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306 봄이 오는 소리 <대구 팔공산 1,193m> 2016. 3. 24. 05;30 나는 봄을 기다렸을까. 며칠간 따뜻하다가 오늘은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봄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힘껏 달려 나와 뛰어 놀던 골목길. 겨울의 황량함이 좋고 스산한 골목길에 낙엽 구르는 소리가 좋았는데, 작년에 비실대던 매화는 소식이 없고 옆의 매화.. 여행 이야기 2017.03.27
느림의 미학 305 해탈의 길<무주 덕유산 1,614m> 2016. 2. 25. 04;00 창문으로 달그림자가 스며든다. 유난히 맑은 밤하늘에 대보름을 갓 넘긴 달이 처연한 빛을 내뿜고, 올망졸망한 별들이 그 곁을 지킨다. 창문을 열고 심호흡을 한다. 영하 5도의 싸늘한 기운에 한기(寒氣)를 느끼며 서둘러 문을 닫는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으레 껏 창문을 .. 여행 이야기 2017.03.26
느림의 미학 304 상처의 법칙 <정월 대보름 맞이 제기차기와 윷놀이> 2016. 2. 20. 09;20 상처의 법칙은 묘하다. 한 달 전 당구를 치며 밀크 카라멜을 씹다가 인플런트 이빨의 접합 부분이 떨어진다. 주치의를 만나 서둘러 치료를 하고 미용실을 향하다 엄지 손가락만한 잔돌에 미끄러지며 무릎에 3cm가량 찰파상이 생기고 주변에 멍이 든다. 주변 시선을 신경 쓰.. 여행 이야기 2017.03.26
느림의 미학 303 7번 길의 비밀 <제주 올레길 7코스> 2016. 1. 28. 06;00 코 고는 소리와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창밖은 깊은 어둠으로 여명은 멀었는데 경박한 빗소리가 사위의 침묵을 깬다. 비는 언제까지 올 것인가, 기상예보를 확인하니 오후에는 비가 더 올 모양이다. 산행을 포기하고 백팔배를 하면서도 산에 오.. 여행 이야기 2017.03.26
느림의 미학 302 가파도의 바람 2016. 1. 27. 08;50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들어선 김포공항 대합실의 풍경은 설렘이다. 배낭을 짊어진 추레한 남자. 큰 가방을 밀며 들어서는 생머리 여인. 재잘거리며 하염없이 입을 움직이는 여인. 주변의 시선을 무시하고 찢어지는 목소리로 깔깔대며 품격 떨어지는 여인들 속에 카메라.. 여행 이야기 2017.03.26
느림의 미학 299 화엄벌을 품은 양산 <천성산 千聖山 922m> 2015. 12. 17. 04;00 KBS TV를 켜니 대한민국 환타지아 2015 프로그램에서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고 지휘자가 매우 낯이 익다. 하성호 단장? 방배서지점장 시절 건물주이던 그 사람이? 13년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단장인지 열정적으로 지휘를 한다. 이마의 굵은 주름엔 세월의 흔.. 여행 이야기 2017.03.26
느림의 미학 298 악마(惡魔)의 산 < 완주 안수산 554.6m > 2015. 11. 26. 05;30 영하 2도. 안개 사이로 열리는 늦가을의 새벽, 풀벌레 울음소리 귀뚜라미 노랫소리는 이미 지난여름의 추억이 되었구나. 목덜미에 스치는 찬바람이 입동(入冬) 소설(小雪)이 지났음을 알리고, 철모르게 피었다가 땅바닥으로 떨어진 장미꽃이 가로등에 처참한 모습을 보인.. 여행 이야기 2017.03.26
느림의 미학 297 43 금요포럼 심폐소생술(CPR) 2015. 11. 25. 13;30 심폐소생술 연수를 준비하며 먼저 칠성신에게 돌아간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걸 알았더라면, 심폐소생술이 우리뿐만 아니라 가족들 전체가 알았더라면 몇몇은 허망하게 보내지 않았을 안타까움에 젖는다. 친구들의 얼굴을 보며, 긴 세월 먼 인생길을 옆도 뒤도 돌.. 여행 이야기 2017.03.26
느림의 미학 296 산행은 미완성 <내장산 763m> 2015. 10. 23. 08;30 희문산 휴양림의 아침은 상쾌하다. 겨우 두 시간을 잤는데도 머리가 맑으니 '작살나무'의 보랏빛 열매가 내 마음을 밝게 해줬나 보다. 내장산엔 얼마나 많은 사람과 차량이 몰릴까. 차량과 사람에 밀리더라도 당초 계획했던 내장산 트래킹으로 결정한다. 몇 해나 내장산을 .. 여행 이야기 2017.03.26
느림의 미학 295 단풍이 불 타는 <순창 강천산 583m> 2015. 10월 가을비 쏟아지던 어느 날. 잠을 며칠째 자지 못하니 참으로 지독한 불면증(不眠症)이다. 1987년 주택은행 인사부에 근무할 때도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지독한 불면증이 왔었지. 커피를 즐기는 것도 아닌데, 잠자리에만 들면 눈은 더 초롱초롱해지고, 뒤척이며 잠을 이룰 수가 없.. 여행 이야기 2017.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