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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800 설렘은 나만의 봄병(春病)

2024. 4. 20. 09;00 비구름으로 꽉 찬 하늘이 의외로 조용해 카메라를 들고 뜨락으로 나선다. 뜰에 '미국제비꽃'이 곱게 피었고, 옆에 노란 '고들빼기'도 화사한 웃음으로 나를 반긴다. 요즘 나의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동안 Tv를 켜면 오락이나 예능프로는 별로 보지 않고, 정치, 경제, 시사(時事)에 관한 프로와 클래식 음악이 주 메뉴였다. 그러나 4월 10일 총선결과를 이미 예측을 하였지만 막상 예측대로 나온 결과에 경악하고 그쪽으로는 관심이 멀어졌다. 쓰레기만도 못한 수많은 범죄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대한민국의 입법권력을 잡다니, 이게 현실인가 싶어 이 나라의 투표권자인 국민들에 대해 경멸과 환멸을 느낀 거다. 물론 나만의 내가 원하는 소망편향(所望偏向)이 심할 수도 있겠지만 인..

나의 이야기 2024.04.20

느림의 미학 799 목련의 비애(悲哀)

2024. 4. 13. 윤물무성(潤物無聲)인가, 소리 없이 살짝 땅을 적신 봄비는 땅바닥에 떨어진 목련 꽃잎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열흘정도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던 벚꽃이 사라지자 부리를 처박고 꿀을 빨던 직박구리도 어디론가 날아갔다. 선거를 치르며 목련꽃 필 때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며 희망을 주던 여당대표도 선거에서 패배하고 사라졌다. 양달에서 핀 백목련 꽃잎은 다 떨어지고 응달에서 자란 자목련은 이제 피기 시작한다. 목련의 종류로는 백목련, 자목련, 별목련, 일본목련, 버지니아 목련 등이 있다. 이 자목련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우리가 흔하게 보는 '백목련'은 후박나무라고도 하며 대부분 중국이 원산지다. 우리나라 목련은 '함박꽃목련'이라고 하는데 2008년 5월 인제 방태산 구룡덕봉(1,388.4m)을 ..

나의 이야기 2024.04.13

느림의 미학 798 세상이 미쳤다.

2024. 4. 10. 06;00 초속 5m이면 강풍인가? 일진광풍(一陣狂風)이 불어오자 벚꽃이파리가 꽃비가 되어 우수수 떨어진다. 길바닥에 화우(花雨) 내린 쪽을 피해 걷는다. 비록 낙화(落花)가 되어서 나뒹굴어도 내가 밟으면 얼마나 아플까. 이른 새벽시간에도 국회의원 선거운동원들이 인사를 하며 떠들썩했던 거리가 내 발자국소리만 들리는 침묵의 거리로 변했다. 범죄자, 도둑놈들이 국회권력을 잡고자 악을 쓰던 선거 운동이 끝나자 담장밑에서 잠자던 개불알꽃과 봄맞이꽃이 일제히 잠에서 깨 기지개를 켠다. 잠에서 깬 동박새도 쭈비~쭈비♬ 청아한 목소리로 세상을 깨운다. 이제부턴 이놈들이 재잘거리며 세상을 시끄럽게 하겠지. 짝을 이룬 흰뺨검둥오리는 망월천 상류로 헤엄쳐 올라가고, 쇠백로, 왜가리는 조용히 서서 물..

나의 이야기 2024.04.10

느림의 미학 797 내가 미쳤다.

2024. 4. 6. 05;30 3일 전 동창친구로부터 한통의 카톡메시지가 왔다. "지난주 촬영한 장수사진을 빨리 받을 수 있느냐, 공교롭게도 영정사진 1호가 될 모양~~동창들에게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다.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직접 통화를 한다. 사연인즉 "신장암(콩팥)이 진행 중이며, 암세포가 척추와 폐로 이미 전이되었고, 머리까지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항암치료와 연명치료를 포기하고 존엄사를 선택 하겠다"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렇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운명이 된 건가, 참 모진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며 문득 예전 나의 모습이 오버랩(overlap)된다. 뇌종양과 척수공동증으로 통증이 심할 때는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이대로 눈을 안 뜨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십 수천 ..

나의 이야기 2024.04.06

느림의 미학 796 아~내 사랑 미선(尾扇)아!

2024.  4.  3.세상은 온통 오류 투성이다.유난히 빨리 찾아온 봄기운에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일주일에서 보름이상 앞당겨 봄꽃이 핀다고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내가 좋아하는 미선나무 꽃이 피었기에 메모장을 들춰본다. 2022년엔 3월 14일, 2023년엔 3월 26일, 금년엔 3월 23일피었으니 개화시기가 예년과 비슷한데 빨리 핀다고 예측을 했으니 말이다. 거대한 자연에서 나무의 냉각량과 가온량을 측정하여 개화(開花) 시기를 예측하고 맞추기란 사실상 어렵다. 3월 중순부터 언제 필까 매일 지켜보던 미선나무,어둠 속에 하얗게 핀 미선나무 꽃을 바라보며 잠시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된다. 미선나무의 이름은 열매 모양이 부채를 닮아 아름다운 부채라는 뜻의 미선(尾扇), 부채의 일종인 미선(尾扇)에서 유래되었..

나의 이야기 2024.04.03

느림의 미학 795 사람을 찾습니다.

2024. 3. 24. Tv를 틀어도, 신문을 펼쳐도, 인터넷에 들어가도 국회의원 선거에 관한 기사로 도배를 해 신명 나는 기사를 찾을 수가 없다. 온갖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국회의원에 출마하여 신성하고 엄숙해야 할 국민의 선거권을 희화화(戱畵化)하고 나라꼴을 우습게 만드는 행태를 지켜보면서 울화통이 터진다. 전과 4범으로 숱하게 재판을 받고 있는 제1야당 대표, 1, 2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범죄자가 정당을 창당했고, 심지어는 전 야당대표로서 죄를 지어 감옥에 수감 중인 형사피고인도 창당을 하는 기상천외한 일도 벌어졌다. 이들 범죄자, 범죄 혐의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국회권력을 장악하여 대통령을 탄핵하고 현 정권이 검찰독재정권 이라며 무너뜨리겠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이밖에도 대한민국의 전복을 꾀하다가 헌법..

나의 이야기 2024.03.24

느림의 미학 794 욕(辱)

2024. 3. 18. 야당대표가 선거운동 중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말한다. 말투가 그런가 보다고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알고 보니 '2찍'이란 지난 대통령선거 때 기호 2번 윤대통령을 찍은 보수 지지층을 폄하하는 욕이라는 거다. 세상의 욕(辱)은 한 시대의 시류(時流)에 따라 변한다. 나 어렸을 때는 주로 생식기와 성행위에서 비롯한 욕이 많았다. 인간은 누구나 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잉태되어 자라다가 때가 되면 질(膣)을 통해 세상밖으로 나온다. '씹'이라, 생명이 잉태하려면 여성의 질에 정자가 투입되어 자궁을 지나 나팔관에서 기다리는 난자를 만나야 한다. 따라서 '씹'이라는 말은 '씨의 입'이 준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 성교의 시작이자 성교자체를 말하는 '씹'을 비속어로 쓰는 나라가 우리나..

나의 이야기 2024.03.18

느림의 미학 793 난청(難聽) 졸업

2024. 3. 14. 08;00 눈과 비가 자주 와서인가, 길가 풀숲이 점점 파래진다. 쑥과 쇠비름, 월동초로 불리는 황새냉이가 제법 자랐고 소루쟁이도 웃자랐다. 담벼락 사이 작은 물 웅덩이를 향해 긴긴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 한 마리가 비몽사몽간에 폴짝 뛰어간다. 삼월이 되자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의 문이 열렸다. 봄냄새를 맡은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고 땅밖으로 튀어 나와 부산을 떤다. 기어 다니는 파충류(爬蟲類)인 뱀, 물과 뭍을 번갈아 가며 사는 양서류(兩棲類)인 개구리와 나비(蝶), 벌(蜂), 달팽이, 개미, 파리, 모기 등도 일제히 나왔겠다. 벌레도 사람만큼이나 따사한 햇살이 반갑겠지. 수양버드나무 위에서 직박구리, 개개비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울어댄다. 봄은 혹한(酷寒)의 겨울에서 '졸업'한 모든 ..

나의 이야기 2024.03.14

느림의 미학 792 누군가의 일상(日常)

2024. 3. 9. 05;00 지금 기온 영하 4도, 새벽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어도 우수, 경칩(驚蟄)이 지나자 공기는 사뭇 부드러워졌다. 산기슭 개골창에서 개구리가 운다. 다시 찾아온 꽃샘추위에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동사 (凍死)를 면할 수 있으려나. 황산숲길에 지난가을 밤과 도토리를 줍지 말라는 경고 현수막 앞에서도 버젓이 줍는 노인들로 인해 먹을 게 없어 청설모가 일제히 사라졌고, 아홉 마리의 너구리 가족도 본지 오래다. 이 녀석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망월천 천변을 따라 이성산 산자락으로 올라갔으면 다행인데 먹을 게 없어 집단폐사가 되었을까 걱정이 된다. 산모퉁이의 미선(美扇)나무는 꽃이 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여전히 겨울잠을 자는 중이다. 유난히 춥지 않은 겨울을 보냈으니 미선나무에게 냉각량..

나의 이야기 2024.03.09

느림의 미학 791 반성문

2024. 2. 25. 03;00 번쩍! 번개가 쳤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나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내가 죽은 걸까? 꿈에서 임사체험(臨死體驗)을 한 모양이라, 잠에서 깨고 혼돈(混沌)의 세계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창밖 어둠 속에 눈이 내린다. 땅에 쌓이든 말든 눈송이는 하염없이 나풀거리며 지상으로 떨어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한 친구의 돌연사로 며칠간 삶의 정체성이 흔들렸다. 며칠 전 심근경색으로 친구가 죽었다는 비보를 받고 잠시 멘털(mental)이 붕괴되었다. 그 친구는 작년 11월 양평에서 가을음악회가 끝난 후 가슴통증이 심하고 토할 것 같다며 대형버스에서 내려 내가 탄 승용차에 동승을 했다. 음악회 식사 메뉴로 나온 생선초밥을 먹었다 해서 식중독이 의심되어 강동성심병원 응급실을 향해 ..

나의 이야기 2024.02.25