을 농락하는야당을 보며 비상계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당위성(當爲性)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중국민이 되었다. 시대착오적이고 상상력이 빈곤하고타협을 할 줄 모르는 대통령이 벌인 비상계엄의 여파로 나라전체가 얼어붙었다. 덕분에 이 나라의..

나의 이야기 2025.01.27

느림의 미학 866 나에게 도장(圖章)이란~

2025.  1.  21.며칠 전 고교 동창 단톡방에 '회양목'으로 '도장'을 많이 새겼다는 내용이 올라와,머릿속 한 귀퉁이에 저장되었던 도장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도장(圖章)이라,문득 은행에 근무할 때 늘 지니고 있었던 내 상아(象牙) 도장을 어디다 두었지?  나에게 도장이란 어떤 존재였던가.은퇴 후 십수 년간 잊고 있었던 업무용 도장을 찾아 이 서랍 저 서랍을 뒤지는 작은 소동을 벌인다. 은행원에게 도장은 자기 자신의 분신으로 수행한 업무의 책임 행위이자 무기였다. 청구서 등 지출전표에 결재를 해야 돈이 지급되었고, 대출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돈이 나갔다. 군대에서 전투병이나 행정병을 구분하지않고 개인화기를 제2의 생명으로 간주하듯이 은행원에게 도장이란 제2의 생명이나 다름없었다. 아득한 옛날을 떠올린..

나의 이야기 2025.01.21

느림의 미학 865 4분 만에 반전된 췌장암 스토리

2025.  1.  17. Epilogue)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듯이때로는 말 한마디, 글자 한 자가 사람의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권위가 있는 사람이 한 말이나 문서에 쓴 내용에 의해 피해자는 치명상을 입기도 한다. 작년 10월 14일 복부 CT 검사에 이어,10월 21일 4차 위 내시경 검사가 이어졌다. 다행히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않았지만 췌장에 15mm 정도 신생성물이발견되었다며 MRI 검사를 권유한다. 어이쿠!이번엔 췌장암인가?그것도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10대 암 중에서 가장 독하다는 췌장암이라니, 통증은커녕 전조증세도 없었고 체중은 오히려 늘었으니 긴장되지도 않고 그냥 무덤덤하다. 2005년 철산지점장으로 있을 때 뇌종양 선고와 함께 수술을 하..

나의 이야기 2025.01.18

느림의 미학 864 내일 일은 내일에

2025.  1.  16.  05;00  영하 5도교교(皎皎)한 달빛 아래 내 그림자가 길게끌려온다. 내가 저렇게 컸었나,내 몸의 두 배가 넘는 그림자가 나를땅바닥의 몬스터(monster)로 만들었다. 바람이 분다.마스크 사이로 스며드는 칼바람이 매서워넥워머를 올리고 방한모 날개를 내려 귀를감싼다. 제야(除夜)의 종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맥놀이 치는데 어느새 보름이 지나갔고,아직 찌그러지지 않은 보름달이 온누리를 차디찬 달빛으로 감싼다. 새벽추위가 부담스러워 며칠간 늦잠을즐겼더니 체중이 2kg 이상 불었다.추위대비 완전무장을 하고 황산(荒山)숲길을 오르내리면 500g 정도는 빠지겠지. 웬 비석이지?지박령(地縛靈)이 맴도는 담장가에 보이지않던 비석이 서있다. 비석은 며칠 전에 세운 모양인데,병자호란 당시 공..

나의 이야기 2025.01.18

느림의 미학 863 어둠 속에서

2025.  1.  11.  04;00 수 십 년 된 습관은 어쩔 수 없는지새벽 4시가 되자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오줌으로 가득 찬 방광을 시원하게 비우고서재에 들어와 현재 온도를 확인하니 영하 12도로 강추위가 이어진다. 어제 이 시간에는 영하 18도였고 오늘은 영하 12도,  6도가 올랐어도 새벽운동 나의 기준치인 영하 5도와 차이가 많이 나 밖으로 나가지 않고 Tv를 켠다. 이 시간 Tv 영화채널에선 대부분 19금(禁) 저급 영화를 상영한다.오늘은 필리핀 B급 에로 영화로 여배우의 벗은 몸을 보는 것도 진부(陳腐)해 Tv를 끈다. 가로등 꺼진 창밖을 우두커니 바라본다.주차장 쪽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주차장 벽과 캐노피 사이 공간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는 작은 생명들이 애처롭다. 낮의 세상은..

나의 이야기 2025.01.11

느림의 미학 862 행복은 동심(童心)에서

2025.  1.  6.  09;00와! 갓난아기다.젊은 부부가 포대기에 감싼 갓난아기를 안고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젓냄새와 함께 아기냄새가 물씬 풍긴다. 생후 21일 되었다는 아기를 보니 마음이푸근해지고 행복해진다. 9층 산후조리원에서 내려온 부부에게 아기가 너무 예뻐 천사라고 덕담을 했다. 요즘 아기만 보면 나도 모르게 행복해진다.그러고 보니 오늘 출근할 때 앞집 문 앞에 보이지 않던 유모차가 서있었다. "응애응애"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며칠 전부터 들렸으니 며느리가 출산을 한 모양인데 아기가 보고 싶어도 참아야겠지. 예전에는 '삼칠일'이라, '세이레'라고도 하는 이 기간 동안은 금줄을 쳐서 가족이나 이웃주민의 출입을 삼가게 하였으며, 특히 초상집 등 부정한 곳에 다녀온 사람은 아기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

나의 이야기 2025.01.06

느림의 미학 861 황금똥과 로또복권

2025.  1.  1.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은 지인들과서로 건강과 복을 많이 받으라는 덕담으로새해인사를 나눈다. 금년에도 마찬가지이다.연말인 어제부터 지금까지 카톡방에서백여 통에 가까운 안부인사와 함께 복을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받고 보냈다. 로또복권이나 연금복권의 당첨은 누구나원하는 꿈이기에 나는 여러 지인에게 꿈을 잘 꾸고 로또복권에 당첨되라는 인사를 보냈고, 어젯밤 나는 무슨 꿈을 꾸었을까 기억을 되살려본다. 그래, 재래식 화장실에서 누런 황금똥으로 용변을 보는 꿈을 꾸었는데,꿈의 해몽은 현실과 정반대라고 했던가? 황금똥은 태몽, 좋은 일, 취업, 결혼, 재물,이권, 소원성취, 지위상승, 사업번창 등해몽은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으로 좋은 뜻 일색이다. 아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어제에 이어 오..

나의 이야기 202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